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엉터리 소화기

입력 2008.02.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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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 가스레인지 후드 위에 자동식 소화기가 설치된 것 알고계십니까?

지난 97년부터 최근까지 지어진 아파트에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불이나면 자동으로 불을 끌 수 있는 자동식 소화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당수의 소화기들이 잘못 설치돼서 실제 불이 나도 불을 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방송을 보신 뒤 가스레인지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의 한 아파틉니다.

주방의 가스레인지 후드 안을 살펴봤습니다.환풍기 바로 옆에 비행접시처럼 생긴 것이 보입니다.

<녹취>박인규(현장 소장) : "화재가 이 열감지기를 통해서 화재가 감지되면 이 분사구를 통해서 가스레인지 상부에 분사하도록 그렇게 이 아파트의 경우에는 소방법상 6층 이상의 세대에 설치하도록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열을 감지해 가스를 차단한 뒤 소화액이 분출돼 불을 끌 수 있는 자동식 소화깁니다.

지난 97년부터 부분적으로 자동식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 지난 2005년부터는 모든 아파트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 역시 가스레인지 후드 안에 자동식소화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소화기의 노즐 위치가 좀 다릅니다.

취재진은 지난 97년 이후 준공된 전국의 아파트 10여 곳을 골라 자동식 소화기 설치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그 결과 아파트마다 이 소화기의 노즐 위치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제각각으로 설치된 소화기들은 과연 가스레인지에서 난 불을 효과적으로 끌 수 있는지 소방검정공사와 함께 실험을 해봤습니다.

제조업체가 형식 승인을 받을 때 실시하는 실험과 똑같은 식용유 가열로 인한 화재 실험입니다.

먼저 가스레인지 중앙에 설치됐을 경웁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식용유가 가열되자 잠시 뒤 기름에 불이 붙습니다.

불길이 점점 높게 치솟으면서 열을 감지되자 경보가 울리면서 가스는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얼마 뒤 소화기에서 소화액이 분사되면서 불은 순식간에 꺼집니다.

불이 붙은 지 59초만입니다.

자동식 소화기의 노즐이 가스레인지의 정중앙에 있을 때는 프라이팬에 불이 붙은지 1분도 안되어서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 노즐의 위치를 프라이팬의 가장자리로 옮겨서 과연 불이 꺼질 수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즐과 프라이팬 중심과의 거리는 45센티미터. 식용유가 가열되고 불이 붙습니다.

불길이 치솟은 뒤 역시 열을 감지한 센서가 경보음을 울리고 소화액이 분출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화액이 다 분출됐지만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영기(한국소방검정공사 소화기구팀 차장) : "지금 안 꺼진 경우에는 노즐의 위치와 프라이팬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자동식 소화기가 갖고 있는 소화 효력의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진압을 못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조금 전 실험에서는 이 자동식 소화기의 노즐이 프라이팬의 가장자리로 갔을 때는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노즐과 가스레인지 사이의 간격이 좁혀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보겠습니다.

프라이팬에서 노즐까지의 거리를 60센티미터에서 40센티미터로 줄여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결국 집집마다 제각각인 주방 구조에서 가스레인지 후드가 커서 내려와 있거나 장식장 사이의 거리가 좁을 경우에도 자동식 소화기는 불을 제대로 끌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영기(한국소방검정공사 소화기구팀 차장) : "자동식 소화기의 소화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노즐의 위치와 설치 높이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설치되어야만 최대한의 소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식 소화기는 제품마다 유효 거리와 방호 면적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성능은 가스레인지 후드의 중앙부에 노즐이 설치되야만 제대로 불을 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설치된 것처럼 노즐 위치가 오른쪽이나 왼쪽 끝에 있을 경우 앞서 실험에서 본 것처럼 불을 제대로 끌 수 없다는 얘깁니다.

노즐이 회전식으로 되어 있는 모델 역시 대부분의 집에서는 주부들이 후드 청소를 위해 돌려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식 소화기가 잘못 설치된 한 아파트.

그렇다면 이처럼 엉터리로 설치됐는데 어떻게 소방 완공검사 필증이 날 수 있었을까?

제품 설명서에는 노즐을 후드의 중앙에 노출시켜 설치하도록 했지만 이 아파트에는 왼쪽 위에 설치돼 있습니다.

관할 소방서는 과연 이렇게 설치된 것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건설 도면입니다.

가스렌지 후드의 중앙에 자동식 소화기가 설치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녹취> 소방서 관계자 : "(이건 잘 작동된다 이런 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설치될게 다 설치돼있고 동작테스트를 해도 이상이 없다라고 해서 양호하다는 동그라미를 표시한거죠."

관할 소방서는 감리업체의 보고서만을 보고 소방 필증을 내주기 때문에 잘못 설치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깁니다.

결국 감리업체의 감리결과 보고서를 문서상으로만 보고 도장을 찍어주는 셈.

그렇다면 소방 감리업체는 어떻게 감리 결과 보고서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를 했을까?

<녹취> 감리업체 관계자 : "자동식 소화기에 대해서는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없고, 터뜨려볼 수도 없고 주방에서 준공한다고 터뜨렸다간...오로지 그걸 실제 형식 승인 받으면서 제조하는데에서
설치하는 그 사람들의 기준을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자동식 소화기가 오히려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집집마다 원인모를 가스레인지 후드 화재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유없이 레인지 후드에서 잇따라 불이 난 것입니다.

<인터뷰> 정덕현(아파트 관리사무소 과장) : "최초에 났을 때는 저희도 사실 몰랐습니다. 몰랐는데 3,4년 지나다 보니까 렌지 후드 그쪽에서 자꾸 합선이 되니까 이제 문제가 있구나 생각을 해서 그랬는데, 처음에는 저희도 몰랐습니다."

불을 끄려고 달아놓은 자동식 소화기가 오히려 불을 낸 것입니다.

<인터뷰> 추연두(소방서 대장) : "소화용기에서 압력 누출된 소화액이 이 방출배관을 따라 이 밑에 있는 패드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고 여기 연결상태 불량으로 해서 여기에서 바로 누출이 돼서 이 노즐을 타고 내려와서 전원부로 들어가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시행사와 건설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공방을 벌인 가운데 주민들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까지 제기했고, 결국 고충위는 자동식 소화기로 인한 화재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아니함은 관리주체의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여진다는 권고안을 냈습니다.

결국 시공사인 SK건설측에서 아파트마다 받침대를 설치해주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임시방편입니다.

<녹취> "빼고 그냥 기다리라고 하던데요. 언제 올지 모른다고. (저게 뭔지는 아시죠?) 예. 화재나면 자동으로 터져서 여기 퍼지는거 아닙니까? (근데 업체에서 점검하라고 하니까 빼놓고 있으래요?)예.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하죠. (근데 그냥 기다리고 계신거예요?) 예..."

지난해 전체 화재 가운데 주택과 아파트 화재는 5944건. 이 가운데 음식물조리중 부주의는
전체 절반에 이릅니다.

때문에 가스레인지 화재를 막기 위한 소방법도 해마다 강화돼 왔습니다.

자동식 소화기는 지난 94년 11층 이상 아파트의 11층 이상의 층에, 다시 97년에 6층 이상의 층에, 다시 2005년부터는 모든 아파트 설치가 의무화됐고, 위반시 2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현행 소방법에 나와있는 자동식 소화기 노즐의 설치 규정은 단 한줄입니다.

<인터뷰> 최성철(소방방재청 과학화기반팀) : "소화 범위에 포함된 영역을 유효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경우에 소방시설 완공검사 필증을 교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결국 설치만 의무화했을뿐,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제조업체, 인테리어 업체 등은 주먹구구식으로 자동식 소화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까다로운 감리가 실시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선(소방기술사) : "예를 들면 갑과 을의 관계거든요. 그럼 종속적인 관계에서 감리자의 지위가 과연 독립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돼있느냐는 좀 계약상에서 약자란 얘기죠. 감리자는 발주자한테 절대적 을에 해당됩니다. 물론 업무상에는 법에는 감리자가 갑의 지위를 획득하지만 그러나 지금 현재 소방감리원들이..."

해마다 증가되고 있는 가정 화재를 막기 위해 각 가정마다 설치되고 있는 자동식 소화기. 하지만 형식적인 감리 속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자동식 소화기들이 오늘도 각 가정마다 설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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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 엉터리 소화기
    • 입력 2008-02-04 10:14:34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 가스레인지 후드 위에 자동식 소화기가 설치된 것 알고계십니까? 지난 97년부터 최근까지 지어진 아파트에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불이나면 자동으로 불을 끌 수 있는 자동식 소화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당수의 소화기들이 잘못 설치돼서 실제 불이 나도 불을 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방송을 보신 뒤 가스레인지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의 한 아파틉니다. 주방의 가스레인지 후드 안을 살펴봤습니다.환풍기 바로 옆에 비행접시처럼 생긴 것이 보입니다. <녹취>박인규(현장 소장) : "화재가 이 열감지기를 통해서 화재가 감지되면 이 분사구를 통해서 가스레인지 상부에 분사하도록 그렇게 이 아파트의 경우에는 소방법상 6층 이상의 세대에 설치하도록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열을 감지해 가스를 차단한 뒤 소화액이 분출돼 불을 끌 수 있는 자동식 소화깁니다. 지난 97년부터 부분적으로 자동식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 지난 2005년부터는 모든 아파트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 역시 가스레인지 후드 안에 자동식소화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소화기의 노즐 위치가 좀 다릅니다. 취재진은 지난 97년 이후 준공된 전국의 아파트 10여 곳을 골라 자동식 소화기 설치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그 결과 아파트마다 이 소화기의 노즐 위치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제각각으로 설치된 소화기들은 과연 가스레인지에서 난 불을 효과적으로 끌 수 있는지 소방검정공사와 함께 실험을 해봤습니다. 제조업체가 형식 승인을 받을 때 실시하는 실험과 똑같은 식용유 가열로 인한 화재 실험입니다. 먼저 가스레인지 중앙에 설치됐을 경웁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식용유가 가열되자 잠시 뒤 기름에 불이 붙습니다. 불길이 점점 높게 치솟으면서 열을 감지되자 경보가 울리면서 가스는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얼마 뒤 소화기에서 소화액이 분사되면서 불은 순식간에 꺼집니다. 불이 붙은 지 59초만입니다. 자동식 소화기의 노즐이 가스레인지의 정중앙에 있을 때는 프라이팬에 불이 붙은지 1분도 안되어서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 노즐의 위치를 프라이팬의 가장자리로 옮겨서 과연 불이 꺼질 수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즐과 프라이팬 중심과의 거리는 45센티미터. 식용유가 가열되고 불이 붙습니다. 불길이 치솟은 뒤 역시 열을 감지한 센서가 경보음을 울리고 소화액이 분출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화액이 다 분출됐지만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영기(한국소방검정공사 소화기구팀 차장) : "지금 안 꺼진 경우에는 노즐의 위치와 프라이팬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자동식 소화기가 갖고 있는 소화 효력의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진압을 못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조금 전 실험에서는 이 자동식 소화기의 노즐이 프라이팬의 가장자리로 갔을 때는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노즐과 가스레인지 사이의 간격이 좁혀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보겠습니다. 프라이팬에서 노즐까지의 거리를 60센티미터에서 40센티미터로 줄여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결국 집집마다 제각각인 주방 구조에서 가스레인지 후드가 커서 내려와 있거나 장식장 사이의 거리가 좁을 경우에도 자동식 소화기는 불을 제대로 끌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영기(한국소방검정공사 소화기구팀 차장) : "자동식 소화기의 소화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노즐의 위치와 설치 높이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설치되어야만 최대한의 소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식 소화기는 제품마다 유효 거리와 방호 면적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성능은 가스레인지 후드의 중앙부에 노즐이 설치되야만 제대로 불을 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설치된 것처럼 노즐 위치가 오른쪽이나 왼쪽 끝에 있을 경우 앞서 실험에서 본 것처럼 불을 제대로 끌 수 없다는 얘깁니다. 노즐이 회전식으로 되어 있는 모델 역시 대부분의 집에서는 주부들이 후드 청소를 위해 돌려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식 소화기가 잘못 설치된 한 아파트. 그렇다면 이처럼 엉터리로 설치됐는데 어떻게 소방 완공검사 필증이 날 수 있었을까? 제품 설명서에는 노즐을 후드의 중앙에 노출시켜 설치하도록 했지만 이 아파트에는 왼쪽 위에 설치돼 있습니다. 관할 소방서는 과연 이렇게 설치된 것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건설 도면입니다. 가스렌지 후드의 중앙에 자동식 소화기가 설치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녹취> 소방서 관계자 : "(이건 잘 작동된다 이런 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설치될게 다 설치돼있고 동작테스트를 해도 이상이 없다라고 해서 양호하다는 동그라미를 표시한거죠." 관할 소방서는 감리업체의 보고서만을 보고 소방 필증을 내주기 때문에 잘못 설치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깁니다. 결국 감리업체의 감리결과 보고서를 문서상으로만 보고 도장을 찍어주는 셈. 그렇다면 소방 감리업체는 어떻게 감리 결과 보고서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를 했을까? <녹취> 감리업체 관계자 : "자동식 소화기에 대해서는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없고, 터뜨려볼 수도 없고 주방에서 준공한다고 터뜨렸다간...오로지 그걸 실제 형식 승인 받으면서 제조하는데에서 설치하는 그 사람들의 기준을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자동식 소화기가 오히려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집집마다 원인모를 가스레인지 후드 화재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유없이 레인지 후드에서 잇따라 불이 난 것입니다. <인터뷰> 정덕현(아파트 관리사무소 과장) : "최초에 났을 때는 저희도 사실 몰랐습니다. 몰랐는데 3,4년 지나다 보니까 렌지 후드 그쪽에서 자꾸 합선이 되니까 이제 문제가 있구나 생각을 해서 그랬는데, 처음에는 저희도 몰랐습니다." 불을 끄려고 달아놓은 자동식 소화기가 오히려 불을 낸 것입니다. <인터뷰> 추연두(소방서 대장) : "소화용기에서 압력 누출된 소화액이 이 방출배관을 따라 이 밑에 있는 패드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고 여기 연결상태 불량으로 해서 여기에서 바로 누출이 돼서 이 노즐을 타고 내려와서 전원부로 들어가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시행사와 건설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공방을 벌인 가운데 주민들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까지 제기했고, 결국 고충위는 자동식 소화기로 인한 화재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아니함은 관리주체의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여진다는 권고안을 냈습니다. 결국 시공사인 SK건설측에서 아파트마다 받침대를 설치해주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임시방편입니다. <녹취> "빼고 그냥 기다리라고 하던데요. 언제 올지 모른다고. (저게 뭔지는 아시죠?) 예. 화재나면 자동으로 터져서 여기 퍼지는거 아닙니까? (근데 업체에서 점검하라고 하니까 빼놓고 있으래요?)예.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하죠. (근데 그냥 기다리고 계신거예요?) 예..." 지난해 전체 화재 가운데 주택과 아파트 화재는 5944건. 이 가운데 음식물조리중 부주의는 전체 절반에 이릅니다. 때문에 가스레인지 화재를 막기 위한 소방법도 해마다 강화돼 왔습니다. 자동식 소화기는 지난 94년 11층 이상 아파트의 11층 이상의 층에, 다시 97년에 6층 이상의 층에, 다시 2005년부터는 모든 아파트 설치가 의무화됐고, 위반시 2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현행 소방법에 나와있는 자동식 소화기 노즐의 설치 규정은 단 한줄입니다. <인터뷰> 최성철(소방방재청 과학화기반팀) : "소화 범위에 포함된 영역을 유효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경우에 소방시설 완공검사 필증을 교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결국 설치만 의무화했을뿐,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제조업체, 인테리어 업체 등은 주먹구구식으로 자동식 소화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까다로운 감리가 실시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선(소방기술사) : "예를 들면 갑과 을의 관계거든요. 그럼 종속적인 관계에서 감리자의 지위가 과연 독립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돼있느냐는 좀 계약상에서 약자란 얘기죠. 감리자는 발주자한테 절대적 을에 해당됩니다. 물론 업무상에는 법에는 감리자가 갑의 지위를 획득하지만 그러나 지금 현재 소방감리원들이..." 해마다 증가되고 있는 가정 화재를 막기 위해 각 가정마다 설치되고 있는 자동식 소화기. 하지만 형식적인 감리 속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자동식 소화기들이 오늘도 각 가정마다 설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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