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대선에 잡힌 예산안

입력 2007.12.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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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해설위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가 다음해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대로라면 12월 2일로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겼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심의가 부진한 것은 접어두더라도 처리 일정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표면적 이유는 예산안의 삭감 규모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5조 원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에 여권은 이를 반대합니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대선을 둘러싼 신경전이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습니다. 대선 전 처리를 주장하는 통합민주신당이나 대선 이후를 고집하는 한나라당 입장 모두 대선 향배와 연결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도 다분히 깔려 있습니다.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둘러싼 기세 싸움입니다.

지난 3차례의 대선 때와 달리 이번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 때문입니다. 예산안 처리에 정략이 개재돼 있다는 얘깁니다. 여권은 당연히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크게 바꾸지 않기를 바랍니다. 반면에 야권은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올해 안에 예산안이 처리될 지도 불확실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준예산이 편성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이야 준예산이 편성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는 차질이 빚어집니다. 준예산은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영향을 받습니다. 국가 기능은 유지되겠지만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입니다. 정기국회 개회 이후 3달여 동안 정작 내년 예산안 심의라는 본래 목적은 뒷전이었습니다. 상임위나 국정감사가 후보 검증을 둘러싼 공방으로 날을 지샜습니다. 나라 살림이나 국민이 내는 세금은 안중에 없었다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물론 현행 제도가 정권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앞선 정부가 편성한 예산 때문에 정책 추진에 제약을 받는 불합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은 막아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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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대선에 잡힌 예산안
    • 입력 2007-12-04 08: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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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해설위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가 다음해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대로라면 12월 2일로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겼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심의가 부진한 것은 접어두더라도 처리 일정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표면적 이유는 예산안의 삭감 규모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5조 원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에 여권은 이를 반대합니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대선을 둘러싼 신경전이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습니다. 대선 전 처리를 주장하는 통합민주신당이나 대선 이후를 고집하는 한나라당 입장 모두 대선 향배와 연결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도 다분히 깔려 있습니다.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둘러싼 기세 싸움입니다. 지난 3차례의 대선 때와 달리 이번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 때문입니다. 예산안 처리에 정략이 개재돼 있다는 얘깁니다. 여권은 당연히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크게 바꾸지 않기를 바랍니다. 반면에 야권은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올해 안에 예산안이 처리될 지도 불확실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준예산이 편성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이야 준예산이 편성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는 차질이 빚어집니다. 준예산은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영향을 받습니다. 국가 기능은 유지되겠지만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입니다. 정기국회 개회 이후 3달여 동안 정작 내년 예산안 심의라는 본래 목적은 뒷전이었습니다. 상임위나 국정감사가 후보 검증을 둘러싼 공방으로 날을 지샜습니다. 나라 살림이나 국민이 내는 세금은 안중에 없었다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물론 현행 제도가 정권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앞선 정부가 편성한 예산 때문에 정책 추진에 제약을 받는 불합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은 막아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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