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상 고온…‘눈 없는 알프스’

입력 2007.01.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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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무분별한 환경 파괴는 이렇게 코판 족의 삶은 물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 겨울 유럽인들이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는데요.

기상 관측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에서는 갖가지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세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중부 산악지대에 있는 한 유명 스키 휴양지입니다.

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아 날마다 인공 눈을 만들어 대형트럭으로 퍼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낮 기온이 영상 4도까지 올라가 눈이 금방 녹아버립니다. 관광객들은 스키를 포기하고 썰매를 타거나 등산이나 하이킹을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독일 관광객 : "스키 타러 왔는데 눈이 없어 대신 쇼핑하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알프스 산맥에도 두 달째 눈이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알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말 스키 월드컵 경기가 취소됐고 스위스 동계올림픽 대표팀은 캐나다로 동계훈련을 떠났습니다.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오스트리아 퀴하이 스키장은 슬로프 12개 가운데 7군데만 개장했습니다.

그나마 스키를 탈 수 있는 구간은 75Km 중 12Km에 불과합니다.

일부 독일과 이탈리아 스키장들은 개장을 포기하고 알프스를 '겨울 재해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주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인터뷰> 케르스틴 헤스(독일 오버호프시 관광국장) : "지난해에는 영하 10도이었지만 올해는 영상 2도로 무려 12도 차이가 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대가 낮은 독일 산악지역은 겨울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경우 눈으로 덮인 지역이 60% 줄어듭니다.

지난 11월 독일의 평균 기온이 영상 7도로 1901년 공식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12월 들어서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보시는 것처럼 인공 눈도 녹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눈이 내리지 않아 북극과 알프스 빙하가 10년마다 8.5%씩 녹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오마 바도어(세계기상기구 WMO 기후전문가) : "알프스는 해발 3000미터 고산지대도 눈이 30센티미터 깊이로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영하 10도의 혹한과 함께 폭설이 내리면서 독일 빙상경기장이 무너져 내리고 동유럽에서 130여 명이 얼어 죽었던 지난해 겨울과 비교하면 기상이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 불곰들은 요즘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겨울잠에서 깨어나 숲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곰들은 따뜻한 날씨에 취해 아직도 겨울잠에 들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행동이 느려진 곰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분간 사냥을 금지하고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페터 알렉셰프(불가리아동물원 곰사육사) : "세르비아에서 에스토니아까지 중부 유럽에 사는 곰들이 너무 따뜻해 아직 겨울잠을 못 자고 있어요. 배가 부르면 잠을 잘 수도 있다고 보고 먹이를 많이 주고 있죠."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계절감각을 잃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가을과 봄에 피는 장미꽃이 만발하고 독일 북부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리처드 아담스(영국 왕립장비협회장) :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봐요. 특히 올해는 장미 시즌이 길어졌어요."

북위 42도 백두산과 비슷한 위도에 걸쳐 있는 지중해에서는 낮기온이 17도까지 오르고 아지랑이가 피어 오릅니다.

벌과 풍뎅이들도 벌써 나타났습니다.

해변 여기저기에서 관광객들이 수영을 즐깁니다.

마치 초여름 피서철로 착각할 정도로 지중해에서는 겨울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파놀로(바르셀로나 주민) : "과거 같으면 추워서 수영을 할 수 없었지만 요즘 바닷물이 따뜻해져 춥지 않습니다."

지중해 중부 로마도 요즘 낮기온이 18도 정도로 봄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름난 관광지에는 여름옷차림을 한 관광객들로 넘칩니다.

바닷물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것도 기온상승의 한 원인입니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소는 깊이 1500미터 대서양 심층수의 온도가 지난 7년 새 0.015도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구 기온을 최고 9도까지 높일 수 있는 열량입니다.

기상전문가들은 유럽 겨울 기온의 상승 원인으로 온실가스를 지목합니다.

오스트리아 중앙기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알프스 기후보고서에서 요즘 겨울 기온은 지난 8세기, 온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300년 만에 최고치라고 분석했습니다.

19세기부터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와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지난 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상전문가들은 21세기 말 연평균기온이 6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레인하르트 보엠(오스트리아 기상연구소 수석연구원) : "앞으로 100년간 기온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100년 후 알프스 빙하는 30~40%만 남고 대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후협약에 가입한 선진 41개국은 지난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4% 늘었고후발공업국들도 배출량을 4.1%씩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북극과 남극, 그리고 고산지대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최고 70센티미터까지 올라가 해안 도시들이 잠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의 따뜻한 겨울은 인류에 닥칠 환경재앙을 예고하는 전주곡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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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이상 고온…‘눈 없는 알프스’
    • 입력 2007-01-14 09:49: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무분별한 환경 파괴는 이렇게 코판 족의 삶은 물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 겨울 유럽인들이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는데요. 기상 관측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에서는 갖가지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세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중부 산악지대에 있는 한 유명 스키 휴양지입니다. 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아 날마다 인공 눈을 만들어 대형트럭으로 퍼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낮 기온이 영상 4도까지 올라가 눈이 금방 녹아버립니다. 관광객들은 스키를 포기하고 썰매를 타거나 등산이나 하이킹을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독일 관광객 : "스키 타러 왔는데 눈이 없어 대신 쇼핑하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알프스 산맥에도 두 달째 눈이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알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말 스키 월드컵 경기가 취소됐고 스위스 동계올림픽 대표팀은 캐나다로 동계훈련을 떠났습니다.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오스트리아 퀴하이 스키장은 슬로프 12개 가운데 7군데만 개장했습니다. 그나마 스키를 탈 수 있는 구간은 75Km 중 12Km에 불과합니다. 일부 독일과 이탈리아 스키장들은 개장을 포기하고 알프스를 '겨울 재해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주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인터뷰> 케르스틴 헤스(독일 오버호프시 관광국장) : "지난해에는 영하 10도이었지만 올해는 영상 2도로 무려 12도 차이가 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대가 낮은 독일 산악지역은 겨울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경우 눈으로 덮인 지역이 60% 줄어듭니다. 지난 11월 독일의 평균 기온이 영상 7도로 1901년 공식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12월 들어서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보시는 것처럼 인공 눈도 녹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눈이 내리지 않아 북극과 알프스 빙하가 10년마다 8.5%씩 녹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오마 바도어(세계기상기구 WMO 기후전문가) : "알프스는 해발 3000미터 고산지대도 눈이 30센티미터 깊이로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영하 10도의 혹한과 함께 폭설이 내리면서 독일 빙상경기장이 무너져 내리고 동유럽에서 130여 명이 얼어 죽었던 지난해 겨울과 비교하면 기상이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 불곰들은 요즘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겨울잠에서 깨어나 숲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곰들은 따뜻한 날씨에 취해 아직도 겨울잠에 들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행동이 느려진 곰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분간 사냥을 금지하고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페터 알렉셰프(불가리아동물원 곰사육사) : "세르비아에서 에스토니아까지 중부 유럽에 사는 곰들이 너무 따뜻해 아직 겨울잠을 못 자고 있어요. 배가 부르면 잠을 잘 수도 있다고 보고 먹이를 많이 주고 있죠."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계절감각을 잃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가을과 봄에 피는 장미꽃이 만발하고 독일 북부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리처드 아담스(영국 왕립장비협회장) :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봐요. 특히 올해는 장미 시즌이 길어졌어요." 북위 42도 백두산과 비슷한 위도에 걸쳐 있는 지중해에서는 낮기온이 17도까지 오르고 아지랑이가 피어 오릅니다. 벌과 풍뎅이들도 벌써 나타났습니다. 해변 여기저기에서 관광객들이 수영을 즐깁니다. 마치 초여름 피서철로 착각할 정도로 지중해에서는 겨울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파놀로(바르셀로나 주민) : "과거 같으면 추워서 수영을 할 수 없었지만 요즘 바닷물이 따뜻해져 춥지 않습니다." 지중해 중부 로마도 요즘 낮기온이 18도 정도로 봄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름난 관광지에는 여름옷차림을 한 관광객들로 넘칩니다. 바닷물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것도 기온상승의 한 원인입니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소는 깊이 1500미터 대서양 심층수의 온도가 지난 7년 새 0.015도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구 기온을 최고 9도까지 높일 수 있는 열량입니다. 기상전문가들은 유럽 겨울 기온의 상승 원인으로 온실가스를 지목합니다. 오스트리아 중앙기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알프스 기후보고서에서 요즘 겨울 기온은 지난 8세기, 온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300년 만에 최고치라고 분석했습니다. 19세기부터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와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지난 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상전문가들은 21세기 말 연평균기온이 6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레인하르트 보엠(오스트리아 기상연구소 수석연구원) : "앞으로 100년간 기온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100년 후 알프스 빙하는 30~40%만 남고 대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후협약에 가입한 선진 41개국은 지난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4% 늘었고후발공업국들도 배출량을 4.1%씩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북극과 남극, 그리고 고산지대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최고 70센티미터까지 올라가 해안 도시들이 잠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의 따뜻한 겨울은 인류에 닥칠 환경재앙을 예고하는 전주곡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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