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잡는 개

입력 2000.11.22 (20: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꼬리없는 개, 동경이를 아시나요?
꼬리가 없다는 말에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시지만 동경이는 이미 천년 전부터 우리 곁에서 살아왔습니다.
멧돼지를 사냥할 정도로 뛰어난 용맹성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맹인견이 될 수도 있는 우수한 전통견입니다.
이영준 프로듀서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가로이 보이는 서너 마리의 개, 하지만 개라면 응당 있어야 할 꼬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이 바로 전통견 동경이입니다.
지방에 따라 댕견이, 댕견으로도 불리는 이 개는 날 때부터 꼬리가 없습니다.
⊙박재웅(8살/경기도 화성군): 나면서부터 꼬리가 뭉퉁해 가지고 나와요. 그리고 그 꼬리가 안 자라요.
⊙기자: 고려시대 경주를 부르던 동경에 많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 동경이, 53cm 정도의 키, 몸무게 25kg의 위풍당당한 모습, 황갈색과 백색의 동경이는 진돗개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크고 온순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특징은 꼬리가 없다는 것.
방향전환과 균형감각의 기능을 한다는 꼬리.
그런데 어떻게 동경이는 활동에 전혀 이상이 없는 걸까? 전문가들도 의아해합니다.
⊙조성진(34살/수의학 박사): 이것은 분명하게 해부학적인 결손이 있는데 기능적인 결함은 없고...
⊙기자: 그렇다면 동경이의 용맹성은 어떨까?
취재진은 동경이의 사냥능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무렵이면 몸이 가장 날쌔다는 두살박이 야생 맷돼지를 먼저 우리에 넣었습니다.
벌써부터 짖어대기 시작하는 동경이.
사육사들이 붙들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냥에 대한 강한 본능을 지닌 동경이, 그렇다면 과연 실전에서는 어떨까?
동경이의 기세에 멧돼지는 이미 겁부터 집어먹었습니다.
힘차게 달려가던 누렁이가 갑자기 멈춰섭니다.
그리고는 이내 딴 짓을 합니다.
우리 밖에서 그렇게 이빨을 세우던 누렁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박오장(56살/사냥경력 15년): 앞으로 리드를 할 수 있는 개가 들어가야... 같이 합세가 된다.
⊙기자: 리드를 할 수 있는 개, 이번에는 썰견이라고 불리는 선두견 땡돌이가 들어갔습니다.
땡돌이가 먼저 공격을 하자 그제야 딴 짓만 하던 누렁이도 가세를 합니다.
앞서 들어간 누렁이가 먼저 공격하지 않은 것은 썰견의 첫 공격 후에 사냥감의 후미를 맡는 것이 누렁이의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개의 조상인 늑대의 사냥법, 두 마리 동경의 용맹한 기세에 멧돼지는 어찌 해 볼 엄두조차 못냅니다.
이번에는 먼저 들어갔던 누렁이를 끌어내고 땡돌이만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 물면 놓치 않는 근성으로 자신보다 몸집도 큰 멧돼지를 몰아 붙입니다.
반격 한 번 제대로 못해 보는 멧돼지가 안스럽게 보일 정도입니다.
사냥개로서의 자격이 충분한 민첩하고 겁이 없는 동경이.
⊙인터뷰: 풍산개 보다도 용맹스러운 게 더 있잖아.
⊙기자: 하지만 동경이의 진면목은 온순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데 있습니다.
처음 나온 시장에 주위사람들도 낯설지만 동경이는 절대 동요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빈깡통이 요란한 법, 작은 개의 도전을 동경이는 넉넉히 넘겨버립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동경이의 우수성을 살려 특수목적견으로 키우려는 노력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낮선 사람이나 다른 개에게 배타적이지 않은 좋은 사회성과 용맹성, 게다가 영민하기까지 한 동경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견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수목적견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과 훈련을 거쳐야한다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동경이는 이러한 맹인견으로써의 가능성도 훌륭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형구(46살/ 도우미개 학교소장): 한 번 가르쳐주면 개가 잘 습득을 하고, 또 어떤 위험에 대해서 상당히 개가 반응을 잘 하고, 다루어 본 바로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 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통견 꼬리없는 개, 동경이.
하지만 뛰어난 우수성을 지닌 동경이는 오랜 세월 진돗개, 풍산개와 함께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KBS뉴스 이영준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멧돼지 잡는 개
    • 입력 2000-11-22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꼬리없는 개, 동경이를 아시나요? 꼬리가 없다는 말에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시지만 동경이는 이미 천년 전부터 우리 곁에서 살아왔습니다. 멧돼지를 사냥할 정도로 뛰어난 용맹성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맹인견이 될 수도 있는 우수한 전통견입니다. 이영준 프로듀서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가로이 보이는 서너 마리의 개, 하지만 개라면 응당 있어야 할 꼬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이 바로 전통견 동경이입니다. 지방에 따라 댕견이, 댕견으로도 불리는 이 개는 날 때부터 꼬리가 없습니다. ⊙박재웅(8살/경기도 화성군): 나면서부터 꼬리가 뭉퉁해 가지고 나와요. 그리고 그 꼬리가 안 자라요. ⊙기자: 고려시대 경주를 부르던 동경에 많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 동경이, 53cm 정도의 키, 몸무게 25kg의 위풍당당한 모습, 황갈색과 백색의 동경이는 진돗개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크고 온순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특징은 꼬리가 없다는 것. 방향전환과 균형감각의 기능을 한다는 꼬리. 그런데 어떻게 동경이는 활동에 전혀 이상이 없는 걸까? 전문가들도 의아해합니다. ⊙조성진(34살/수의학 박사): 이것은 분명하게 해부학적인 결손이 있는데 기능적인 결함은 없고... ⊙기자: 그렇다면 동경이의 용맹성은 어떨까? 취재진은 동경이의 사냥능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무렵이면 몸이 가장 날쌔다는 두살박이 야생 맷돼지를 먼저 우리에 넣었습니다. 벌써부터 짖어대기 시작하는 동경이. 사육사들이 붙들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냥에 대한 강한 본능을 지닌 동경이, 그렇다면 과연 실전에서는 어떨까? 동경이의 기세에 멧돼지는 이미 겁부터 집어먹었습니다. 힘차게 달려가던 누렁이가 갑자기 멈춰섭니다. 그리고는 이내 딴 짓을 합니다. 우리 밖에서 그렇게 이빨을 세우던 누렁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박오장(56살/사냥경력 15년): 앞으로 리드를 할 수 있는 개가 들어가야... 같이 합세가 된다. ⊙기자: 리드를 할 수 있는 개, 이번에는 썰견이라고 불리는 선두견 땡돌이가 들어갔습니다. 땡돌이가 먼저 공격을 하자 그제야 딴 짓만 하던 누렁이도 가세를 합니다. 앞서 들어간 누렁이가 먼저 공격하지 않은 것은 썰견의 첫 공격 후에 사냥감의 후미를 맡는 것이 누렁이의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개의 조상인 늑대의 사냥법, 두 마리 동경의 용맹한 기세에 멧돼지는 어찌 해 볼 엄두조차 못냅니다. 이번에는 먼저 들어갔던 누렁이를 끌어내고 땡돌이만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 물면 놓치 않는 근성으로 자신보다 몸집도 큰 멧돼지를 몰아 붙입니다. 반격 한 번 제대로 못해 보는 멧돼지가 안스럽게 보일 정도입니다. 사냥개로서의 자격이 충분한 민첩하고 겁이 없는 동경이. ⊙인터뷰: 풍산개 보다도 용맹스러운 게 더 있잖아. ⊙기자: 하지만 동경이의 진면목은 온순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데 있습니다. 처음 나온 시장에 주위사람들도 낯설지만 동경이는 절대 동요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빈깡통이 요란한 법, 작은 개의 도전을 동경이는 넉넉히 넘겨버립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동경이의 우수성을 살려 특수목적견으로 키우려는 노력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낮선 사람이나 다른 개에게 배타적이지 않은 좋은 사회성과 용맹성, 게다가 영민하기까지 한 동경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견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수목적견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과 훈련을 거쳐야한다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동경이는 이러한 맹인견으로써의 가능성도 훌륭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형구(46살/ 도우미개 학교소장): 한 번 가르쳐주면 개가 잘 습득을 하고, 또 어떤 위험에 대해서 상당히 개가 반응을 잘 하고, 다루어 본 바로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 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통견 꼬리없는 개, 동경이. 하지만 뛰어난 우수성을 지닌 동경이는 오랜 세월 진돗개, 풍산개와 함께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KBS뉴스 이영준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