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안전 대책 없는 문화재 개방

입력 2008.02.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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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가까이서 문화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할 수는 없겠죠?

개방은 하되 어떤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지 구경하 기자와 생각해 보겠습니다

올해 흥인지문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죠?

<리포트>

네, 지난 2004년 창덕궁 후원이 개방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경복궁 경회루, 2006년에 숭례문이 일반에 개방됐는데요, 오는 6월에는 흥인지문도 개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화재 같은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 안전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 유산을 개방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숭례문 개방을 주도한 것은 서울시였습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역에서 숭례문을 거쳐 시청 앞, 광화문에 이르는 거리를 시민들이 걸을 수 있도록 한다며, 광장을 조성하고 횡단 보도를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이명박(당시 서울시장) : "시민들이 접근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우리사회가 열린 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화재청이 안전 문제를 들어 개방에 미온적이자, 서울시는 문화재청에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했습니다.

<녹취> 문화재청 관계자 : "서울시에서 청계천 오픈하면서 (숭례문개방) 연계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숭례문 개방 이후 방화나 훼손을 막기 위한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관리자가 한 명뿐이었고 관리자가 퇴근한 뒤에는 무인 경비 시스템만이 작동했습니다.

이처럼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숭례문에는 출입이 통제된 시간에도 술 취한 사람이 제지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순자(인근 상인) : "전에 봤어요. (일반인이) 계단 올라가는 거, 계단에 올라가고 그러면 경찰 분들하고 구청 직원 분들하고 출동해서 내려오고..."

심지어 노숙자들은 숭례문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고기를 구워먹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울역 노숙자 : "밤에 숭례문 정문 넘어 올라가 자죠. 부탄가스 켜놓고 삼겹살도 구워먹죠."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건 서울시뿐만이 아닙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낙산사가 불에 탄 뒤 목조 문화재 화재를 대비해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한다, 분말소화기를 이용해 최단시간에 소화한다 등 일반 화재와 별 차이 없는 내용만 담겨있을 뿐 목조 문화재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침은 전혀 없습니다.

1년 뒤 창경궁과 수원 화성 서장대에 불이 나자 첨단 방재 시스템 설치하겠다고 대책을 또 내놨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에는 아무 방재 시설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안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물 1호인 흥인지문, 동대문이 오는 6월에 개방될 예정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녹취> 손봉세(경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 : "야간에는 관람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특히 외부침입자를 감지할 수 있도록 침입자 감지 센서를 설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치밀한 안전 대책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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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2-13 07: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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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가까이서 문화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할 수는 없겠죠? 개방은 하되 어떤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지 구경하 기자와 생각해 보겠습니다 올해 흥인지문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죠? <리포트> 네, 지난 2004년 창덕궁 후원이 개방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경복궁 경회루, 2006년에 숭례문이 일반에 개방됐는데요, 오는 6월에는 흥인지문도 개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화재 같은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 안전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 유산을 개방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숭례문 개방을 주도한 것은 서울시였습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역에서 숭례문을 거쳐 시청 앞, 광화문에 이르는 거리를 시민들이 걸을 수 있도록 한다며, 광장을 조성하고 횡단 보도를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이명박(당시 서울시장) : "시민들이 접근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우리사회가 열린 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화재청이 안전 문제를 들어 개방에 미온적이자, 서울시는 문화재청에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했습니다. <녹취> 문화재청 관계자 : "서울시에서 청계천 오픈하면서 (숭례문개방) 연계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숭례문 개방 이후 방화나 훼손을 막기 위한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관리자가 한 명뿐이었고 관리자가 퇴근한 뒤에는 무인 경비 시스템만이 작동했습니다. 이처럼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숭례문에는 출입이 통제된 시간에도 술 취한 사람이 제지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순자(인근 상인) : "전에 봤어요. (일반인이) 계단 올라가는 거, 계단에 올라가고 그러면 경찰 분들하고 구청 직원 분들하고 출동해서 내려오고..." 심지어 노숙자들은 숭례문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고기를 구워먹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울역 노숙자 : "밤에 숭례문 정문 넘어 올라가 자죠. 부탄가스 켜놓고 삼겹살도 구워먹죠."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건 서울시뿐만이 아닙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낙산사가 불에 탄 뒤 목조 문화재 화재를 대비해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한다, 분말소화기를 이용해 최단시간에 소화한다 등 일반 화재와 별 차이 없는 내용만 담겨있을 뿐 목조 문화재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침은 전혀 없습니다. 1년 뒤 창경궁과 수원 화성 서장대에 불이 나자 첨단 방재 시스템 설치하겠다고 대책을 또 내놨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에는 아무 방재 시설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안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물 1호인 흥인지문, 동대문이 오는 6월에 개방될 예정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녹취> 손봉세(경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 : "야간에는 관람시간을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특히 외부침입자를 감지할 수 있도록 침입자 감지 센서를 설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치밀한 안전 대책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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