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주가 또 사상 최고치…‘그들만의 잔치?’

입력 2007.07.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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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식시장이 다시 후끈 달아오르면서 코스피 지수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은 기업의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본연의 기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동안 조정을 받는가 하던 주가가 사흘째 급등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1840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올해 들어 36번째 사상 최고 경신입니다.

코스닥지수도 다시 8백 선을 넘어섰습니다.

두 시장을 모두 합친 시가총액만 천조 원을 훨씬 웃돕니다.

<인터뷰> 김중현(굿모닝신한증권 과장) : "증시 주변에 그만큼 자금이 풍부하다는 얘깁니다. 기업들로서는 자금 조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횝니다."

그러나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건수나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999년 유상증자는 모두 250건에 33조 원.

당시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유상증자도 급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유상증자는 증시 여건이 좋아져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된 올해도 지금까지 유상증자는 모두 합해야 21건에 4조6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신규상장도 17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조(한성대 교수) : "주식시장은 신생기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이 매우 미흡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기능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업의 자금 조달입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식시장은 자금 조달보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이나 현금 배당으로 상장사가 지출한 이른바 상장 유지 비용은 19조 원대, 증시에서 조달한 돈의 세배가 넘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와 주가관리를 위해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서 보유하거나 아예 주식을 소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4조 원어치가 넘는 자사주식을 사들여 소각했습니다.

포스코도 지난 2003년과 2004년 모두 자사주 5천억 원어치를 사들여 없앴습니다.

<인터뷰> 성진경(대신증권 책임연구원) : "주식을 상장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는 오히려 상장을 유지시키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주주들이 크게 늘면서 주주들의 입김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한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율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이 단기 제약적인 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배당 성향이 늘고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의 현금유보율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상장사들은 자본금의 6배가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창환(한신대 교수) : "금융 수익성 중심으로 가져가다 보니까 경기가 불안해지고 경제가 불안해지고 고용도 불안해지는 그런 두 가지 폐해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하는 대신 주주관리를 위해 현금을 확보해 둘 수밖에 없는 기업 환경의 변화, 주주자본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단면입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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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주가 또 사상 최고치…‘그들만의 잔치?’
    • 입력 2007-07-04 2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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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식시장이 다시 후끈 달아오르면서 코스피 지수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은 기업의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본연의 기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동안 조정을 받는가 하던 주가가 사흘째 급등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1840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올해 들어 36번째 사상 최고 경신입니다. 코스닥지수도 다시 8백 선을 넘어섰습니다. 두 시장을 모두 합친 시가총액만 천조 원을 훨씬 웃돕니다. <인터뷰> 김중현(굿모닝신한증권 과장) : "증시 주변에 그만큼 자금이 풍부하다는 얘깁니다. 기업들로서는 자금 조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횝니다." 그러나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건수나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999년 유상증자는 모두 250건에 33조 원. 당시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유상증자도 급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유상증자는 증시 여건이 좋아져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된 올해도 지금까지 유상증자는 모두 합해야 21건에 4조6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신규상장도 17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조(한성대 교수) : "주식시장은 신생기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이 매우 미흡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기능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업의 자금 조달입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식시장은 자금 조달보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이나 현금 배당으로 상장사가 지출한 이른바 상장 유지 비용은 19조 원대, 증시에서 조달한 돈의 세배가 넘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와 주가관리를 위해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서 보유하거나 아예 주식을 소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4조 원어치가 넘는 자사주식을 사들여 소각했습니다. 포스코도 지난 2003년과 2004년 모두 자사주 5천억 원어치를 사들여 없앴습니다. <인터뷰> 성진경(대신증권 책임연구원) : "주식을 상장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는 오히려 상장을 유지시키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주주들이 크게 늘면서 주주들의 입김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한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율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이 단기 제약적인 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배당 성향이 늘고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의 현금유보율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상장사들은 자본금의 6배가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창환(한신대 교수) : "금융 수익성 중심으로 가져가다 보니까 경기가 불안해지고 경제가 불안해지고 고용도 불안해지는 그런 두 가지 폐해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하는 대신 주주관리를 위해 현금을 확보해 둘 수밖에 없는 기업 환경의 변화, 주주자본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단면입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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