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문화재 도난방지시설 ‘무용지물’

입력 2007.10.17 (22:19) 수정 2007.10.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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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도난 방지 설비가 대부분 고장나 있거나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문화재 도난방지 설비를 정아연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통일신라시대 보물급 문화재들로 유명한 경상북도의 한 사찰.

일주일 전 도둑이 들었습니다.

당시 폐쇄회로 화면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3년 전 문화재청이 8천 만원을 들여 설치한 13대의 폐쇄회로 카메라와 경보장치는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엉뚱한 데 설치됐거나 아예 고장났기 때문입니다.

<녹취> 종무소 관계자: "9번부터 13번 다섯개는요 깜깜해지면 저녁이면 아무것도 안보여요. "

몇 차례 도둑이 들었던 사찰 측은 자비로 경보장치를 새로 달기로 했습니다.

<녹취> 종무소 승려: "(문화재청에서 새로 해줄지도 모르잖아요.) 거기는 애초 듣지도 않아요."

전남 곡성의 또 다른 사찰도 마찬가지.

보물급 부도탑과 동종, 국내에 하나 뿐인 '대-바라'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문화재청 예산 7천만 원으로 역시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모두 고장났습니다.

24시간 사찰 주변을 감시해야할 CCTV는 이렇게 전선줄이 다 빠져나와 있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관리자는 사용법도 잘 모릅니다.

<녹취> 사찰 관리 승려: "파워 아닌가. 파워가 이것 하나밖에 없는데."

돈들인 경보장치가 제기능을 못하니 보물은 공개할 엄두를 못 내고 창고에서 썩힐 수 밖에 없습니다.

<녹취> 사찰 관리 승려: "중간에 고치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어디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모르니까."

최근 5년 동안 전국 문화재 도난 규모는 4600여 점.

해마다 천점에 가깝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호한다며 7년 전부터 도난 방지시설을 설치했습니다.

8년간 예산 75억원, 올해만 10억을 들여 사찰과 보물 개인 소장자 집 등 전국 100여군데에 도난 경보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 3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60%) 고장났거나 사용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문화재 개인 소장자: "사후 관리 이런 건 없었어. 단지 설치만 공사만 했을 뿐이지."

문화재를 소유하는 측의 부실도 문제입니다.

전기료가 아까워 아예 경보장치를 꺼버리는 소장자도 있습니다.

<녹취> 보물 개인소장자: "(전기요금이) 보통 쓸 때 2~3만 원씩 나오다 그때 십단위로 넘어가 버렸어."

사후관리를 요구해도 제 때 지원받기가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 "그런 예산들을 문화재에 몇 번 올렸다고 해요. 빽없으면 절집도 문화재 예산을 타는게 힘들어요."

문화재청도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녹취> 장경복(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 사무관): "업체와 협조한다든지 공문을 통해서 하고 있는데요,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보완을 해야 되겠다."

철저한 문화재 예산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 뿐인 문화재 도난 방지시설들, 국고는 낭비되고 문화재는 도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현장추적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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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문화재 도난방지시설 ‘무용지물’
    • 입력 2007-10-17 21:18:17
    • 수정2007-10-17 22: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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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도난 방지 설비가 대부분 고장나 있거나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문화재 도난방지 설비를 정아연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통일신라시대 보물급 문화재들로 유명한 경상북도의 한 사찰. 일주일 전 도둑이 들었습니다. 당시 폐쇄회로 화면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3년 전 문화재청이 8천 만원을 들여 설치한 13대의 폐쇄회로 카메라와 경보장치는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엉뚱한 데 설치됐거나 아예 고장났기 때문입니다. <녹취> 종무소 관계자: "9번부터 13번 다섯개는요 깜깜해지면 저녁이면 아무것도 안보여요. " 몇 차례 도둑이 들었던 사찰 측은 자비로 경보장치를 새로 달기로 했습니다. <녹취> 종무소 승려: "(문화재청에서 새로 해줄지도 모르잖아요.) 거기는 애초 듣지도 않아요." 전남 곡성의 또 다른 사찰도 마찬가지. 보물급 부도탑과 동종, 국내에 하나 뿐인 '대-바라'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문화재청 예산 7천만 원으로 역시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모두 고장났습니다. 24시간 사찰 주변을 감시해야할 CCTV는 이렇게 전선줄이 다 빠져나와 있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관리자는 사용법도 잘 모릅니다. <녹취> 사찰 관리 승려: "파워 아닌가. 파워가 이것 하나밖에 없는데." 돈들인 경보장치가 제기능을 못하니 보물은 공개할 엄두를 못 내고 창고에서 썩힐 수 밖에 없습니다. <녹취> 사찰 관리 승려: "중간에 고치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어디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모르니까." 최근 5년 동안 전국 문화재 도난 규모는 4600여 점. 해마다 천점에 가깝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호한다며 7년 전부터 도난 방지시설을 설치했습니다. 8년간 예산 75억원, 올해만 10억을 들여 사찰과 보물 개인 소장자 집 등 전국 100여군데에 도난 경보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 3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60%) 고장났거나 사용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문화재 개인 소장자: "사후 관리 이런 건 없었어. 단지 설치만 공사만 했을 뿐이지." 문화재를 소유하는 측의 부실도 문제입니다. 전기료가 아까워 아예 경보장치를 꺼버리는 소장자도 있습니다. <녹취> 보물 개인소장자: "(전기요금이) 보통 쓸 때 2~3만 원씩 나오다 그때 십단위로 넘어가 버렸어." 사후관리를 요구해도 제 때 지원받기가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 "그런 예산들을 문화재에 몇 번 올렸다고 해요. 빽없으면 절집도 문화재 예산을 타는게 힘들어요." 문화재청도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녹취> 장경복(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 사무관): "업체와 협조한다든지 공문을 통해서 하고 있는데요,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보완을 해야 되겠다." 철저한 문화재 예산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 뿐인 문화재 도난 방지시설들, 국고는 낭비되고 문화재는 도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현장추적 정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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