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재임용, 능력있는 교수 바보 만든다

입력 2007.02.04 (21: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얼마 전에 일어난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의 발단은 대학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었죠.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의 사례를 살펴보니, 제도가 악용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현정 기잡니다.

<리포트>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오만하고 돌출적인데다 정신 분열증까지 보였던 내시였지만, 프린스턴 대학은 강의를 맡기고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는 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지난 75년 교수의 연구실적과 교육능력 향상을 꾀한다며 도입됐던 교수 재임용 제도, 무능한 교수를 걸러내는 기능보다 오히려 학교에 비판적이거나, 시국사건에 연루된 교수들을 내모는데 악용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성대(교수노조 교권실장): "사립학교의 경우 교수가 학교에 잘 순응하고 학교의 말을 잘 따르도록 하는 데 악용돼 왔습니다."

지난 92년 대전의 한 대학에서 재임용에 탈락한 뒤 16년 동안 복직 소송을 하고 있는 강태근 교수입니다.

강 교수는 종교재단이 다른 종교의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았다면서 문제를 제기해 학교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인터뷰>강태근(16년째 복직 소송): "나를 무릎 꿇여서 라도 데리고 있고 싶으니까 학장한테 가서 신앙으로 거듭나겠다고 무릎 꿇고 빌라고 하더라구요. 그걸 거부했죠."

그동안 대다수 재임용 탈락 교수들이 복직 소송에 많은 시간을 보낸 데는 법원이 재임용 문제를 학교와 교수의 '사적 계약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송병춘(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억울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들에게 재판을 받을 자격이 없다, 재판을 통한 실익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습니다. "

특별법이 제정된 지난 2005년 이후 재임용 결정을 받은 교수는 절반 가까이 됐지만 실제 강단에 다시 선 사람은 11명에 불과했습니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는 현재까지 5백 여명입니다.

이 가운데는 십 년 넘게 대학과 사법부, 교육부를 상대로 싸우다 화병으로 숨지거나 해외로 떠나버린 교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KBS 뉴스 기현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교수 재임용, 능력있는 교수 바보 만든다
    • 입력 2007-02-04 21:10:22
    뉴스 9
<앵커 멘트> 얼마 전에 일어난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의 발단은 대학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었죠.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의 사례를 살펴보니, 제도가 악용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현정 기잡니다. <리포트>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오만하고 돌출적인데다 정신 분열증까지 보였던 내시였지만, 프린스턴 대학은 강의를 맡기고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는 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지난 75년 교수의 연구실적과 교육능력 향상을 꾀한다며 도입됐던 교수 재임용 제도, 무능한 교수를 걸러내는 기능보다 오히려 학교에 비판적이거나, 시국사건에 연루된 교수들을 내모는데 악용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성대(교수노조 교권실장): "사립학교의 경우 교수가 학교에 잘 순응하고 학교의 말을 잘 따르도록 하는 데 악용돼 왔습니다." 지난 92년 대전의 한 대학에서 재임용에 탈락한 뒤 16년 동안 복직 소송을 하고 있는 강태근 교수입니다. 강 교수는 종교재단이 다른 종교의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았다면서 문제를 제기해 학교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인터뷰>강태근(16년째 복직 소송): "나를 무릎 꿇여서 라도 데리고 있고 싶으니까 학장한테 가서 신앙으로 거듭나겠다고 무릎 꿇고 빌라고 하더라구요. 그걸 거부했죠." 그동안 대다수 재임용 탈락 교수들이 복직 소송에 많은 시간을 보낸 데는 법원이 재임용 문제를 학교와 교수의 '사적 계약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송병춘(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억울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들에게 재판을 받을 자격이 없다, 재판을 통한 실익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습니다. " 특별법이 제정된 지난 2005년 이후 재임용 결정을 받은 교수는 절반 가까이 됐지만 실제 강단에 다시 선 사람은 11명에 불과했습니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는 현재까지 5백 여명입니다. 이 가운데는 십 년 넘게 대학과 사법부, 교육부를 상대로 싸우다 화병으로 숨지거나 해외로 떠나버린 교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KBS 뉴스 기현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