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위안부 유적지 흉물 방치

입력 2007.03.29 (22:27) 수정 2007.03.2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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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이 종군 위안부를 강제수용했던 사이판의 한 동굴유적지가 언제부턴가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잊혀져가고 있는 비극의 현장을 김명주 기자가 찾았습니다.

<리포트>

남태평양 사이판섬 라오라오 해변에 있는 동굴입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전세가 불리해지자 지상의 위안소를 없앤 뒤 위안부들을 강제 수용한 곳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봤습니다.

야전 침대로 쓰인 각목과 쇳덩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방으로 사용됐던 커다란 구덩이도 눈에 띕니다.

참혹했던 동굴 생활은 십여년 전까지 사이판 인근 섬에 살았던 한 위안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어렴풋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구서(사이판 교민/27년 거주): "일본군 빨래터로 잡혀 온 게 이 동굴로 왔다고 하더라구요. 여기 동굴은 일본군 병력만 받았는데 한 사람이 1개 소대를 받았다고 해요. 그 아주머니 말로는..."

흉물스럽기만한 위안부 동굴.

한 때는 한국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찾기도 했던 곳이었지만, 10여년 전 부터는 아예 방치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지에 위안부 기록은 있을까?

박물관이나 역사자료보관소에는 일본에 대한 기록만 가득할 뿐 위안부 관련 자료는 아예 없습니다.

<인터뷰>로버트 헌터(북마리아나 제도 박물관장): "이 곳에 와서 위안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마도 위안부는 일본군의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했을 것입니다."

사이판 곳곳에 세워진 참전 기념비와 일본식 신사들.

전쟁 가해자인 일본이 만들어 기념하고 참배하는 곳입니다.

반면 위안부를 포함해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곳은 이 위령탑 하나일 뿐입니다.

이제는 사이판 한인 사회에서도 종군 위안부라는 말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이판에서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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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판 위안부 유적지 흉물 방치
    • 입력 2007-03-29 21:17:53
    • 수정2007-03-29 22: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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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이 종군 위안부를 강제수용했던 사이판의 한 동굴유적지가 언제부턴가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잊혀져가고 있는 비극의 현장을 김명주 기자가 찾았습니다. <리포트> 남태평양 사이판섬 라오라오 해변에 있는 동굴입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전세가 불리해지자 지상의 위안소를 없앤 뒤 위안부들을 강제 수용한 곳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봤습니다. 야전 침대로 쓰인 각목과 쇳덩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방으로 사용됐던 커다란 구덩이도 눈에 띕니다. 참혹했던 동굴 생활은 십여년 전까지 사이판 인근 섬에 살았던 한 위안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어렴풋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구서(사이판 교민/27년 거주): "일본군 빨래터로 잡혀 온 게 이 동굴로 왔다고 하더라구요. 여기 동굴은 일본군 병력만 받았는데 한 사람이 1개 소대를 받았다고 해요. 그 아주머니 말로는..." 흉물스럽기만한 위안부 동굴. 한 때는 한국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찾기도 했던 곳이었지만, 10여년 전 부터는 아예 방치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지에 위안부 기록은 있을까? 박물관이나 역사자료보관소에는 일본에 대한 기록만 가득할 뿐 위안부 관련 자료는 아예 없습니다. <인터뷰>로버트 헌터(북마리아나 제도 박물관장): "이 곳에 와서 위안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마도 위안부는 일본군의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했을 것입니다." 사이판 곳곳에 세워진 참전 기념비와 일본식 신사들. 전쟁 가해자인 일본이 만들어 기념하고 참배하는 곳입니다. 반면 위안부를 포함해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곳은 이 위령탑 하나일 뿐입니다. 이제는 사이판 한인 사회에서도 종군 위안부라는 말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이판에서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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