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잡화시장 ‘이우’

입력 2007.12.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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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어딘지 아시는지요?

중국 저장성의 이우가 바로 그 곳입니다만 성탄절을 앞두고 부쩍 바빠진 이우에서는 전 세계 잡화의 80%인 40만 종이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먹고 살게 없던 불모의 땅에서 궁여지책으로 시장을 세우기 시작한 지 25년 만에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잡화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이제는 제 2의 도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진수 특파원이 이우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저장성 이우시, 우리 청주 정도 크기의 도시인 이곳 이우는 사방을 둘러봐도 상가 건물뿐입니다.

상점 수 5만 8천 개, 대부분 액세서리와 완구 등 이른바 잡화를 취급하는 상점들입니다.

이 상점들을 다 보려면 한 상점에 3분씩 할애해 하루 영업시간인 8시간을 꼬박 돌 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40만 종, 세계 잡화 50만 종 가운데 80%가 여기서 거래됩니다. 이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싼 가격입니다.

<녹취> 위링(물안경 상인): (이거 얼마예요?) “한 개에 162원이고 한 상자에 288개씩 들어가는데 최소 5상자는 주문해야 거래가 됩니다.”

이우에서 거래되는 물량의 60%는 215개 국가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20만 명의 외지 바이어들이 더 나은 품질,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인터뷰> 투르크(터키 바이어):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아서 매년 여기와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어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장 바쁜 곳은 바로 이곳 성탄절 용품점입니다. 성탄절은 서양의 명절이지만 세계 성탄절 용품의 70%는 바로 이곳 이우 시장에서 공급됩니다. 여기서는 한국 바이어도 쉽게 눈에 띕니다.

<인터뷰> 조창진(한국 바이어): “한국 사람들이 볼 때는 조금 모자랄 수 있지만 상품의 가격 대비 품질은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완구류 상점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교적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의 중국산 완구류 수입금지 조처 이후 이곳 이우 시장의 타격은 적지 않습니다.

봉제완구류는 별 문제가 없지만 PVC를 소재로 한 완구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왕샤오전(완구류 상인): “작년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어요. 지금이 성수기인데 과거의 비수기만도 더 못해요.”

그러나 매년 크고 작은 문제는 있지만 지난해 15%의 성장을 기록한 이우는 올해도 그에 가까운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우의 물류 센터, 전국 각지에서 온 화물차들의 집결지로 중국 내 700여 개 화물회사가 250여 지방도시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곳 이우의 물류센터는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화물차들의 총 집결지가 되고 있습니다. 허베이성에서 온 차량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내몽고에서 온 차량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양레이(운전기사): “여기서 내몽고 바오토우까지 가려면 36시간 정도 걸려요.한 2천 킬로미터 되거든요.”

이우의 1980년 초의 모습입니다. 땅도 자원도 넉넉치 않았던 이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것은 바로 이렇게 시장을 만드는 일뿐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집에서 만든 수공업품을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보잘 것 없던 시장가가 불과 25년 만에 세계 최대의 잡화 시장으로 성장한 데는 지방 정부의 몫도 큽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세제 혜택입니다. 영수증 없는 거래를 인정해 준 것입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면서 이우의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부분은 저장 상인들의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40살의 청위후이씨, 이우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저장 상인입니다. 19살 되던 해 중국의 서쪽 끝 신장까지 가서 17년간 장사를 하다가 지난 96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공예품 장사로 연 2억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청 씨가 강조하는 저장 상인의 정신은 인내와 성실, 그리고 저장상인 간의 단결입니다.

<인터뷰> 청위후이(공예품 상인): “저장 상인의 단결력은 일이 생기면 서로 돕고 정보가 있으면 함께 공유하는 데서 생기는 것 같아요.”

이우가 시장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이우에서 불과 8킬로미터 떨어진 인구 80만의 동양시도 나섰습니다.

7천억 원을 들여 상점 2만 개의 상가를 조성하기로 하고 완성된 상가를 시작으로 지난 10월부터 영업에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한적하지만 앞으로 5년이면 이우에 비해 싼 임대료와 긴 임대 기간으로 이우와 승부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동양시는 지역 특산인 목공예품과 내의로 판매 품목을 특화시켜 이우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팡원밍(동양시 국제무역상가 부대표): “일단 같은 품목의 상품 경쟁은 피할 것이지만 그것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결국은 상인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인근 동양시의 도전을 받고 있는 이우는 이에 자극을 받아 국제무역상가 3기 공정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궁궈홍(제3기 국제무역상가 이사장): “(3기 건물이 완성되면) 일부는 국내에서 유명한 브랜드에게 주고 또 일부는 이우에서 활동하는 만 명 이상의 상주 상인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인구 백만의 이우시의 공식적인 1인당 평균 GDP는 3천 달러 정도, 그러나 이는 영수증 없는 거래 때문일 뿐 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25년 만에 가장 부자 동네로 탈바꿈한 이우가 제2의 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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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잡화시장 ‘이우’
    • 입력 2007-12-16 11:04:1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어딘지 아시는지요? 중국 저장성의 이우가 바로 그 곳입니다만 성탄절을 앞두고 부쩍 바빠진 이우에서는 전 세계 잡화의 80%인 40만 종이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먹고 살게 없던 불모의 땅에서 궁여지책으로 시장을 세우기 시작한 지 25년 만에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잡화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이제는 제 2의 도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진수 특파원이 이우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저장성 이우시, 우리 청주 정도 크기의 도시인 이곳 이우는 사방을 둘러봐도 상가 건물뿐입니다. 상점 수 5만 8천 개, 대부분 액세서리와 완구 등 이른바 잡화를 취급하는 상점들입니다. 이 상점들을 다 보려면 한 상점에 3분씩 할애해 하루 영업시간인 8시간을 꼬박 돌 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40만 종, 세계 잡화 50만 종 가운데 80%가 여기서 거래됩니다. 이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싼 가격입니다. <녹취> 위링(물안경 상인): (이거 얼마예요?) “한 개에 162원이고 한 상자에 288개씩 들어가는데 최소 5상자는 주문해야 거래가 됩니다.” 이우에서 거래되는 물량의 60%는 215개 국가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20만 명의 외지 바이어들이 더 나은 품질,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인터뷰> 투르크(터키 바이어):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아서 매년 여기와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어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장 바쁜 곳은 바로 이곳 성탄절 용품점입니다. 성탄절은 서양의 명절이지만 세계 성탄절 용품의 70%는 바로 이곳 이우 시장에서 공급됩니다. 여기서는 한국 바이어도 쉽게 눈에 띕니다. <인터뷰> 조창진(한국 바이어): “한국 사람들이 볼 때는 조금 모자랄 수 있지만 상품의 가격 대비 품질은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완구류 상점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교적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의 중국산 완구류 수입금지 조처 이후 이곳 이우 시장의 타격은 적지 않습니다. 봉제완구류는 별 문제가 없지만 PVC를 소재로 한 완구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왕샤오전(완구류 상인): “작년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어요. 지금이 성수기인데 과거의 비수기만도 더 못해요.” 그러나 매년 크고 작은 문제는 있지만 지난해 15%의 성장을 기록한 이우는 올해도 그에 가까운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우의 물류 센터, 전국 각지에서 온 화물차들의 집결지로 중국 내 700여 개 화물회사가 250여 지방도시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곳 이우의 물류센터는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화물차들의 총 집결지가 되고 있습니다. 허베이성에서 온 차량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내몽고에서 온 차량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양레이(운전기사): “여기서 내몽고 바오토우까지 가려면 36시간 정도 걸려요.한 2천 킬로미터 되거든요.” 이우의 1980년 초의 모습입니다. 땅도 자원도 넉넉치 않았던 이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것은 바로 이렇게 시장을 만드는 일뿐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집에서 만든 수공업품을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보잘 것 없던 시장가가 불과 25년 만에 세계 최대의 잡화 시장으로 성장한 데는 지방 정부의 몫도 큽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세제 혜택입니다. 영수증 없는 거래를 인정해 준 것입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면서 이우의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부분은 저장 상인들의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40살의 청위후이씨, 이우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저장 상인입니다. 19살 되던 해 중국의 서쪽 끝 신장까지 가서 17년간 장사를 하다가 지난 96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공예품 장사로 연 2억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청 씨가 강조하는 저장 상인의 정신은 인내와 성실, 그리고 저장상인 간의 단결입니다. <인터뷰> 청위후이(공예품 상인): “저장 상인의 단결력은 일이 생기면 서로 돕고 정보가 있으면 함께 공유하는 데서 생기는 것 같아요.” 이우가 시장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이우에서 불과 8킬로미터 떨어진 인구 80만의 동양시도 나섰습니다. 7천억 원을 들여 상점 2만 개의 상가를 조성하기로 하고 완성된 상가를 시작으로 지난 10월부터 영업에 들어갔습니다. 아직은 한적하지만 앞으로 5년이면 이우에 비해 싼 임대료와 긴 임대 기간으로 이우와 승부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동양시는 지역 특산인 목공예품과 내의로 판매 품목을 특화시켜 이우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팡원밍(동양시 국제무역상가 부대표): “일단 같은 품목의 상품 경쟁은 피할 것이지만 그것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결국은 상인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인근 동양시의 도전을 받고 있는 이우는 이에 자극을 받아 국제무역상가 3기 공정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궁궈홍(제3기 국제무역상가 이사장): “(3기 건물이 완성되면) 일부는 국내에서 유명한 브랜드에게 주고 또 일부는 이우에서 활동하는 만 명 이상의 상주 상인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인구 백만의 이우시의 공식적인 1인당 평균 GDP는 3천 달러 정도, 그러나 이는 영수증 없는 거래 때문일 뿐 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25년 만에 가장 부자 동네로 탈바꿈한 이우가 제2의 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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