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우울·불안·죄책감’…낙태 후 증후군 심각

입력 2007.11.16 (08:57) 수정 2007.11.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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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 산모 5명 가운데 1명이 낙태를 했다고 합니다.

네, 주부는 무려 3명 중 1명이 낙태 수술을 경험 했다고 하는데요.

김지영 기자~

생각보다도 더 많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네요.

<리포트>

네, 생각보다 많죠? 이렇게 수술한 산모들이 겪는 후유증은 더 심각한데요, 우울증이나 불안감, 죄책감 그리고 수면장애 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신적 후유증을 일컬어 최근엔 ‘낙태 후 증후군’ 이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낙태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취재했습니다.

올해로 서른여섯 살의 김모씨는 1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애들이 자라는 상태였고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서 셋째를 감당 못하겠더라고요.”

부부 동의하에 낙태를 결심했지만, 수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남편과 대화도 줄어들고 죄책감이 오더라고요. 화풀이를 가족들한테 해서 힘들게 했었고?”

게다가 최근엔 이런 증상이 수면장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심적으로 안정이 안 되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자죠. 불면증도 생기고요.”

현재 여섯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최모씨 역시 1년 6개월 전 낙태 수술을 했는데요. 이유는 태아의 기형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최OO(29세 주부) : “양수 검사를 받았는데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받은 충격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고 그냥 낳아서 키워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수술 결정을 하고?”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마른 체형을 가진 최씨는 다식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녹취> 최OO(29세 주부) : “하루에 아홉 끼, 열 끼 정도 먹는데요. 과자나 초콜릿 같은 것도 간식으로 먹고? 마음이 허해서 그런지 먹어도 허기가 안 가셔요.”

낙태 수술 이후 우울증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던 최씨는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이것이 다식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엔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하는데요.

<녹취> 최OO(29세 주부) : “모든 게 다 제 잘못인 것 같고 지금 우리 아이랑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도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자꾸 지운 아이가 생각나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낙태 후 나타나는 이 같은 정신적인 후유증은 신경정신과적으로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낙태 수술이 일종의 충격적인 경험이 되어 이런 정신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석현(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슬픔이나 불안 또는 불면, 우울감, 의욕이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심각하면 죽음에 집착하거나 죄책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증상들은 개인에 따라서 짧게는 수일에서 수개월 사이에 해소가 되기도 하지만 평생 가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47살의 윤모씨는 낙태 수술을 한 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아직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윤OO(47세 주부) : “핏덩어리라든가 그런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고요. 잊고 살다가도 한 번씩은 불쑥 생각나고….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 기억은 남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더욱이 이런 정신적인 후유증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낙태 시술자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는 남성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후빈(낙태반대운동연합) : “낙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남성들도 자신의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또한 낙태 수술 이후에 올 수 있는 불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인터뷰> 남소자(산부인과 전문의) : “난관 유착, 협착증, 나팔관염이 생길 수가 있고 그러면 나중에 자궁외임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유착이 돼서 달라붙었을 경우는 불임이 되는 때도 있어요.”

낙태수술, 여성의 신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정신적인 후유증까지 불러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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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현장] ‘우울·불안·죄책감’…낙태 후 증후군 심각
    • 입력 2007-11-16 08:33:08
    • 수정2007-11-16 1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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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 산모 5명 가운데 1명이 낙태를 했다고 합니다. 네, 주부는 무려 3명 중 1명이 낙태 수술을 경험 했다고 하는데요. 김지영 기자~ 생각보다도 더 많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네요. <리포트> 네, 생각보다 많죠? 이렇게 수술한 산모들이 겪는 후유증은 더 심각한데요, 우울증이나 불안감, 죄책감 그리고 수면장애 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신적 후유증을 일컬어 최근엔 ‘낙태 후 증후군’ 이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낙태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취재했습니다. 올해로 서른여섯 살의 김모씨는 1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애들이 자라는 상태였고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서 셋째를 감당 못하겠더라고요.” 부부 동의하에 낙태를 결심했지만, 수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남편과 대화도 줄어들고 죄책감이 오더라고요. 화풀이를 가족들한테 해서 힘들게 했었고?” 게다가 최근엔 이런 증상이 수면장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OO(36세 주부) : “심적으로 안정이 안 되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자죠. 불면증도 생기고요.” 현재 여섯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최모씨 역시 1년 6개월 전 낙태 수술을 했는데요. 이유는 태아의 기형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최OO(29세 주부) : “양수 검사를 받았는데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받은 충격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고 그냥 낳아서 키워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수술 결정을 하고?”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마른 체형을 가진 최씨는 다식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녹취> 최OO(29세 주부) : “하루에 아홉 끼, 열 끼 정도 먹는데요. 과자나 초콜릿 같은 것도 간식으로 먹고? 마음이 허해서 그런지 먹어도 허기가 안 가셔요.” 낙태 수술 이후 우울증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던 최씨는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이것이 다식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엔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하는데요. <녹취> 최OO(29세 주부) : “모든 게 다 제 잘못인 것 같고 지금 우리 아이랑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도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자꾸 지운 아이가 생각나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낙태 후 나타나는 이 같은 정신적인 후유증은 신경정신과적으로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낙태 수술이 일종의 충격적인 경험이 되어 이런 정신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석현(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슬픔이나 불안 또는 불면, 우울감, 의욕이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심각하면 죽음에 집착하거나 죄책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증상들은 개인에 따라서 짧게는 수일에서 수개월 사이에 해소가 되기도 하지만 평생 가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47살의 윤모씨는 낙태 수술을 한 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아직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윤OO(47세 주부) : “핏덩어리라든가 그런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고요. 잊고 살다가도 한 번씩은 불쑥 생각나고….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 기억은 남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더욱이 이런 정신적인 후유증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낙태 시술자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는 남성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후빈(낙태반대운동연합) : “낙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남성들도 자신의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또한 낙태 수술 이후에 올 수 있는 불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인터뷰> 남소자(산부인과 전문의) : “난관 유착, 협착증, 나팔관염이 생길 수가 있고 그러면 나중에 자궁외임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유착이 돼서 달라붙었을 경우는 불임이 되는 때도 있어요.” 낙태수술, 여성의 신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정신적인 후유증까지 불러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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