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아편과의 전쟁 선언

입력 2007.06.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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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아편을 가장 많이 생산한 나라, 어딘지 아십니까?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부활하면서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입니다.
탈레반의 돈 줄로 자리잡은 아편과의 힘겨운 전쟁, 이영석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간 북부 도시 마자리 샤리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다시 20여 분을 더 걸어 들어가자 양귀비 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그란 양귀비 열매 표면에 상처를 내자 금세 하얀 즙이 흘러나옵니다.

이 즙을 하루 정도 놔두면 검게 변하게 되고, 이를 모아 건조하면 아편이 됩니다.

아편은 자체가 마약의 일종이면서 중독성이 더 강한 헤로인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양귀비는 요즘 이곳 아프간 농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재배 작물입니다.

양귀비는 기후에 민감하지 않아 경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양귀비 재배를 통해 짧은 시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산지의 아편 가격은 1킬로그램에 미화 65달러 정도, 최상품인 경우 400달러에 이릅니다.

공무원과 교사의 한 달 봉급이 6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인터뷰> 카이르 무함마드(양귀비 재배 농민): "양귀비 재배는 단위 면적당 소득이 다른 작물보다 높습니다. 물도 많이 필요 없어 키우기도 쉽습니다."

특히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아편 재배 면적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편 생산이 50% 급증하면서 전 세계 헤로인의 92%가 아프간에서 공급됐습니다.

아편 중독자가 백만 명에 이를 만큼 아프간 내부의 아편 중독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터뷰> 사루와(아편 중독자): "일자리가 없어 놀다 보니까 친구들이 하는 거 보고 심심해서 따라하게 됐습니다."

국제 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아프간 정부는 아편과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양귀비 열매를 수확 전에 꺾어 없애기도 하고, 양귀비 밭을 갈아 엎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편이 주요 돈 줄인 탈레반과 지방 군벌들은 끊임없이 아편 재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부르 쉬르자드(아프간 농업식량부 마약국장): "치안이 불안할수록 마약이 활개를 칩니다. 지금 남부 지역에서 마약 거래 자금이 탈레반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탈레반의 부활과 함께 아편과의 전쟁도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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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가니스탄, 아편과의 전쟁 선언
    • 입력 2007-06-30 21:11:17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해 아편을 가장 많이 생산한 나라, 어딘지 아십니까?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부활하면서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입니다. 탈레반의 돈 줄로 자리잡은 아편과의 힘겨운 전쟁, 이영석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간 북부 도시 마자리 샤리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다시 20여 분을 더 걸어 들어가자 양귀비 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그란 양귀비 열매 표면에 상처를 내자 금세 하얀 즙이 흘러나옵니다. 이 즙을 하루 정도 놔두면 검게 변하게 되고, 이를 모아 건조하면 아편이 됩니다. 아편은 자체가 마약의 일종이면서 중독성이 더 강한 헤로인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양귀비는 요즘 이곳 아프간 농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재배 작물입니다. 양귀비는 기후에 민감하지 않아 경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양귀비 재배를 통해 짧은 시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산지의 아편 가격은 1킬로그램에 미화 65달러 정도, 최상품인 경우 400달러에 이릅니다. 공무원과 교사의 한 달 봉급이 6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인터뷰> 카이르 무함마드(양귀비 재배 농민): "양귀비 재배는 단위 면적당 소득이 다른 작물보다 높습니다. 물도 많이 필요 없어 키우기도 쉽습니다." 특히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아편 재배 면적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편 생산이 50% 급증하면서 전 세계 헤로인의 92%가 아프간에서 공급됐습니다. 아편 중독자가 백만 명에 이를 만큼 아프간 내부의 아편 중독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터뷰> 사루와(아편 중독자): "일자리가 없어 놀다 보니까 친구들이 하는 거 보고 심심해서 따라하게 됐습니다." 국제 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아프간 정부는 아편과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양귀비 열매를 수확 전에 꺾어 없애기도 하고, 양귀비 밭을 갈아 엎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편이 주요 돈 줄인 탈레반과 지방 군벌들은 끊임없이 아편 재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부르 쉬르자드(아프간 농업식량부 마약국장): "치안이 불안할수록 마약이 활개를 칩니다. 지금 남부 지역에서 마약 거래 자금이 탈레반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탈레반의 부활과 함께 아편과의 전쟁도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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