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외 연수는 ‘놀자판’

입력 2007.05.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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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해마다 400여명의 공무원들이 해외 장기연수를 떠나는 사실, 알고계십니까?

이들 중 상당 수는 가서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직무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무원 해외연수의 실태를 이충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봄학기를 맞은 미국의 대학 캠퍼스.

장기연수를 하는 한국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주리 대학입니다.

이들의 평일 일상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가까운 골프장은 아침부터 한국 공무원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 골프장 관리인: "전부 한국인들입니다. 그들이 뭐하는 사람인지 묻지않아요."

학교나 연수기관이 아닌 골프장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취재진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녹취> "저는 당뇨가 아니, 고혈압이 있어서 9홀 밖에 안돕니다."

많은 고급 공무원들이 취재진이 지켜본 5일 연속 골프를 쳤습니다.

애써 취재진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 지역 골프장 2곳의 출입자 명단입니다.

중앙부처 한 서기관의 경우입니다.

이렇게 한달에 15번 이상 골프장에 나오는 공무원들만 10여 명에 이릅니다.

해외 장기훈련을 떠나는 공무원은 50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입법부와 사법부 공무원까지 포함해 한해 4백 여 명에 이릅니다.

연수 기간은 2년이 가장 많고 훈련비용은 전액 국가예산으로 지원됩니다.

평소 받던 월급도 그대로 받습니다.

미국의 공공기관에서 직무훈련을 받는 공무원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녹취> (한국에서 온 000가 있나요?) "그런 사람없습니다."

<녹취> (한국 정부에서 훈련 온 사람 있습니까?) "아뇨, 그런 건 대학에서 가능할 겁니다."

이 공무원들은 어디에 있을까?

주소를 수소문해 집으로 찾아가봤습니다.

평일 낮 시간, 공무원은 집에 있었습니다.

<녹취> 연수 공무원: "솔직히 문제가 많다는걸 시인할 수 밖에 없네요. 지금 직무훈련 안하고 있다, 지연됐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 교민이나 유학생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교민: "본인들의 업무를 하는데 신경을 쓴다기 보다는 자녀 교육을 위해 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해외연수를 끝낸 공무원들은 어떤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까?

두 페이지, 네페이지, 다섯페이지가 정부인 보고서...

그리고 대부분이 국내 자료를 짜깁기한 국문 논문들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연수과정에 대한 점검이나 지도 감독이 사실상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권해수(교수): "교육훈련 보낼 인원수와 예산만 확보하고 있는거지 그 다음에 어떻게 훈련시킬지,활용할지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죠."

공무원들도 해외연수를 보상차원이나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연수 공무원: "약간 개인보상 차원 아닐까요 잦은 야근, 휴일반납으로 많이 지쳐서 여기서는 휴식과 보상 차원으로..."

<인터뷰> 신영철(교수): "연수를 통해 만회하려거든요.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한걸 보상받는다는 심정이 가득하기 때문에 국민세금은 잊고 잘못된 행동..."

30년 동안 지속된 공무원 장기 해외훈련.

원래 목적은 흐려지고 덩치 큰 제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기여한 점도 적지 않겠지만 시대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충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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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해외 연수는 ‘놀자판’
    • 입력 2007-05-14 21:10:10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해마다 400여명의 공무원들이 해외 장기연수를 떠나는 사실, 알고계십니까? 이들 중 상당 수는 가서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직무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무원 해외연수의 실태를 이충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봄학기를 맞은 미국의 대학 캠퍼스. 장기연수를 하는 한국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주리 대학입니다. 이들의 평일 일상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가까운 골프장은 아침부터 한국 공무원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 골프장 관리인: "전부 한국인들입니다. 그들이 뭐하는 사람인지 묻지않아요." 학교나 연수기관이 아닌 골프장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취재진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녹취> "저는 당뇨가 아니, 고혈압이 있어서 9홀 밖에 안돕니다." 많은 고급 공무원들이 취재진이 지켜본 5일 연속 골프를 쳤습니다. 애써 취재진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 지역 골프장 2곳의 출입자 명단입니다. 중앙부처 한 서기관의 경우입니다. 이렇게 한달에 15번 이상 골프장에 나오는 공무원들만 10여 명에 이릅니다. 해외 장기훈련을 떠나는 공무원은 50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입법부와 사법부 공무원까지 포함해 한해 4백 여 명에 이릅니다. 연수 기간은 2년이 가장 많고 훈련비용은 전액 국가예산으로 지원됩니다. 평소 받던 월급도 그대로 받습니다. 미국의 공공기관에서 직무훈련을 받는 공무원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녹취> (한국에서 온 000가 있나요?) "그런 사람없습니다." <녹취> (한국 정부에서 훈련 온 사람 있습니까?) "아뇨, 그런 건 대학에서 가능할 겁니다." 이 공무원들은 어디에 있을까? 주소를 수소문해 집으로 찾아가봤습니다. 평일 낮 시간, 공무원은 집에 있었습니다. <녹취> 연수 공무원: "솔직히 문제가 많다는걸 시인할 수 밖에 없네요. 지금 직무훈련 안하고 있다, 지연됐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 교민이나 유학생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교민: "본인들의 업무를 하는데 신경을 쓴다기 보다는 자녀 교육을 위해 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해외연수를 끝낸 공무원들은 어떤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까? 두 페이지, 네페이지, 다섯페이지가 정부인 보고서... 그리고 대부분이 국내 자료를 짜깁기한 국문 논문들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연수과정에 대한 점검이나 지도 감독이 사실상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권해수(교수): "교육훈련 보낼 인원수와 예산만 확보하고 있는거지 그 다음에 어떻게 훈련시킬지,활용할지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죠." 공무원들도 해외연수를 보상차원이나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연수 공무원: "약간 개인보상 차원 아닐까요 잦은 야근, 휴일반납으로 많이 지쳐서 여기서는 휴식과 보상 차원으로..." <인터뷰> 신영철(교수): "연수를 통해 만회하려거든요.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한걸 보상받는다는 심정이 가득하기 때문에 국민세금은 잊고 잘못된 행동..." 30년 동안 지속된 공무원 장기 해외훈련. 원래 목적은 흐려지고 덩치 큰 제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기여한 점도 적지 않겠지만 시대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충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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