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재혼 길’ 열렸다

<앵커 멘트>

탈북자들이 북한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남한에서 재혼할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진 뒤 처음으로 이혼을 허가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효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개월 된 아들을 둔 탈북자 한 모 씨.

2년 전 북한을 떠나오면서 지금의 남편과 새가정을 이뤘지만 법적으로는 아기의 엄마도, 남편의 아내도 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남편과 법적 이혼이 되지 않아 재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한OO(탈북 여성) : "병원에 갔을 때 이 아기가 누구 아이냐고 하길래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애기가 (호적에) 오른 것이 (내가) 엄마가 아니라는 거죠. 혼인신고를 올릴 수 없으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이 개정된 뒤 처음으로 법원이 탈북자 13명에게 법적 이혼을 허가했습니다.

남북이 나뉘어 왕래나 서신교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혼인관계를 계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배우자가 북한에 있다는 통일부 장관의 확인만 받아오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인터뷰> 김영훈(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 :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개정취지를 충분히 존중하고 당사자들의 현실적 상황 등을 고려해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입니다"

같은 이유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낸 탈북자는 지금까지 모두 429명입니다.

이번 판결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4백여건의 북한 이탈주민들의 이혼소송이 빨라지고 유사한 이혼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효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