[심층취재]머나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입력 2006.12.28 (22:11) 수정 2006.12.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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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청와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며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상생협력 보고대회가 네번째로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많이 나아졌을까요? 최근의 분쟁사례를 취재한 김경래기자는 아직도 멀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 곡성의 작은 농공 단지.

공장에는 재고만 들어차 있고 직원 한 명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은 1년여 전.

하청업체 오성과 포스코의 16년 인연이 악연으로 끝나는 순간입니다.

지난 98년 포스코가 중국 수출품에서 발생한 급한 클레임을 해결하기 위해 오성에 기술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슬리브, 즉 철판 코일을 감는 심을 철재에서 종이로 급하게 바꿔달라는 것입니다.

오성의 정성훈 사장은 금형값도 나오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포스코가 제품 개발만 성공하면 대량 납품을 받아주겠다며 자신을 설득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정성훈 (오성산업 대표): "자기네들이 물량약속을 않고 일회성에 끝난다 그랬으면 어떤 정신병자가 하겠습니까. 아무리 구멍가게지만..."

개발은 성공했습니다.

금형 값만 천5백만 원이 들었지만 140만 원만 받았습니다.

대량 납품 약속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클레임을 해결했고 내부 보고서를 통해서도 품질 향상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급한 클레임을 해결한 포스코는 납품을 미뤘습니다.

정 사장은 납품을 위해서는 대량 생산 설비가 있어야 한다는 포스코의 말에 11억 원을 들여 공장을 세웠다고 말합니다.

기존 납품 업체의 재고를 처리해줘야 한다고 해서 고철과 다름없는 자재를 2천만 원에 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 업체는 포스코의 자회사였습니다.

<녹취>당시 포스코 담당자: "그때는 솔직히 포철기연 (포스코 자회사) 생각도 안 하고, 크게 비중을 안 뒀었는데 중간에 하다 보니까 자꾸 이제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주장하는 물량 약속은 5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고 오성은 결국 올해 초 부도가 났습니다.

<인터뷰>윤훈 (포스코 광양제철소 공장장): "설비투자 내지는 확장에 대한 부분들은 경영자께서 중소기업 경영자께서 판단 내려야 할 부분이라고 사료됩니다."

지금은 병상에 누워있는 71살 이인애 할머니는 현대차 사옥 앞에서 열 달이 넘게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지난달 8일 현대차그룹 부회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경호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녹취>진광준 (전문의):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 이 뼈와 이 뼈 사이에서 이 뼈가 눌려서 찌그러 드는 거예요."

한 때 자본금 2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이 할머니의 추락은 지난 99년 현대정공과 30억 원짜리 하도급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신산업과 현대정공의 계약서에는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으니 계약금 보다 더 들어가는 비용은 다음 납품 때 정산하겠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주는 없었고 이 할머니는 계약금보다 많이 들어간 공사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인애 (정신산업 대표): "더 들어가도 (앞으로) 3년을 풀 가동을 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로 한 돈은 줘야 될 것 아니냐."

로템의 내부문섭니다.

부품값으로만 34억 원 이상을 인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난 8월 작성된 정산 검토 결과 문건에서는 로템 측도 48억 원 정도는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로템은 이 분쟁을 상사중재원에 넘겼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정계약서에 정산 조항이 빠져 있다는 겁니다.

<녹취>로템 관계자: "법적으로 도의적으로나 줄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 (상사) 중재가 진행되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대로 따르려고 합니다. "

오성과 정신산업의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공정거래 가운데 밖으로 드러난 극히 예외적인 사건들입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게 불공정거래를 당한 중소기업 91%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삼성 SDS와 납품 분쟁으로 회사가 공중분해된 조성구 씨는 그래서 스스로 싸움꾼이 됐습니다.

<인터뷰>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대표): "대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한한 법정에 가서 시간을 최대한 끌고 가면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법적 대응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입장입니다."

공정위가 올해 하도급법 상습 위반 기업 29개를 직권조사해서 내린 과징금은 모두 6700만 원에 불과합니다.

불공정 행위로 적발되면 큰 손해를 본다는 강력한 제재 방침 없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는 요원합니다.

KBS 뉴스 김경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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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2-28 21:17:45
    • 수정2006-12-28 22: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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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청와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며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상생협력 보고대회가 네번째로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많이 나아졌을까요? 최근의 분쟁사례를 취재한 김경래기자는 아직도 멀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 곡성의 작은 농공 단지. 공장에는 재고만 들어차 있고 직원 한 명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은 1년여 전. 하청업체 오성과 포스코의 16년 인연이 악연으로 끝나는 순간입니다. 지난 98년 포스코가 중국 수출품에서 발생한 급한 클레임을 해결하기 위해 오성에 기술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슬리브, 즉 철판 코일을 감는 심을 철재에서 종이로 급하게 바꿔달라는 것입니다. 오성의 정성훈 사장은 금형값도 나오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포스코가 제품 개발만 성공하면 대량 납품을 받아주겠다며 자신을 설득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정성훈 (오성산업 대표): "자기네들이 물량약속을 않고 일회성에 끝난다 그랬으면 어떤 정신병자가 하겠습니까. 아무리 구멍가게지만..." 개발은 성공했습니다. 금형 값만 천5백만 원이 들었지만 140만 원만 받았습니다. 대량 납품 약속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클레임을 해결했고 내부 보고서를 통해서도 품질 향상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급한 클레임을 해결한 포스코는 납품을 미뤘습니다. 정 사장은 납품을 위해서는 대량 생산 설비가 있어야 한다는 포스코의 말에 11억 원을 들여 공장을 세웠다고 말합니다. 기존 납품 업체의 재고를 처리해줘야 한다고 해서 고철과 다름없는 자재를 2천만 원에 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 업체는 포스코의 자회사였습니다. <녹취>당시 포스코 담당자: "그때는 솔직히 포철기연 (포스코 자회사) 생각도 안 하고, 크게 비중을 안 뒀었는데 중간에 하다 보니까 자꾸 이제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주장하는 물량 약속은 5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고 오성은 결국 올해 초 부도가 났습니다. <인터뷰>윤훈 (포스코 광양제철소 공장장): "설비투자 내지는 확장에 대한 부분들은 경영자께서 중소기업 경영자께서 판단 내려야 할 부분이라고 사료됩니다." 지금은 병상에 누워있는 71살 이인애 할머니는 현대차 사옥 앞에서 열 달이 넘게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지난달 8일 현대차그룹 부회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경호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녹취>진광준 (전문의):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 이 뼈와 이 뼈 사이에서 이 뼈가 눌려서 찌그러 드는 거예요." 한 때 자본금 2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이 할머니의 추락은 지난 99년 현대정공과 30억 원짜리 하도급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신산업과 현대정공의 계약서에는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으니 계약금 보다 더 들어가는 비용은 다음 납품 때 정산하겠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 수주는 없었고 이 할머니는 계약금보다 많이 들어간 공사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인애 (정신산업 대표): "더 들어가도 (앞으로) 3년을 풀 가동을 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로 한 돈은 줘야 될 것 아니냐." 로템의 내부문섭니다. 부품값으로만 34억 원 이상을 인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난 8월 작성된 정산 검토 결과 문건에서는 로템 측도 48억 원 정도는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로템은 이 분쟁을 상사중재원에 넘겼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정계약서에 정산 조항이 빠져 있다는 겁니다. <녹취>로템 관계자: "법적으로 도의적으로나 줄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 (상사) 중재가 진행되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대로 따르려고 합니다. " 오성과 정신산업의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공정거래 가운데 밖으로 드러난 극히 예외적인 사건들입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게 불공정거래를 당한 중소기업 91%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삼성 SDS와 납품 분쟁으로 회사가 공중분해된 조성구 씨는 그래서 스스로 싸움꾼이 됐습니다. <인터뷰>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대표): "대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한한 법정에 가서 시간을 최대한 끌고 가면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법적 대응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입장입니다." 공정위가 올해 하도급법 상습 위반 기업 29개를 직권조사해서 내린 과징금은 모두 6700만 원에 불과합니다. 불공정 행위로 적발되면 큰 손해를 본다는 강력한 제재 방침 없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는 요원합니다. KBS 뉴스 김경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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