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아동 성폭력’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07.02.22 (22:16) 수정 2007.02.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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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년전에 일어났던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기억하십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2월 22일 오늘을 아동 성폭행 추방의 날로 정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네 신발 가게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살해된 한 초등학생.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범인이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나 또 저지른 만행에 희생돼 모두를 아타깝게 했습니다.

<녹취> 피해 초등생 부모: "친구나 동생, 그리고 언니들이 더 이상 이런 무서운 일을 겪지 않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까지 정해졌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는 6살 딸이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하자 고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자는 끝내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인터뷰> 이ㅇㅇ(성폭력 피해 아동 어머니): "확실한 증거를 자꾸 말씀하시니까...근데 아이가 뭘 어떻게 표현을 잘 하겠어요."

기세등등해진 가해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이씨를 고소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해자에게 보상금을 물어줄 판입니다.

<인터뷰> 이ㅇㅇ(성폭력 피해 아동 어머니): "법에 기대면 당연히 진실을 밝혀서 그런 사람은 다신 그런 짓을 못하게 혼내줄 줄 알았거든요."

공소시효도 문제입니다.

아동성폭력 공소시효는 어른성폭력과 같은 7년, 아동이 커서 가해자를 고소하고 싶어져도 공소시효가 지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이미경(한국 성폭력 상담소 소장): "안 되겠다 법적으로 고소를 해야겠다 결심했을 때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죠."

스위스는 아동 성폭행범을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최저형량이 징역 25년입니다.

재범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하고 성기능을 무력화시킵니다.

<인터뷰> 표창원(경찰대학 교수): "인생 전반을 왜곡시켜 버리기 때문에 가장 큰 범죄라 할 수 있구요.재범 방지를 위해 많은 사회적 자원을 들여야 할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을 엄벌하는 법안 10여 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전자 팔찌 법안 등 주요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은영(국회의원): "아동 성폭력에 대해서 특별히 가중하는 조항은 아직 미비해요.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빨리 통과시켜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담 수사 인력도 태부족입니다.

<인터뷰> 이금형(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 "이쪽 인력을 빼서 이쪽에 박는다든지 이 업무 저 업무 겸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고 근본적으로 인력을 증원시켜서 아동 성폭력을 전담시켜서"

어린이에게 어른 수준의 진술과 물적 증거를 요구하는 경찰의 수사 관행, 검찰의 소극적 기소, 또 어렵게 유죄를 입증해도 초범이라고 봐주는 법원의 판결이 계속 된다면 우리 자녀 중 누구도 다음 피해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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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아동 성폭력’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2007-02-22 21:17:31
    • 수정2007-02-22 22: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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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년전에 일어났던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기억하십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2월 22일 오늘을 아동 성폭행 추방의 날로 정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네 신발 가게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살해된 한 초등학생.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범인이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나 또 저지른 만행에 희생돼 모두를 아타깝게 했습니다. <녹취> 피해 초등생 부모: "친구나 동생, 그리고 언니들이 더 이상 이런 무서운 일을 겪지 않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까지 정해졌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는 6살 딸이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하자 고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자는 끝내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인터뷰> 이ㅇㅇ(성폭력 피해 아동 어머니): "확실한 증거를 자꾸 말씀하시니까...근데 아이가 뭘 어떻게 표현을 잘 하겠어요." 기세등등해진 가해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이씨를 고소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해자에게 보상금을 물어줄 판입니다. <인터뷰> 이ㅇㅇ(성폭력 피해 아동 어머니): "법에 기대면 당연히 진실을 밝혀서 그런 사람은 다신 그런 짓을 못하게 혼내줄 줄 알았거든요." 공소시효도 문제입니다. 아동성폭력 공소시효는 어른성폭력과 같은 7년, 아동이 커서 가해자를 고소하고 싶어져도 공소시효가 지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이미경(한국 성폭력 상담소 소장): "안 되겠다 법적으로 고소를 해야겠다 결심했을 때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죠." 스위스는 아동 성폭행범을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최저형량이 징역 25년입니다. 재범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하고 성기능을 무력화시킵니다. <인터뷰> 표창원(경찰대학 교수): "인생 전반을 왜곡시켜 버리기 때문에 가장 큰 범죄라 할 수 있구요.재범 방지를 위해 많은 사회적 자원을 들여야 할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을 엄벌하는 법안 10여 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전자 팔찌 법안 등 주요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은영(국회의원): "아동 성폭력에 대해서 특별히 가중하는 조항은 아직 미비해요.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빨리 통과시켜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담 수사 인력도 태부족입니다. <인터뷰> 이금형(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 "이쪽 인력을 빼서 이쪽에 박는다든지 이 업무 저 업무 겸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고 근본적으로 인력을 증원시켜서 아동 성폭력을 전담시켜서" 어린이에게 어른 수준의 진술과 물적 증거를 요구하는 경찰의 수사 관행, 검찰의 소극적 기소, 또 어렵게 유죄를 입증해도 초범이라고 봐주는 법원의 판결이 계속 된다면 우리 자녀 중 누구도 다음 피해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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