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포커스] 살 빼는 약, 알고보니 ‘마약’

입력 2007.04.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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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도 좋지만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소식, 얼마전 외신을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살을 빼기 위해 여전히 약을 드시는 분들 많습니다.

문제는 이른바 살 빼는 약들의 상당수가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데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경하 기자, 살 빼기 위해 먹는 식욕 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구요?

<리포트>

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살 빼는 약들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가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제한된 용법으로 복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마 시술소가 몰려있는 서울 장안동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살 빼는 약을 하루 복용량의 서너 배씩 복용해왔습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데다 몽롱한 느낌 때문에 피로를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00(안마시술소 여종업원): "잠도 안 오고 멍해져요. 그것을 안 먹으면 불안해, 약이 없어지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거의 다 먹어요. 10명 중에 1명 빼고."

김 씨가 먹은 약은 펜타민 성분의 식욕 억제제.

입맛을 떨어뜨려 당장 살을 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중독성이 있고 불안증 같은 부작용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실제로 석달간 살 빼는 약을 먹은 이 여성은 약을 끊은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살 빼는 약 복용 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밤에는 잠도 잘 안 오고 그랬어요."

이 때문에 식약청은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체중을 줄일 수 없는 비만 환자에 한해 최소 용량으로 4주까지만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민선(서울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혈압을 높일 수 있고, 심장질환, 폐질환 환자들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이 마구잡이로 이 약을 처방하면서 평범한 여성들도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개인병원인데요. 166센티미터의 키에 57킬로그램인 표준 체중의 여성에게 아무 검사 없이 곧바로 처방전을 내줍니다.

<녹취> 서울 00 병원: (약을 처방받으려고요.) "살 빼는 거? 하루 1알 먹는 거예요. 보험이 안돼요."

처방전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면 열흘 만에 석달치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녹취> 김00(의사): "처음에 50정을 가져가고, 또 10일인가 있다가 분실했는데 외국을 나가야 되니까 좀 전해달래서 전해준 적은 있어요."

식약청의 투약 지침은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녹취> 00병원 관계자: "(환자들에게)주의는 시키지만, 몇 알까지 처방하라는 그런 규정은 없어요."

이렇게 무분별하게 처방된 약은 한 알에 2천 원씩 처방전 없이 알음알음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국내 시판중인 식욕억제제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은 모두 63개 품목.

지난 한해 무려 345억 원어치나 생산됐습니다.

지난 2005년 UN 산하기구인 마약 통제기구가 사용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지만 오히려 사용량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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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20 0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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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도 좋지만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소식, 얼마전 외신을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살을 빼기 위해 여전히 약을 드시는 분들 많습니다. 문제는 이른바 살 빼는 약들의 상당수가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데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경하 기자, 살 빼기 위해 먹는 식욕 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구요? <리포트> 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살 빼는 약들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가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제한된 용법으로 복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마 시술소가 몰려있는 서울 장안동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살 빼는 약을 하루 복용량의 서너 배씩 복용해왔습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데다 몽롱한 느낌 때문에 피로를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00(안마시술소 여종업원): "잠도 안 오고 멍해져요. 그것을 안 먹으면 불안해, 약이 없어지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거의 다 먹어요. 10명 중에 1명 빼고." 김 씨가 먹은 약은 펜타민 성분의 식욕 억제제. 입맛을 떨어뜨려 당장 살을 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중독성이 있고 불안증 같은 부작용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실제로 석달간 살 빼는 약을 먹은 이 여성은 약을 끊은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터뷰> 살 빼는 약 복용 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밤에는 잠도 잘 안 오고 그랬어요." 이 때문에 식약청은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체중을 줄일 수 없는 비만 환자에 한해 최소 용량으로 4주까지만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민선(서울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혈압을 높일 수 있고, 심장질환, 폐질환 환자들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이 마구잡이로 이 약을 처방하면서 평범한 여성들도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개인병원인데요. 166센티미터의 키에 57킬로그램인 표준 체중의 여성에게 아무 검사 없이 곧바로 처방전을 내줍니다. <녹취> 서울 00 병원: (약을 처방받으려고요.) "살 빼는 거? 하루 1알 먹는 거예요. 보험이 안돼요." 처방전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면 열흘 만에 석달치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녹취> 김00(의사): "처음에 50정을 가져가고, 또 10일인가 있다가 분실했는데 외국을 나가야 되니까 좀 전해달래서 전해준 적은 있어요." 식약청의 투약 지침은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녹취> 00병원 관계자: "(환자들에게)주의는 시키지만, 몇 알까지 처방하라는 그런 규정은 없어요." 이렇게 무분별하게 처방된 약은 한 알에 2천 원씩 처방전 없이 알음알음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국내 시판중인 식욕억제제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은 모두 63개 품목. 지난 한해 무려 345억 원어치나 생산됐습니다. 지난 2005년 UN 산하기구인 마약 통제기구가 사용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지만 오히려 사용량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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