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문젭니다. 이 정착촌들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워졌는데요.
이스라엘 정부도 이제는 정착촌 철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유대인들이 정착촌 사수를 고집하고 있어서 평화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불안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이영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유일신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그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땅입니다. 예루살렘 성곽의 서쪽벽인 이른바 '통곡의 벽'. 옛 이스라엘 왕국의 성벽 일부인 이 벽은 성지 회복을 기원하는 유대인들에겐 영원한 정신적 고향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베텔 정착촌이 눈에 들어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안에 있는 탓에 입구에선 테러 방지를 위한 까다로운 신분 확인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느님의 집'이란 뜻의 '베텔' 정착촌이 세워진 것은 30년 전인 지난 1977년. 신앙심이 깊은 유대인 17가족이 처음 서안 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9백여 가구, 6천여 명으로 인구가 늘었습니다. 이들은 이곳이 성경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준 약속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행정 수도인 라말라입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팔레스타인 핵심 지역에 위치한 탓에 이곳은 늘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정착촌은 테러로 얼룩져 왔습니다. 총격 사건과 로켓 공격은 물론 수시로 자살 폭탄 테러도 이어집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땅에 들어와 있는 정착촌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58살인 요엘 씨도 이 정착촌에서 끔찍한 테러를 겪은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정착촌 건설 초기인 지난 1979년 결혼 두 달 만에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성경에 적힌 대로 하느님이 주신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신앙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이스라엘 땅은 유대 민족에게 속합니다. 이스라엘 땅은 모두 유대 민족의 것입니다. 몇 년 안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0년,50년,100년,300년 후에는 그렇게 될 겁니다."
정착촌이 건설된 것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1967년 이훕니다. 점령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할 필요가 있던 이스라엘 정부가 성지 회복을 꿈꾸던 종교인들을 내세워 점령지 각지에 정착촌 건설을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요엘 씨에게 9년 전 불행이 닥쳤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요엘 씨 가족은 정착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받았습니다. 테러범들이 난사한 120발의 총탄에 요엘 씨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고 부인과 어린 아들 1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아들이 차 안에서 죽는 것을 봤습니다. 아내는 응급 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하고 노력했지만 (숨졌습니다)"
평생 잊기 힘든 악몽이었지만 요엘 씨는 정착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테러에 굴복해 종교상의 신념과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나들이에 나선 요엘 씨의 큰아들 메나햄 씨 가족. 메나햄 씨는 가족 나들이에도 늘 허리춤에 총을 갖고 다닙니다. 보안 요원인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러로 가족들의 희생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잠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베텔 정착촌 내 사격 연습장. 언제 있을지 모를 테러 위협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격 훈련입니다. 사격 연습은 모두 실탄을 이용해 실전처럼 진행됩니다. 훈련을 받는 주민들도 진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훈련이 유사시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생각에섭니다.
<인터뷰> 엘아드 쉘리(정착촌 보안 책임자) : "마을에 들어온 테러범에 대처하는 훈련입니다 테러범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테러범을 제압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정착촌엔 긴장감이 더 높아집니다. 보안 요원인 모모도 야간 순찰에 나섰습니다. 정착촌엔 24시간 감시 체제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모모(보안 요원) :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지만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제 일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웃 아랍 지역과의 경계 철조망엔 철조망 이상 유무를 감지하는 감지기가 달려 있습니다. 철조망을 살피는 모모의 표정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금요일 오전. 요엘 씨가 음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해가 지면서 시작되는 안식일을 맞아 미리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유대 종교인들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리는 물론 가스렌지 불을 켜는 것도 일을 하는 것이 돼 성경 말씀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미리 안식일에 먹을 음식을 장만해 놓는 것입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그렇게 합니다. 안식일에는 불도 켜지 않고 토라가 금지한 어떤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엘 씨처럼 정착촌 주민들은 대부분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적대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들에게 정착촌에서의 삶은 단순한 생활이 아니라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주민들은 절대 이 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십년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되찾은 조상들의 땅이기에 더더욱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2년 전,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 정착촌 21개 전부와 서안 내 4개 정착촌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분리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착촌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성토하며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베텔 정착촌 주민들도 국제 사회 여론에 굴복하는 듯한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셰 로젠바움(정착촌 주민 대표) : "우리는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무력을 동원한다 해도 말이죠. 우리는 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곳에 싸움이 있게 될 겁니다. 여기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인들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의 땅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게 정착촌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장은 정반대입니다.
<인터뷰> 라히드(팔레스타인주민) :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은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가 사는 곳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착촌은 중동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미 요르단 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엔 유대인이 43만 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땅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고, 팔레스타인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땅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팔레스타인 분할을 결정한 유엔 결의 60년이 지나도록 평화는 한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문젭니다. 이 정착촌들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워졌는데요.
이스라엘 정부도 이제는 정착촌 철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유대인들이 정착촌 사수를 고집하고 있어서 평화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불안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이영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유일신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그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땅입니다. 예루살렘 성곽의 서쪽벽인 이른바 '통곡의 벽'. 옛 이스라엘 왕국의 성벽 일부인 이 벽은 성지 회복을 기원하는 유대인들에겐 영원한 정신적 고향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베텔 정착촌이 눈에 들어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안에 있는 탓에 입구에선 테러 방지를 위한 까다로운 신분 확인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느님의 집'이란 뜻의 '베텔' 정착촌이 세워진 것은 30년 전인 지난 1977년. 신앙심이 깊은 유대인 17가족이 처음 서안 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9백여 가구, 6천여 명으로 인구가 늘었습니다. 이들은 이곳이 성경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준 약속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행정 수도인 라말라입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팔레스타인 핵심 지역에 위치한 탓에 이곳은 늘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정착촌은 테러로 얼룩져 왔습니다. 총격 사건과 로켓 공격은 물론 수시로 자살 폭탄 테러도 이어집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땅에 들어와 있는 정착촌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58살인 요엘 씨도 이 정착촌에서 끔찍한 테러를 겪은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정착촌 건설 초기인 지난 1979년 결혼 두 달 만에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성경에 적힌 대로 하느님이 주신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신앙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이스라엘 땅은 유대 민족에게 속합니다. 이스라엘 땅은 모두 유대 민족의 것입니다. 몇 년 안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0년,50년,100년,300년 후에는 그렇게 될 겁니다."
정착촌이 건설된 것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1967년 이훕니다. 점령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할 필요가 있던 이스라엘 정부가 성지 회복을 꿈꾸던 종교인들을 내세워 점령지 각지에 정착촌 건설을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요엘 씨에게 9년 전 불행이 닥쳤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요엘 씨 가족은 정착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받았습니다. 테러범들이 난사한 120발의 총탄에 요엘 씨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고 부인과 어린 아들 1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아들이 차 안에서 죽는 것을 봤습니다. 아내는 응급 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하고 노력했지만 (숨졌습니다)"
평생 잊기 힘든 악몽이었지만 요엘 씨는 정착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테러에 굴복해 종교상의 신념과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나들이에 나선 요엘 씨의 큰아들 메나햄 씨 가족. 메나햄 씨는 가족 나들이에도 늘 허리춤에 총을 갖고 다닙니다. 보안 요원인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러로 가족들의 희생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잠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베텔 정착촌 내 사격 연습장. 언제 있을지 모를 테러 위협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격 훈련입니다. 사격 연습은 모두 실탄을 이용해 실전처럼 진행됩니다. 훈련을 받는 주민들도 진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훈련이 유사시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생각에섭니다.
<인터뷰> 엘아드 쉘리(정착촌 보안 책임자) : "마을에 들어온 테러범에 대처하는 훈련입니다 테러범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테러범을 제압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정착촌엔 긴장감이 더 높아집니다. 보안 요원인 모모도 야간 순찰에 나섰습니다. 정착촌엔 24시간 감시 체제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모모(보안 요원) :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지만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제 일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웃 아랍 지역과의 경계 철조망엔 철조망 이상 유무를 감지하는 감지기가 달려 있습니다. 철조망을 살피는 모모의 표정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금요일 오전. 요엘 씨가 음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해가 지면서 시작되는 안식일을 맞아 미리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유대 종교인들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리는 물론 가스렌지 불을 켜는 것도 일을 하는 것이 돼 성경 말씀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미리 안식일에 먹을 음식을 장만해 놓는 것입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그렇게 합니다. 안식일에는 불도 켜지 않고 토라가 금지한 어떤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엘 씨처럼 정착촌 주민들은 대부분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적대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들에게 정착촌에서의 삶은 단순한 생활이 아니라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주민들은 절대 이 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십년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되찾은 조상들의 땅이기에 더더욱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2년 전,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 정착촌 21개 전부와 서안 내 4개 정착촌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분리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착촌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성토하며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베텔 정착촌 주민들도 국제 사회 여론에 굴복하는 듯한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셰 로젠바움(정착촌 주민 대표) : "우리는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무력을 동원한다 해도 말이죠. 우리는 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곳에 싸움이 있게 될 겁니다. 여기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인들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의 땅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게 정착촌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장은 정반대입니다.
<인터뷰> 라히드(팔레스타인주민) :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은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가 사는 곳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착촌은 중동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미 요르단 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엔 유대인이 43만 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땅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고, 팔레스타인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땅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팔레스타인 분할을 결정한 유엔 결의 60년이 지나도록 평화는 한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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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현장] “절대 이 땅은 포기할 수 없다”
-
- 입력 2007-12-02 08:11:21
<앵커 멘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문젭니다. 이 정착촌들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워졌는데요.
이스라엘 정부도 이제는 정착촌 철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유대인들이 정착촌 사수를 고집하고 있어서 평화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불안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이영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유일신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그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땅입니다. 예루살렘 성곽의 서쪽벽인 이른바 '통곡의 벽'. 옛 이스라엘 왕국의 성벽 일부인 이 벽은 성지 회복을 기원하는 유대인들에겐 영원한 정신적 고향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베텔 정착촌이 눈에 들어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안에 있는 탓에 입구에선 테러 방지를 위한 까다로운 신분 확인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느님의 집'이란 뜻의 '베텔' 정착촌이 세워진 것은 30년 전인 지난 1977년. 신앙심이 깊은 유대인 17가족이 처음 서안 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9백여 가구, 6천여 명으로 인구가 늘었습니다. 이들은 이곳이 성경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준 약속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행정 수도인 라말라입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팔레스타인 핵심 지역에 위치한 탓에 이곳은 늘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정착촌은 테러로 얼룩져 왔습니다. 총격 사건과 로켓 공격은 물론 수시로 자살 폭탄 테러도 이어집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땅에 들어와 있는 정착촌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58살인 요엘 씨도 이 정착촌에서 끔찍한 테러를 겪은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정착촌 건설 초기인 지난 1979년 결혼 두 달 만에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성경에 적힌 대로 하느님이 주신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신앙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이스라엘 땅은 유대 민족에게 속합니다. 이스라엘 땅은 모두 유대 민족의 것입니다. 몇 년 안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0년,50년,100년,300년 후에는 그렇게 될 겁니다."
정착촌이 건설된 것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1967년 이훕니다. 점령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할 필요가 있던 이스라엘 정부가 성지 회복을 꿈꾸던 종교인들을 내세워 점령지 각지에 정착촌 건설을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요엘 씨에게 9년 전 불행이 닥쳤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요엘 씨 가족은 정착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받았습니다. 테러범들이 난사한 120발의 총탄에 요엘 씨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고 부인과 어린 아들 1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아들이 차 안에서 죽는 것을 봤습니다. 아내는 응급 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하고 노력했지만 (숨졌습니다)"
평생 잊기 힘든 악몽이었지만 요엘 씨는 정착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테러에 굴복해 종교상의 신념과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나들이에 나선 요엘 씨의 큰아들 메나햄 씨 가족. 메나햄 씨는 가족 나들이에도 늘 허리춤에 총을 갖고 다닙니다. 보안 요원인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러로 가족들의 희생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잠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베텔 정착촌 내 사격 연습장. 언제 있을지 모를 테러 위협에 대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격 훈련입니다. 사격 연습은 모두 실탄을 이용해 실전처럼 진행됩니다. 훈련을 받는 주민들도 진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훈련이 유사시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생각에섭니다.
<인터뷰> 엘아드 쉘리(정착촌 보안 책임자) : "마을에 들어온 테러범에 대처하는 훈련입니다 테러범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테러범을 제압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정착촌엔 긴장감이 더 높아집니다. 보안 요원인 모모도 야간 순찰에 나섰습니다. 정착촌엔 24시간 감시 체제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모모(보안 요원) :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지만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제 일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웃 아랍 지역과의 경계 철조망엔 철조망 이상 유무를 감지하는 감지기가 달려 있습니다. 철조망을 살피는 모모의 표정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금요일 오전. 요엘 씨가 음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해가 지면서 시작되는 안식일을 맞아 미리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유대 종교인들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리는 물론 가스렌지 불을 켜는 것도 일을 하는 것이 돼 성경 말씀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미리 안식일에 먹을 음식을 장만해 놓는 것입니다.
<인터뷰> 요엘(베텔 정착촌 주민) :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그렇게 합니다. 안식일에는 불도 켜지 않고 토라가 금지한 어떤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요엘 씨처럼 정착촌 주민들은 대부분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적대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들에게 정착촌에서의 삶은 단순한 생활이 아니라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주민들은 절대 이 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십년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되찾은 조상들의 땅이기에 더더욱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2년 전,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 정착촌 21개 전부와 서안 내 4개 정착촌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의 일방적인 분리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착촌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성토하며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베텔 정착촌 주민들도 국제 사회 여론에 굴복하는 듯한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셰 로젠바움(정착촌 주민 대표) : "우리는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무력을 동원한다 해도 말이죠. 우리는 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곳에 싸움이 있게 될 겁니다. 여기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인들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의 땅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게 정착촌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장은 정반대입니다.
<인터뷰> 라히드(팔레스타인주민) :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은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가 사는 곳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착촌은 중동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미 요르단 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엔 유대인이 43만 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땅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고, 팔레스타인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땅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팔레스타인 분할을 결정한 유엔 결의 60년이 지나도록 평화는 한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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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기자 zerosto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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