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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美 인디언, 빈민으로 정착한 원주민
입력 2007.01.07 (10:49) 수정 2007.01.07 (10:55)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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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의 원주민, 인디언..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을 포효하던 이 인디언들이 이제는 그 땅의 소외계층으로 처절하게 전락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마련된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라는 구역이 미국 곳곳에 있는데요. 실상은 높은 실업률과 알콜 중독이 만연한, 그래서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빈민촌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인, 오늘은 쇠락해가는 미국 인디언들 얘깁니다. 박석호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키 작은 관목만이 드문드문 자라는 미국 남서부의 황량한 땅. 인근에 민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남자가 배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그레이 아이스 (아메리카 원주민) : “내 이름은 '회색 눈동자'란 뜻이에요.(호피족 원주민이세요?) 아뇨. 나바호 원주민이에요.”

미국의 원주민, 이른바 인디언인 이 남성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인터뷰> “나는 알콜 중독자였어요. 알콜을 마시면 힘이 생깁니다.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아요. 지금 그런 느낌입니다.”

차를 태워달라고 하더니 인근에 있는 주유소 상점에서 내립니다. 집에 데려다 달라며 다시 차에 타더니 상점에서 사온 술을 들이켭니다. 우연히 만난 같은 부족 친구도 상태는 비슷합니다. 술을 사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먼 길을 공짜로 차를 얻어 타고 다녀왔다는 게 이 원주민에게 오늘 하루 가장 큰 행복입니다.

도심에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원주민 거주지역, 이른바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찾았습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도 번역되지만, 어느 곳에서도 '보호'의 흔적은 없습니다. 낡고 누추한 집들이 생활수준을 말해줄 뿐입니다.

대부분의 원주민 가정에는 이 같은 이동식 물탱크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지만 이곳에는 상수도 시설마저 없기 때문입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방 하나, 거실 하나, 부엌 하나짜리 집에서 할머니와 큰 딸 부부, 아들, 손자 손녀 등 3대가 함께 삽니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7년째 놀고 있습니다. 땅은 척박해서 농사도 못 짓는데다, 거주지역 안에는 일자리도 없고, 도시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라파엑 (아메리카 원주민) : “유색 인종과 같이 있기 싫다, 여기 왜 왔느냐, 그런 말을 듣게 됩니다.”

때문에 원주민들의 실업률은 51%, 미국 전체 실업률의 10뱁니다. 과거 원주민들을 강제로 거주지역 안으로 몰아넣었던 미국 정부는 그 대가로 이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 달에 한 가구 당 60만 원 정도 받지만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돈으로는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거주지역을 떠나면 이 보조금마저 중단됩니다. 정부가 원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거주지역에 카지노를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은 라스베이거스 자본과 연계된 극소수 원주민에게 돌아갈 뿐입니다. 어둠이 내린 뉴멕시코주의 앨버쿠키 시. 밤 10시, 밤거리를 헤매던 남자가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역시 취해있는 원주민입니다.

<녹취>아메리카 원주민 : “스트레스를 줄이려구요.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술을 마신다고요?) 네, 그래요.”

거주지역에서 나와 공장에서 일하다 먼지 때문에 건강을 잃은 뒤 해고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일 때문에 어깨와 등에 통증이 생겼어요. 큰 종이 두루마리를 기계에 넣어서 작은 두루마리로 만드는 일이었는데 밤마다 12시간씩 일했어요.”


물론 도시에 진출해 성공한 원주민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처럼 빈곤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돈을 주니 역시 술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결국 많은 원주민들은 변화를 포기한 채 거주지역에 머물며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노년을 맞이합니다. 간 질환은 미국 평균의 4배, 당뇨는 3배 이상입니다.

<인터뷰> 이그나시오 (원주민 리더) : “알코올 중독, 결손가정, 이혼, 실업 등이 문제입니다. 많은 원주민들이 일을 찾아 인근 도시를 떠돌다가 노숙자가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나바호 원주민 정부가 직업교육이나 쉼터 등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도 문젭니다. 거주 지역에서 농작물이 자라지 않으니, 값싼 패스트푸드만 먹게 됩니다. 비만이 늘어나고, 성인이 되면 당뇨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비센티 (나바호 가족복지국) :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비만입니다. 나바호 원주민 정부는 아이들 사이에서비만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가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 땅에 살던 원주민, 인디언의 수는 수천만 명. 하지만 지금은 4백만 명에 불과합니다. 모두 백인과의 전쟁과 학살, 그리고 강제 이주 과정에서 희생됐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원주민들도 대륙을 포효하던 조상들의 기상은 망각한 채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라는 굴레에 묶여 역사 한가운데 멈춰 서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의 이런 모습은 자유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외치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평화 수호 의지만큼 자국 원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지키려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 [세계인] 美 인디언, 빈민으로 정착한 원주민
    • 입력 2007-01-07 09:59:35
    • 수정2007-01-07 10:55: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국의 원주민, 인디언..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을 포효하던 이 인디언들이 이제는 그 땅의 소외계층으로 처절하게 전락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마련된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라는 구역이 미국 곳곳에 있는데요. 실상은 높은 실업률과 알콜 중독이 만연한, 그래서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빈민촌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인, 오늘은 쇠락해가는 미국 인디언들 얘깁니다. 박석호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키 작은 관목만이 드문드문 자라는 미국 남서부의 황량한 땅. 인근에 민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남자가 배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그레이 아이스 (아메리카 원주민) : “내 이름은 '회색 눈동자'란 뜻이에요.(호피족 원주민이세요?) 아뇨. 나바호 원주민이에요.”

미국의 원주민, 이른바 인디언인 이 남성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인터뷰> “나는 알콜 중독자였어요. 알콜을 마시면 힘이 생깁니다.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아요. 지금 그런 느낌입니다.”

차를 태워달라고 하더니 인근에 있는 주유소 상점에서 내립니다. 집에 데려다 달라며 다시 차에 타더니 상점에서 사온 술을 들이켭니다. 우연히 만난 같은 부족 친구도 상태는 비슷합니다. 술을 사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먼 길을 공짜로 차를 얻어 타고 다녀왔다는 게 이 원주민에게 오늘 하루 가장 큰 행복입니다.

도심에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원주민 거주지역, 이른바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찾았습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도 번역되지만, 어느 곳에서도 '보호'의 흔적은 없습니다. 낡고 누추한 집들이 생활수준을 말해줄 뿐입니다.

대부분의 원주민 가정에는 이 같은 이동식 물탱크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지만 이곳에는 상수도 시설마저 없기 때문입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방 하나, 거실 하나, 부엌 하나짜리 집에서 할머니와 큰 딸 부부, 아들, 손자 손녀 등 3대가 함께 삽니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7년째 놀고 있습니다. 땅은 척박해서 농사도 못 짓는데다, 거주지역 안에는 일자리도 없고, 도시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라파엑 (아메리카 원주민) : “유색 인종과 같이 있기 싫다, 여기 왜 왔느냐, 그런 말을 듣게 됩니다.”

때문에 원주민들의 실업률은 51%, 미국 전체 실업률의 10뱁니다. 과거 원주민들을 강제로 거주지역 안으로 몰아넣었던 미국 정부는 그 대가로 이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 달에 한 가구 당 60만 원 정도 받지만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돈으로는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거주지역을 떠나면 이 보조금마저 중단됩니다. 정부가 원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거주지역에 카지노를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은 라스베이거스 자본과 연계된 극소수 원주민에게 돌아갈 뿐입니다. 어둠이 내린 뉴멕시코주의 앨버쿠키 시. 밤 10시, 밤거리를 헤매던 남자가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역시 취해있는 원주민입니다.

<녹취>아메리카 원주민 : “스트레스를 줄이려구요.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술을 마신다고요?) 네, 그래요.”

거주지역에서 나와 공장에서 일하다 먼지 때문에 건강을 잃은 뒤 해고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일 때문에 어깨와 등에 통증이 생겼어요. 큰 종이 두루마리를 기계에 넣어서 작은 두루마리로 만드는 일이었는데 밤마다 12시간씩 일했어요.”


물론 도시에 진출해 성공한 원주민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처럼 빈곤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돈을 주니 역시 술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결국 많은 원주민들은 변화를 포기한 채 거주지역에 머물며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노년을 맞이합니다. 간 질환은 미국 평균의 4배, 당뇨는 3배 이상입니다.

<인터뷰> 이그나시오 (원주민 리더) : “알코올 중독, 결손가정, 이혼, 실업 등이 문제입니다. 많은 원주민들이 일을 찾아 인근 도시를 떠돌다가 노숙자가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나바호 원주민 정부가 직업교육이나 쉼터 등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도 문젭니다. 거주 지역에서 농작물이 자라지 않으니, 값싼 패스트푸드만 먹게 됩니다. 비만이 늘어나고, 성인이 되면 당뇨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비센티 (나바호 가족복지국) :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비만입니다. 나바호 원주민 정부는 아이들 사이에서비만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가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 땅에 살던 원주민, 인디언의 수는 수천만 명. 하지만 지금은 4백만 명에 불과합니다. 모두 백인과의 전쟁과 학살, 그리고 강제 이주 과정에서 희생됐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원주민들도 대륙을 포효하던 조상들의 기상은 망각한 채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라는 굴레에 묶여 역사 한가운데 멈춰 서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의 이런 모습은 자유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외치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평화 수호 의지만큼 자국 원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지키려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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