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난 대책 전무…‘예고된 참사’

입력 2008.02.1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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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고는 알고보면 예고된 참사였습니다.

그간 숱한 문화재 화재가 잇따랐지만, 별도의 메뉴얼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법규도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박석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보 1호가 무너질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소중한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해야 할 법규부터 유명무실합니다.

문화재 화재 관련 유일한 법 규정이라곤 화재 예방과 진화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있는 것뿐이지만 실제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내용이 전무합니다.

문화재에 소화 시설이나 경보 장치를 구비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에, 일반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프링클러 조차 없는 이윱니다.

<인터뷰> 최이태(문화재청 안전과장) :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은 없다. 외부에서만 있지, 내부는 시스템이 없다."

규정이 없다 보니 목조 문화재의 특성을 감안한 화재 대처 요령 즉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불을 끄는 소방방재청과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유기적 공조와 판단이 시급했지만 애초 기대하는 게 무리였습니다.

화재를 가상한 소방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보급 문화재의 수난은 과거에도 끊이질 않았고 또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취객의 방화로 불에 타버린 수원 화성.

역시 방화로 피해 입은 창경궁 문정전.

사상 최악의 문화재 훼손으로 꼽히는 낙산사 소실.

모두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상구(건축문화재 과장) : "(동대문에 불이 나면 막을 방법이 없네요? 뜯을 장비도 없고) 한식 구조의 맹점이라고 하면 맹점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항입니다."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해인사와 봉정사 등 단 4곳 만이 지정됐을 뿐입니다.

나머지 전국 백 20여 곳은 화재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습니다.

한순간 실수로 흉측한 모습만 남은 한국의 얼굴 숭례문, 무대책과 안전 불감증이 빚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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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재난 대책 전무…‘예고된 참사’
    • 입력 2008-02-12 06:06:38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고는 알고보면 예고된 참사였습니다. 그간 숱한 문화재 화재가 잇따랐지만, 별도의 메뉴얼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법규도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박석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보 1호가 무너질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소중한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해야 할 법규부터 유명무실합니다. 문화재 화재 관련 유일한 법 규정이라곤 화재 예방과 진화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있는 것뿐이지만 실제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내용이 전무합니다. 문화재에 소화 시설이나 경보 장치를 구비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에, 일반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프링클러 조차 없는 이윱니다. <인터뷰> 최이태(문화재청 안전과장) :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은 없다. 외부에서만 있지, 내부는 시스템이 없다." 규정이 없다 보니 목조 문화재의 특성을 감안한 화재 대처 요령 즉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불을 끄는 소방방재청과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유기적 공조와 판단이 시급했지만 애초 기대하는 게 무리였습니다. 화재를 가상한 소방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보급 문화재의 수난은 과거에도 끊이질 않았고 또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취객의 방화로 불에 타버린 수원 화성. 역시 방화로 피해 입은 창경궁 문정전. 사상 최악의 문화재 훼손으로 꼽히는 낙산사 소실. 모두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상구(건축문화재 과장) : "(동대문에 불이 나면 막을 방법이 없네요? 뜯을 장비도 없고) 한식 구조의 맹점이라고 하면 맹점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항입니다."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해인사와 봉정사 등 단 4곳 만이 지정됐을 뿐입니다. 나머지 전국 백 20여 곳은 화재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습니다. 한순간 실수로 흉측한 모습만 남은 한국의 얼굴 숭례문, 무대책과 안전 불감증이 빚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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