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화재 위험 방치된 ‘문묘’

입력 2008.02.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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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참사로 문화재 관리부실에 대한 질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기 또다른 숭례문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문묘입니다.

지난 2005년, KBS 등 몇몇 언론에서 화재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뉴스 후 오늘', 윤 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자를 비롯한 옛 성인들에게 제사 지내는 의식 '석전대제'가 치러지는 문묘.

대성전과 명륜당 등 조선시대 건물 5개가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어, 보물 141호이자 사적 143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녹취> 현장추적(2005년 1월 19일) : "바닥에는 임시로 전열판을 깔았고 가스 스토브도 보입니다."

이렇게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가 KBS를 통해 보도됐고

당국은 대책으로 민간단체에 퇴거명령을 내렸고 변상금도 요구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천원짜리 지폐에도 나올만큼 중요 문화재인 명륜당.

당연히 나갔어야 할 민간단체가 여전히 이곳에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석전대제를 보존한다는 단체인 석전보존회는 그동안 당국에서 퇴거명령을 받긴 했지만 나갈 곳을 구하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녹취> 석전보존회 관계자 : "임대차 계약이 돼 있잖아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 걸 나가라고 하니까.(유림회관 안 에 들어갈 공간이 없었던 거네요.) 그렇죠.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여의치를 못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사무집기가 즐비하고 책상마다 전열기가 연결돼 있습니다.

바닥엔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일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누전이 걱정될 정돕니다.

기름을 쓰는 난방기도 있습니다.

연료인 석유를 사무실 한 쪽 구석에 숨겨 놓고 있습니다.

소화 장비는 점검 상태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소화기 몇 대 뿐입니다.

중요 문화재 안에 난방기구와 인화물질을 놓아 둔 것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석전보존회 관계자 : "낮에 사무를 봐야 되잖아요. 사무를 봐야 되니까 난방용으로 조금씩 쓰고..."

사정이 이런데도 국보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청은 퇴거 요청 공문을 3차례 보내고 변상금 4500만원을 부과했다며 할일을 다했다는 반응입니다.

불법 점유 사실을 따지는 추궁엔 나갈 곳을 구하지 못했다는 단체측 변명을 그대로 옮긴 듯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손붕숙(의원/국정감사 자료) : 명륜당입니다. 보물 141호 죠. 이것이 불법 점유되고 있는 것 아시죠?"

<녹취> 유홍준(청장/국정감사 자료) : "네, 알고 있습니다. 나갈 준 비가 안 돼서 지금..."

명륜당 관리를 맡고 있는 종로구청. 구청 측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오늘 아침 부랴부랴 전선을 끊고 내부 집기들을 들어냈습니다.

<인터뷰> 이병호(종로구청 문화체육과장) : "왜 안하려고 했겠어요. 일반적인 거주와 다르기 때문에 이걸 원만히 해결하려다 보 니까... 2월15일까지 안 비우면 우리가 조 처를 취하려고 했습니다."

숭례문 화재 참사가 난지 나흘. 그동안에도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철거에 나선 종로구청.

우리의 문화재들.

여전히 임시방편, 늑장행정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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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후 오늘] 화재 위험 방치된 ‘문묘’
    • 입력 2008-02-14 20:17:08
    뉴스타임
<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참사로 문화재 관리부실에 대한 질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기 또다른 숭례문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문묘입니다. 지난 2005년, KBS 등 몇몇 언론에서 화재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뉴스 후 오늘', 윤 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자를 비롯한 옛 성인들에게 제사 지내는 의식 '석전대제'가 치러지는 문묘. 대성전과 명륜당 등 조선시대 건물 5개가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어, 보물 141호이자 사적 143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녹취> 현장추적(2005년 1월 19일) : "바닥에는 임시로 전열판을 깔았고 가스 스토브도 보입니다." 이렇게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가 KBS를 통해 보도됐고 당국은 대책으로 민간단체에 퇴거명령을 내렸고 변상금도 요구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천원짜리 지폐에도 나올만큼 중요 문화재인 명륜당. 당연히 나갔어야 할 민간단체가 여전히 이곳에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석전대제를 보존한다는 단체인 석전보존회는 그동안 당국에서 퇴거명령을 받긴 했지만 나갈 곳을 구하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녹취> 석전보존회 관계자 : "임대차 계약이 돼 있잖아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 걸 나가라고 하니까.(유림회관 안 에 들어갈 공간이 없었던 거네요.) 그렇죠.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여의치를 못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사무집기가 즐비하고 책상마다 전열기가 연결돼 있습니다. 바닥엔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일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누전이 걱정될 정돕니다. 기름을 쓰는 난방기도 있습니다. 연료인 석유를 사무실 한 쪽 구석에 숨겨 놓고 있습니다. 소화 장비는 점검 상태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소화기 몇 대 뿐입니다. 중요 문화재 안에 난방기구와 인화물질을 놓아 둔 것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석전보존회 관계자 : "낮에 사무를 봐야 되잖아요. 사무를 봐야 되니까 난방용으로 조금씩 쓰고..." 사정이 이런데도 국보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재청은 퇴거 요청 공문을 3차례 보내고 변상금 4500만원을 부과했다며 할일을 다했다는 반응입니다. 불법 점유 사실을 따지는 추궁엔 나갈 곳을 구하지 못했다는 단체측 변명을 그대로 옮긴 듯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손붕숙(의원/국정감사 자료) : 명륜당입니다. 보물 141호 죠. 이것이 불법 점유되고 있는 것 아시죠?" <녹취> 유홍준(청장/국정감사 자료) : "네, 알고 있습니다. 나갈 준 비가 안 돼서 지금..." 명륜당 관리를 맡고 있는 종로구청. 구청 측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오늘 아침 부랴부랴 전선을 끊고 내부 집기들을 들어냈습니다. <인터뷰> 이병호(종로구청 문화체육과장) : "왜 안하려고 했겠어요. 일반적인 거주와 다르기 때문에 이걸 원만히 해결하려다 보 니까... 2월15일까지 안 비우면 우리가 조 처를 취하려고 했습니다." 숭례문 화재 참사가 난지 나흘. 그동안에도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철거에 나선 종로구청. 우리의 문화재들. 여전히 임시방편, 늑장행정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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