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해설] ‘국보 1호’와 자존심

입력 2008.02.12 (06:54) 수정 2008.02.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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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였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참상이었습니다. 국보 1호가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결국 숯덩이로 변한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국민의 심정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서울의 한 복판에 있는 국가 상징 문화재를 이렇게 잃고 말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불을 왜 못 끄는지, 문화재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이런지 말문이 막힙니다.
지금까지 조사로는 ‘적심’이라고 하는 기와 안쪽의 목재 구조물에 불이 붙어 소방 냉각수가 미치지 못한 것이 맹점이었습니다. 물이 기와를 타고 흘러내리는 동안 적심은 이미 타들어 갔습니다.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에서 신중한 진화작업을 주문한 데다 기와 지붕이 얼어붙어 올라가기도 뜯어내기도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이것만 봐도 한식 구조물에 대한 우리의 방재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시켜 줍니다. 숭례문엔 1분 이내로 출동이 가능하다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재감지 센서도 없었다니 어이없습니다.
관리도 마찬가집니다. 밤에는 사설 보안 시스템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1년 전 문화재청엔 숭례문의 방화 가능성이 제보되기도 했지만 대책은 강화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지정 문화재 가운데 목조건축물은 약 1,600개에 이릅니다. 국보가 22개, 보물이 100여 개 그리고 나머지는 중요 민속자료와 기념물 등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목재가 마를 대로 말라 화재에 매우 취약합니다.
문화재청은 3년 전 낙산사 화재 이후 목조문화재에 방재 시스템을 구축중입니다. 수막설비와 경보시설을 갖추는 정돕니다. 하지만 침입자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거나 이번처럼 불을 보고도 끄지 못하는 소방은 방재가 아닙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근본적인 대책이 원점에서 다시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문화유산은 유형의 가치를 넘어 정신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숭례문은 조선의 건국이념을 담고 있는 동시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입니다. 국민의 가장 사랑 받는 문화유산이요, 자존심입니다. 그 섬세하고 웅장한 모습에는 결코 우리의 가슴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습니다. 완벽한 복원 사업을 통해 위용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 문화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민족유산입니다. 그 책임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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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해설] ‘국보 1호’와 자존심
    • 입력 2008-02-12 06:15:17
    • 수정2008-02-12 10:15:41
    뉴스광장 1부
[이준삼 해설위원]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였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참상이었습니다. 국보 1호가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결국 숯덩이로 변한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국민의 심정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서울의 한 복판에 있는 국가 상징 문화재를 이렇게 잃고 말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불을 왜 못 끄는지, 문화재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이런지 말문이 막힙니다. 지금까지 조사로는 ‘적심’이라고 하는 기와 안쪽의 목재 구조물에 불이 붙어 소방 냉각수가 미치지 못한 것이 맹점이었습니다. 물이 기와를 타고 흘러내리는 동안 적심은 이미 타들어 갔습니다.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에서 신중한 진화작업을 주문한 데다 기와 지붕이 얼어붙어 올라가기도 뜯어내기도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이것만 봐도 한식 구조물에 대한 우리의 방재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시켜 줍니다. 숭례문엔 1분 이내로 출동이 가능하다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재감지 센서도 없었다니 어이없습니다. 관리도 마찬가집니다. 밤에는 사설 보안 시스템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1년 전 문화재청엔 숭례문의 방화 가능성이 제보되기도 했지만 대책은 강화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지정 문화재 가운데 목조건축물은 약 1,600개에 이릅니다. 국보가 22개, 보물이 100여 개 그리고 나머지는 중요 민속자료와 기념물 등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목재가 마를 대로 말라 화재에 매우 취약합니다. 문화재청은 3년 전 낙산사 화재 이후 목조문화재에 방재 시스템을 구축중입니다. 수막설비와 경보시설을 갖추는 정돕니다. 하지만 침입자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거나 이번처럼 불을 보고도 끄지 못하는 소방은 방재가 아닙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근본적인 대책이 원점에서 다시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문화유산은 유형의 가치를 넘어 정신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숭례문은 조선의 건국이념을 담고 있는 동시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입니다. 국민의 가장 사랑 받는 문화유산이요, 자존심입니다. 그 섬세하고 웅장한 모습에는 결코 우리의 가슴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습니다. 완벽한 복원 사업을 통해 위용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 문화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민족유산입니다. 그 책임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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