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복용하는 아기

입력 2007.04.16 (10:44) 수정 2007.04.19 (16: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푸른 빛이 선명한 알약, 이 비아그라.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입니다.

그런데 성기능 개선이라는 선택이 아닌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약값에도 불구하고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귀난치병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인데요. 이 가운데는 어린 아이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상현 엄마 : “딸기도 있고 전화기도 있고...또 뭐가 있지..주황색이네...”

지난 2005년 11월에 태어난 상현이.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7개월이 됐습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현이는 또래에 비해 몸집이 많이 작습니다.

발육도 늦어 17개월이면 빠른 걸음으로 걸을 정도지만 상현이는 여전히 방 안을 기어 다닐 수 있을 뿐입니다.

<녹취> 상현 엄마 : “상현아 이쪽으로 와. 엄마 쪽으로 와. 박상현...이쪽으로 와 보세요.”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17개월 접어들었는데 성장 속도는?)“7-8개월 아이들...또래에 비해서 반 정도 작다고 보면 되요. 체중도 그 정도고…”

태어날 때부터 아픈 곳이 많았던 상현이. 상현이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의 인공 호흡기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지금은 가정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데, 작은 방에서 안방으로 이어지는 가늘고 긴 호스는 상현이의 코로 연결됩니다.

태어난 지 두 달만에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희귀난치질환 진단을 받아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녹취> 상현이 : “엄마 엄마.......”

<인터뷰> 정혜경(상현 엄마) : “왼쪽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자발적인 호흡을...만약에 산소를 끊어버리면 아이가 되게 힘들어 해요.”

호흡기 작동을 멈추면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울다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한다는 상현이. 한참을 신나게 놀다 잠이 든 상현이는 잘 때도 거친 숨을 몰아 쉽니다.

그런데 이런 상현이에게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 완화를 위해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진 비아그라였습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남성들 발기부전에 쓰인대서 왜 우리 아기가 이 약을 먹냐고 다들 놀랬죠. 저 뿐만 아니고 다들...이 비아그라가 그 비아그라냐고…”

상현이는 1년 넘게 매일 비아그라를 먹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갈아준 비아그라를 체중과 증상에 맞게 한 번에 10mg씩 하루 세 번 복용합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지금은 감기약을 같이 먹는 중이라서 아기들 감기약을 달잖아요. 거기에 섞어주면 잘 먹는 편이거든요.”

한 번에 10mg씩 먹는다 해도 한 달 비아그라 값이 13,4만 원 선에 달하지만 엄마에게는 아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아기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호흡부전이 반복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보면 약 용량 증가시키고 산소 흡입량 증가 시키니까 상당히 편해지더라고요. 아기가 체중이 6킬로 정도다 보니까 약이 그 정도인데 체중이 증가하면 약 용량도 증가하니까 비용이 더 늘겠죠. 솔직히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에요.”

상현이가 앓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커다란 동맥, 즉 폐동맥의 혈압이 정상보다 2배 이상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폐동맥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내부는 좁아져 산소 공급과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압력이 높은 쪽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하다 보니 심장이 커지고 붓는 등 심장 기능도 떨어집니다.

<인터뷰> 강이석(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폐동맥 압력이 높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선천성 심장병이라든가 다른 몇 가지 다른 질환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고 원인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합니다.

폐와 심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호흡 곤란으로 나타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몇 십 미터만 걸어도 쉬어야 할 정도로 환자들에게는 숨을 쉬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아그라는 바로 이 부분에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라는 물질이 폐동맥을 확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발표되면서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이재영(세종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비아그라의 1차적 작용은 폐동맥 혈관 수축을 방지해서 폐혈관을 늘려주고 장기적으로는 혈관이 두꺼워지고 섬유화 되는 것을 지연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는 23살의 김소현 씨. 병이 생긴 6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가는 것을 빼면 거의 외출을 할 수 없습니다.

택시를 타려고 몇 걸음 걷기가 무섭게 소현 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곧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저는 걸어가면 10분에서 늦으면 15분, 17분 그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힘드니까 전 그걸 택시 타고 움직여요.”

여든이 넘은 할머니와 여동생까지 챙겨야 하는 살림이 소현 씨에게는 버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 “내리 한 시간 잡고 슬슬 쓸고 닦고 해요.
(집이 몇 평이죠?) 12평이요. (12평 청소하는데 1시간이요?) 네. 한 시간 잡고 천천히 해요.”

병을 앓은 뒤부터 몸무게가 20kg 넘게 줄었고 적당한 치료약을 찾을 수 없었던 고등학생 때는 응급실을 집 드나들 듯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하유종(김소현 씨 할머니) : “아프면 눈으로 못 보지. 택시 불러서 오면 택시를 붙잡고 벌벌 떨면서 자기가 갈길 가요. 코피를 벙벙 쏟고...그냥 죽으나 사나 아무 정신이 없어요.”

이런 소현 씨도 비아그라를 먹으면서 지금은 활동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소현 씨는 100mg짜리 알약 형태의 비아그라를 4등분 해서 한 조각 씩, 하루 두 번 복용합니다.

흡입하는 방식의 다른 약도 함께 처방받았지만 비아그라는 먹는 약이라 사용이 쉽고 자신의 증상에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소현 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지금은 이제 비아그라를 먹으면 산소포화도도 올라가고 밖에서 사회생활은 못 해도 일상생활 할 때 덜 힘드니까 참 감사해요.”

하지만 소현 씨에게도 한 알에 만 2천 원에서 만 8천 원 정도 하는 비싼 약 값이 큰 부담입니다.

한 달 치 비아그라 약값 30만 원은 생활 보호 대상자로 소현 씨네가 받는 각종 생계 유지비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입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의사 선생님이 하루 세 번 먹으면 어떻겠냐고 그러시는데 그 약 아까워서 못 먹겠더라고요.”

이처럼 환자들이 효과를 보면서도 비아그라 약 값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비아그라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약품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보연 실장(간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대상질환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예방 목적, 성기능 장애라든가 비아그라 같은 약들은 비급여 대상으로 정리가 돼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보건당국에 집계된 환자 수가 천 5백 여 명 정도인 희귀 질환입니다. 게다가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희귀난치질환 치료에 쓸 경우에 한해 비아그라가 건강보험 적용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이석(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심장을 하는 혹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누구나 이게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는 상황인데 보험이 안 돼서 환자들 부담이 많은 상태니까.”

굳이 보험 혜택을 볼 수 없는 비아그라가 아니더라도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는 흡입제와 경구 복용제 등의 형태로 국내에 3가지가 허가 돼 있습니다.

모두 건강보험 급여 대상 약품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고 복용하기가 편해 환자들이 비아그라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영(세종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중상 발현되고 약 3년 내에 사망한다고 보거든요. 암 보다 더 위험한 병이죠. 새로운 치료품이 나오도록 기다릴 수 있는 병이 아니거든요.”

이에 대해 약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문제를 결정하는 보건당국의 입장은 다릅니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치료제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인 만큼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안정성 허가는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비아그라의 용량과 용법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환자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준호 사무관(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 “이 약이 분말 상태로 먹을 수 있다면 분말 상태로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제제학적 특성이나 이런 것들도 고려해서 약을 만들기 때문에 그걸 갈아서 먹으면 안 된 다는 걸 딱 입증할 수는 없지만 갈아서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습니다.”

특히 비아그라를 쓰지 않아도 대체 약이 있기 때문에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양준호(사무관/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 “대체 의약품이 없다면 그러니까 정말 폐동맥 고혈압에 쓰는 약이 하나도 없다면 저희가 그걸 충분히 고려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국내에 쓸 수 있는 약들이 식약청에 허가 돼 있는 상태에서 굳이 비아그라 저함량 사용을 급여를 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환자들 사이에 소문으로만 나돌던 비아그라와 같은 성분의 대체 약이 지난 2일 본격적인 식약청 허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용법과 용량으로 이름만 바꾼 제품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5년 6월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준한(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 “주성분이 구연산 실데나필 이라는 성분으로 20미리 함유한 희귀의약품으로 허가 신청됐습니다. 4월 2일 신청됐고 처리 기한은 4월 30일입니다.”

그러나 수입이 허가되더라도 건강보험 등재신청과 약값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순조로운 과정을 거쳐도 환자들이 이 약을 구입할 수 있기 까지는 적어도 7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증거인 숨을 쉬기조차 힘든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은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보건당국의 엄격한 잣대 사이에서 하루하루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비아그라’ 복용하는 아기
    • 입력 2007-04-16 10:04:15
    • 수정2007-04-19 16:14:0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푸른 빛이 선명한 알약, 이 비아그라.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입니다. 그런데 성기능 개선이라는 선택이 아닌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약값에도 불구하고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귀난치병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인데요. 이 가운데는 어린 아이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상현 엄마 : “딸기도 있고 전화기도 있고...또 뭐가 있지..주황색이네...” 지난 2005년 11월에 태어난 상현이.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7개월이 됐습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현이는 또래에 비해 몸집이 많이 작습니다. 발육도 늦어 17개월이면 빠른 걸음으로 걸을 정도지만 상현이는 여전히 방 안을 기어 다닐 수 있을 뿐입니다. <녹취> 상현 엄마 : “상현아 이쪽으로 와. 엄마 쪽으로 와. 박상현...이쪽으로 와 보세요.”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17개월 접어들었는데 성장 속도는?)“7-8개월 아이들...또래에 비해서 반 정도 작다고 보면 되요. 체중도 그 정도고…” 태어날 때부터 아픈 곳이 많았던 상현이. 상현이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의 인공 호흡기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지금은 가정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데, 작은 방에서 안방으로 이어지는 가늘고 긴 호스는 상현이의 코로 연결됩니다. 태어난 지 두 달만에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희귀난치질환 진단을 받아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녹취> 상현이 : “엄마 엄마.......” <인터뷰> 정혜경(상현 엄마) : “왼쪽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자발적인 호흡을...만약에 산소를 끊어버리면 아이가 되게 힘들어 해요.” 호흡기 작동을 멈추면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울다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한다는 상현이. 한참을 신나게 놀다 잠이 든 상현이는 잘 때도 거친 숨을 몰아 쉽니다. 그런데 이런 상현이에게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 완화를 위해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진 비아그라였습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남성들 발기부전에 쓰인대서 왜 우리 아기가 이 약을 먹냐고 다들 놀랬죠. 저 뿐만 아니고 다들...이 비아그라가 그 비아그라냐고…” 상현이는 1년 넘게 매일 비아그라를 먹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갈아준 비아그라를 체중과 증상에 맞게 한 번에 10mg씩 하루 세 번 복용합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지금은 감기약을 같이 먹는 중이라서 아기들 감기약을 달잖아요. 거기에 섞어주면 잘 먹는 편이거든요.” 한 번에 10mg씩 먹는다 해도 한 달 비아그라 값이 13,4만 원 선에 달하지만 엄마에게는 아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인터뷰> 정혜경(상현이 엄마) : “아기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호흡부전이 반복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보면 약 용량 증가시키고 산소 흡입량 증가 시키니까 상당히 편해지더라고요. 아기가 체중이 6킬로 정도다 보니까 약이 그 정도인데 체중이 증가하면 약 용량도 증가하니까 비용이 더 늘겠죠. 솔직히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에요.” 상현이가 앓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커다란 동맥, 즉 폐동맥의 혈압이 정상보다 2배 이상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폐동맥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내부는 좁아져 산소 공급과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압력이 높은 쪽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하다 보니 심장이 커지고 붓는 등 심장 기능도 떨어집니다. <인터뷰> 강이석(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폐동맥 압력이 높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선천성 심장병이라든가 다른 몇 가지 다른 질환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고 원인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합니다. 폐와 심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호흡 곤란으로 나타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몇 십 미터만 걸어도 쉬어야 할 정도로 환자들에게는 숨을 쉬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아그라는 바로 이 부분에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라는 물질이 폐동맥을 확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발표되면서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이재영(세종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비아그라의 1차적 작용은 폐동맥 혈관 수축을 방지해서 폐혈관을 늘려주고 장기적으로는 혈관이 두꺼워지고 섬유화 되는 것을 지연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는 23살의 김소현 씨. 병이 생긴 6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가는 것을 빼면 거의 외출을 할 수 없습니다. 택시를 타려고 몇 걸음 걷기가 무섭게 소현 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곧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저는 걸어가면 10분에서 늦으면 15분, 17분 그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힘드니까 전 그걸 택시 타고 움직여요.” 여든이 넘은 할머니와 여동생까지 챙겨야 하는 살림이 소현 씨에게는 버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 “내리 한 시간 잡고 슬슬 쓸고 닦고 해요. (집이 몇 평이죠?) 12평이요. (12평 청소하는데 1시간이요?) 네. 한 시간 잡고 천천히 해요.” 병을 앓은 뒤부터 몸무게가 20kg 넘게 줄었고 적당한 치료약을 찾을 수 없었던 고등학생 때는 응급실을 집 드나들 듯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하유종(김소현 씨 할머니) : “아프면 눈으로 못 보지. 택시 불러서 오면 택시를 붙잡고 벌벌 떨면서 자기가 갈길 가요. 코피를 벙벙 쏟고...그냥 죽으나 사나 아무 정신이 없어요.” 이런 소현 씨도 비아그라를 먹으면서 지금은 활동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소현 씨는 100mg짜리 알약 형태의 비아그라를 4등분 해서 한 조각 씩, 하루 두 번 복용합니다. 흡입하는 방식의 다른 약도 함께 처방받았지만 비아그라는 먹는 약이라 사용이 쉽고 자신의 증상에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소현 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지금은 이제 비아그라를 먹으면 산소포화도도 올라가고 밖에서 사회생활은 못 해도 일상생활 할 때 덜 힘드니까 참 감사해요.” 하지만 소현 씨에게도 한 알에 만 2천 원에서 만 8천 원 정도 하는 비싼 약 값이 큰 부담입니다. 한 달 치 비아그라 약값 30만 원은 생활 보호 대상자로 소현 씨네가 받는 각종 생계 유지비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입니다. <인터뷰> 김소현(폐동맥 고혈압 환자) : “의사 선생님이 하루 세 번 먹으면 어떻겠냐고 그러시는데 그 약 아까워서 못 먹겠더라고요.” 이처럼 환자들이 효과를 보면서도 비아그라 약 값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비아그라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약품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보연 실장(간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대상질환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예방 목적, 성기능 장애라든가 비아그라 같은 약들은 비급여 대상으로 정리가 돼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보건당국에 집계된 환자 수가 천 5백 여 명 정도인 희귀 질환입니다. 게다가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희귀난치질환 치료에 쓸 경우에 한해 비아그라가 건강보험 적용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이석(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심장을 하는 혹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누구나 이게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는 상황인데 보험이 안 돼서 환자들 부담이 많은 상태니까.” 굳이 보험 혜택을 볼 수 없는 비아그라가 아니더라도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는 흡입제와 경구 복용제 등의 형태로 국내에 3가지가 허가 돼 있습니다. 모두 건강보험 급여 대상 약품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고 복용하기가 편해 환자들이 비아그라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영(세종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중상 발현되고 약 3년 내에 사망한다고 보거든요. 암 보다 더 위험한 병이죠. 새로운 치료품이 나오도록 기다릴 수 있는 병이 아니거든요.” 이에 대해 약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문제를 결정하는 보건당국의 입장은 다릅니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치료제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인 만큼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안정성 허가는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비아그라의 용량과 용법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환자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준호 사무관(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 “이 약이 분말 상태로 먹을 수 있다면 분말 상태로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제제학적 특성이나 이런 것들도 고려해서 약을 만들기 때문에 그걸 갈아서 먹으면 안 된 다는 걸 딱 입증할 수는 없지만 갈아서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습니다.” 특히 비아그라를 쓰지 않아도 대체 약이 있기 때문에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양준호(사무관/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 “대체 의약품이 없다면 그러니까 정말 폐동맥 고혈압에 쓰는 약이 하나도 없다면 저희가 그걸 충분히 고려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국내에 쓸 수 있는 약들이 식약청에 허가 돼 있는 상태에서 굳이 비아그라 저함량 사용을 급여를 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환자들 사이에 소문으로만 나돌던 비아그라와 같은 성분의 대체 약이 지난 2일 본격적인 식약청 허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용법과 용량으로 이름만 바꾼 제품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5년 6월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준한(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 “주성분이 구연산 실데나필 이라는 성분으로 20미리 함유한 희귀의약품으로 허가 신청됐습니다. 4월 2일 신청됐고 처리 기한은 4월 30일입니다.” 그러나 수입이 허가되더라도 건강보험 등재신청과 약값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순조로운 과정을 거쳐도 환자들이 이 약을 구입할 수 있기 까지는 적어도 7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증거인 숨을 쉬기조차 힘든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은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보건당국의 엄격한 잣대 사이에서 하루하루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