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피의 다이아몬드

입력 2007.01.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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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원한 사랑의 증표라는 다이아몬드... 하지만 화려한 이 보석의 이면에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피와 눈물이 서려있습니다.

최근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왔습니다만 다이아몬드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던 시에라리온에서는 내전이 끝난 지금도 다이아몬드가 비극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김원장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서북부 시에라리온.... 그물만 던져도 물고기가 올라옵니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지난 수백 년 동안 평화로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대 도시 여기저기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시에라리온의 재앙의 역사는 시작됐습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내전으로 35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숨졌습니다.

거리에는 당시 내전에서 손발을 잘린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11년간 지속된 내전은 5년 전 막을 내렸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다이아몬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 프리타운에서 북쪽으로 600KM, 차로 10시간을 달려 고노라는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터를 파도, 다이아몬드가 나온다는 지역입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땅을 파고 다이아몬드를 찾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해질 때까지 흙을 이겨, 수도 없이 가는 채에 거르고 또 거르기를 반복하면, 그리고 운이 더해진다면 작고 투명한 돌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듭니다. 200여명의 인부들이 하루 종일 허리를 숙여 오늘 이 다이아몬드 하나를 찾았습니다.

<녹취>원주민: "하루 2000레온 받는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원주민들의 하루 일당은 2000레온, 우리 돈 700원 정돕니다. 하지만 모두 대박의 꿈을 안고 하루를 버텨냅니다.

<인터뷰> 원주민: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은 적이 있어요.(얼마 받았어요?) 150달러... (14만 원 정도)"

고노 지역에만 천여 평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수십여 곳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돈은 외국인들이 벌어갑니다. 이곳 다이아몬드 광산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 이 땅을 헐값에 사들인 외국인들의 소유입니다. 원주민들이 발견하는 다이아몬드는 따라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소유가 됩니다.

원주민이 다이아몬드를 찾아도 판매대금의 70%는 광산 소유주에게 돌아갑니다. 이 때문에 정작 원주민들의 생활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25살의 소니씨, 10년 넘게 매일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출근합니다. 아들과 둘이 사는 소니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불과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한 도구 몇 개가 세간 살이의 전붑니다.

그동안 몇 차례 다이아몬드를 찾는 행운을 만났지만, 그는 여전히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원주민 대부분은 마약처럼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소니 까마라: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큰집도 사고 가족들이 함께 살고 애들도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의 꿈도 다이아몬드를 찾는 것입니다. 자라서 노동이 가능한 나이가 되면 모두 학교가 아닌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몰려듭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보다 오히려 이들은 지겨운 가난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거래된다는 한 지역 상점을 찾았습니다. 오늘 발견된 2.8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이 헐값에 거래됩니다.

<녹취>모하마드 키추 (다이아몬드 소매상): "(얼마나 큰거예요?) 2.86캐럿..깍으면 1.5캐럿정도 되요 원석의 55%정도 남으니까...(그럼 얼마나 받나요?) 2천달러(180만원) 정도요."

원주민들의 땀과 행운이 담긴 다이아몬드는 형편없는 값으로 팔려나갑니다. 수도 프리타운, 전국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모아집니다.

수집상이나 수출하는 회사 대부분 외국인들이 운영합니다. 한 레바논 사람이 운영하는 다이아몬드 수출회사를 찾았습니다. 빛깔과 크기를 재기 위해 책상 위에 다이아몬드원석들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깨알만 한 것에서 엄지손톱만 한 21캐럿짜리 원석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모하마드 간두르 (다이아몬드 도매상): "(얼마나 큰 거죠?)21.98캐럿...8800달러(8백만원)정도 받을 거예요. (이거 모두 합치면)150만달러(14억원)어치는 될 거예요."

원주민들이 수백 달러에 넘긴 다이아몬드는 어느새 수천 달러를 훌쩍 넘겨 수출됩니다.

<인터뷰> "주로 벨기에에 80% 그리고 나머지는 이스라엘 등으로 수출 된다."

결국 재주는 원주민이 넘고 돈은 외국인들이 벌어갑니다.

50년 동안 다이아몬드가 발견됐는데도 가장 가난한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 90년 시작된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현대사에 유래 없이 잔혹한 기억들을 남기고 11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팔다리가 잘린 주민만 7천여 명.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군부의 암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피의 다이아몬드가 논란이 되면서 지난 2002년, 다국적 다이아몬드 회사들은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킴벌리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인터뷰>마르띤 라파포르트 (다이아몬드 잡지 발행인): "수천억 원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 같은 곳에서 나오지 않나요? 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같은 원칙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는 오늘도 영원한 사랑의 약속으로 포장돼 전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갑니다.

이들 나라에게 다이아몬드는 축복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습니다. 다이아몬드. 영원하고 신비로운 이 사랑의 증표에는 원주민들의 땀과 굶주림. 그리고 피가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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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라리온, 피의 다이아몬드
    • 입력 2007-01-28 07:56:5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영원한 사랑의 증표라는 다이아몬드... 하지만 화려한 이 보석의 이면에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피와 눈물이 서려있습니다. 최근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왔습니다만 다이아몬드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던 시에라리온에서는 내전이 끝난 지금도 다이아몬드가 비극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김원장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서북부 시에라리온.... 그물만 던져도 물고기가 올라옵니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지난 수백 년 동안 평화로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대 도시 여기저기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시에라리온의 재앙의 역사는 시작됐습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내전으로 35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숨졌습니다. 거리에는 당시 내전에서 손발을 잘린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11년간 지속된 내전은 5년 전 막을 내렸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다이아몬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 프리타운에서 북쪽으로 600KM, 차로 10시간을 달려 고노라는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터를 파도, 다이아몬드가 나온다는 지역입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땅을 파고 다이아몬드를 찾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해질 때까지 흙을 이겨, 수도 없이 가는 채에 거르고 또 거르기를 반복하면, 그리고 운이 더해진다면 작고 투명한 돌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듭니다. 200여명의 인부들이 하루 종일 허리를 숙여 오늘 이 다이아몬드 하나를 찾았습니다. <녹취>원주민: "하루 2000레온 받는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원주민들의 하루 일당은 2000레온, 우리 돈 700원 정돕니다. 하지만 모두 대박의 꿈을 안고 하루를 버텨냅니다. <인터뷰> 원주민: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은 적이 있어요.(얼마 받았어요?) 150달러... (14만 원 정도)" 고노 지역에만 천여 평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수십여 곳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돈은 외국인들이 벌어갑니다. 이곳 다이아몬드 광산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 이 땅을 헐값에 사들인 외국인들의 소유입니다. 원주민들이 발견하는 다이아몬드는 따라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소유가 됩니다. 원주민이 다이아몬드를 찾아도 판매대금의 70%는 광산 소유주에게 돌아갑니다. 이 때문에 정작 원주민들의 생활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25살의 소니씨, 10년 넘게 매일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출근합니다. 아들과 둘이 사는 소니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불과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한 도구 몇 개가 세간 살이의 전붑니다. 그동안 몇 차례 다이아몬드를 찾는 행운을 만났지만, 그는 여전히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원주민 대부분은 마약처럼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소니 까마라: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큰집도 사고 가족들이 함께 살고 애들도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의 꿈도 다이아몬드를 찾는 것입니다. 자라서 노동이 가능한 나이가 되면 모두 학교가 아닌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몰려듭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보다 오히려 이들은 지겨운 가난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거래된다는 한 지역 상점을 찾았습니다. 오늘 발견된 2.8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이 헐값에 거래됩니다. <녹취>모하마드 키추 (다이아몬드 소매상): "(얼마나 큰거예요?) 2.86캐럿..깍으면 1.5캐럿정도 되요 원석의 55%정도 남으니까...(그럼 얼마나 받나요?) 2천달러(180만원) 정도요." 원주민들의 땀과 행운이 담긴 다이아몬드는 형편없는 값으로 팔려나갑니다. 수도 프리타운, 전국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모아집니다. 수집상이나 수출하는 회사 대부분 외국인들이 운영합니다. 한 레바논 사람이 운영하는 다이아몬드 수출회사를 찾았습니다. 빛깔과 크기를 재기 위해 책상 위에 다이아몬드원석들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깨알만 한 것에서 엄지손톱만 한 21캐럿짜리 원석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모하마드 간두르 (다이아몬드 도매상): "(얼마나 큰 거죠?)21.98캐럿...8800달러(8백만원)정도 받을 거예요. (이거 모두 합치면)150만달러(14억원)어치는 될 거예요." 원주민들이 수백 달러에 넘긴 다이아몬드는 어느새 수천 달러를 훌쩍 넘겨 수출됩니다. <인터뷰> "주로 벨기에에 80% 그리고 나머지는 이스라엘 등으로 수출 된다." 결국 재주는 원주민이 넘고 돈은 외국인들이 벌어갑니다. 50년 동안 다이아몬드가 발견됐는데도 가장 가난한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 90년 시작된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현대사에 유래 없이 잔혹한 기억들을 남기고 11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팔다리가 잘린 주민만 7천여 명.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군부의 암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피의 다이아몬드가 논란이 되면서 지난 2002년, 다국적 다이아몬드 회사들은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킴벌리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인터뷰>마르띤 라파포르트 (다이아몬드 잡지 발행인): "수천억 원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 같은 곳에서 나오지 않나요? 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같은 원칙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는 오늘도 영원한 사랑의 약속으로 포장돼 전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갑니다. 이들 나라에게 다이아몬드는 축복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습니다. 다이아몬드. 영원하고 신비로운 이 사랑의 증표에는 원주민들의 땀과 굶주림. 그리고 피가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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