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코소보, 발칸 화약고 재점화?

입력 2008.02.17 (11:17) 수정 2008.02.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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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셋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동유럽 발칸반도에 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는 코소보가 금명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계획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종청소를 자행했던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즉각 보복 조처에 나서겠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초읽기에 들어간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어서 국제 정치 역학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윤양균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거 유고연방의 수도이자 현재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

20세기이후 거의 20년 간격으로 전쟁을 겪으면서 숱한 건물들이 파괴되고 복구되기를 반복했습니다.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관공서 거리에는 옛 유고연방 시절의 거대한 국방부 건물이 무너진 채 흉물스럽게 남아있습니다.

지난 1999년 9주동안 계속된 나토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후 9년째 방치된 것입니다.

길 건너 별관 건물도 처참하게 부서져 있고, 다른 관공서 건물 벽에는 파편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오폭 여부로 논란이 일었던 중국 대사관 건물도 폭격 당시 부서진 모습 그대로입니다.

나토군의 세르비아 공습은 세르비아 군대가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주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이른바 인종청소가 계기가 됐습니다.

코소보 주민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 계 주민들은 당시 독립을 주장하며 자체 무장조직을 만들었고, 세르비아 군대가 이를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개입까지 불러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나토군의 공습을 견디다 못한 세르비아 군대가 철수한 이후 코소보 지역은 지금까지 유엔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남게 됐습니다.

세르비아에서 코소보로 들어가는 길목....

코소보는 아직까지 세르비아의 영토이지만 마치 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가듯 검문 초소를 거쳐야 합니다.

유엔에서 관리하는 검문소는 취재진의 촬영을 제지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면 코소보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사는 지역이 나옵니다.

코소보 인구 210만명 가운데 세르비아 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안됩니다.

내전이 끝난 지 9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알바니아계 주민들과 섞여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의 소도시인 미트로비차는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곳입니다.

다리 이북에 살고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저 다리를 넘어서는 안될 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리 양쪽은 유엔에서 파견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괜히 다리를 넘었다 어떤 봉변을 당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양측에 팽배합니다.

과거 양측간의 교전으로 만명 이상이 숨진 끔직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옐레나(세르비아계 주민) : "코소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럴겁니다."

세르비아 지역에서 2백미터 남짓 길이의 다리를 건너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광장 중앙에 위치한 무슬림 사원은 이곳이 알바니아 계가 사는 곳임을 말해줍니다.

어디서 무력충돌이 생길 지 몰라 유엔 경비 차량이 순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코소보 남쪽지역 대부분은 알바니아계 주민들만 살고 있습니다.

중심도시인 프리슈티나에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고, 거리 곳곳에는 UN평화유지군을 환영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습니다.

코소보의 독립을 지원하고, 세르비아의 침략을 막아줄 든든한 후원자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EU회원국 대부분과 미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프리슈티나는 지금 형식적으로는 세르비아의 영토이지만 코소보가 독립한다면 행정수도가 될 제1의 중심도시입니다.

거리 곳곳에서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금방이라도 이뤄질 줄 알았던 독립이 너무 오랫동안 미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달디쉬(알바니아계 주민) : "빨리 독립을 선언해야합니다. 더 이상 못참겠습니다. 겉으로만 안정된 모습이죠"

<인터뷰>가쉬(알바니아계 주민) : "(코소보 자치정부가)독립을 당장 선언해야 합니다. 10년을 기다렸습니다."

이같은 불만이 증폭되면서 코소보의 안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내부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0일 타치 코소보 총리가 조만간 독립을 선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녹취>타치(코소보 총리/지난10일) : "현재 100여개국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주 내에 독립을 선포할 것이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코소보 영유권을 가진 세르비아가 이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리 없습니다.

지난 3일 치러진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

유럽연합 가입 등 친 서방정책을 펴 온 타디치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타디치(세르비아 대통령) : "이번 선거는 세르비아가 유럽 민주주의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 승리이고 결과입니다."

상대후보는 EU가입보다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조한 세르비아 강경 민족세력의 대변자 니콜리치.

친 서방이냐, 친 러시아냐로 관심을 모은 대선은 결국 세르비아의 EU가입을 내세운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는 3%포인트가 채 안될만큼 박빙이었습니다.

이번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EU에 가입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세르비아의 EU가입은 코소보 독립과 맞물려 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세르비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르비아 국민들은 EU가입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코소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코초비츠(전 유고연방 외교특사) : "세르비아의 문화,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코소보에서 시작됐고 벌써 천 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코소보 독립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친서방 정책을 펴는 세르비아의 여당 역시 이같은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신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해야 코소보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국민들의 표를 얻었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인 점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르코비츠(민주당 대변인) : "딜레마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해야 코소보에 대한 우리의 합법적인 주장을 펼 수 있습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서는 코소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낙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당 후보인 니콜리치는 지난 대선에서 코소보 독립은 무력을 써서라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세르비아 의회도 니콜리치가 대표로 있는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이 최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민주당의 코슈투니차 대표도 연립정부에 참여해 총리를 맡고 있지만, 코소보 문제에 있어서는 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믈라데노비츠(세르비아 민주당 대변인) : "우리 당의 입장은 EU가입에 찬성하지만 코소보가 없는 EU 가입은 반대 한다는 것입니다."

코슈투니차 총리는 최근에도 친 러시아 외교를 펴면서 코소보 독립을 저지해 줄 것을 공공연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댓가로 세르비아의 국영 에너지 회사와 항공사 등을 러시아에 헐값에 넘겨줬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코소보가 조만간 독립 선언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르비아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가 독립할 경우 즉각 보복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에는 코소보에 대한 경제제재와 함께 알바니아 계 주민들의 세르비아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무력을 동원해 독립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과거 유고연방 시절과 같은 막강한 군사력도 없을 뿐더러, UN 경제제재와 같은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코초비츠(전 유고연방 외교특사) : "(코소보는)세르비아에서 떨어져 나갈겁니다. 전 세계를 상대하기에 세르비아는 너무 작은 나라입니다. 역부족입니다"

이제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시간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세르비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코소보 주민 대다수가 이미 알바니아계로 채워진 상황에서 명분만을 고집해 독립을 막다 자칫 세르비아만 고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코소보를 내주고, EU가입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실리를 챙기는 게 어떠냐는 속내도 다소 엿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국력이 축적될 때마다 정치인들이 민족주의를 자극하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한 발칸의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소보의 독립을 두고 발칸의 화약고가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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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비아·코소보, 발칸 화약고 재점화?
    • 입력 2008-02-17 08:19:17
    • 수정2008-02-18 13:06:4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셋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동유럽 발칸반도에 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는 코소보가 금명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계획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종청소를 자행했던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즉각 보복 조처에 나서겠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초읽기에 들어간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어서 국제 정치 역학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윤양균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거 유고연방의 수도이자 현재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 20세기이후 거의 20년 간격으로 전쟁을 겪으면서 숱한 건물들이 파괴되고 복구되기를 반복했습니다.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관공서 거리에는 옛 유고연방 시절의 거대한 국방부 건물이 무너진 채 흉물스럽게 남아있습니다. 지난 1999년 9주동안 계속된 나토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후 9년째 방치된 것입니다. 길 건너 별관 건물도 처참하게 부서져 있고, 다른 관공서 건물 벽에는 파편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오폭 여부로 논란이 일었던 중국 대사관 건물도 폭격 당시 부서진 모습 그대로입니다. 나토군의 세르비아 공습은 세르비아 군대가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주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이른바 인종청소가 계기가 됐습니다. 코소보 주민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 계 주민들은 당시 독립을 주장하며 자체 무장조직을 만들었고, 세르비아 군대가 이를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개입까지 불러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나토군의 공습을 견디다 못한 세르비아 군대가 철수한 이후 코소보 지역은 지금까지 유엔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남게 됐습니다. 세르비아에서 코소보로 들어가는 길목.... 코소보는 아직까지 세르비아의 영토이지만 마치 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가듯 검문 초소를 거쳐야 합니다. 유엔에서 관리하는 검문소는 취재진의 촬영을 제지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면 코소보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사는 지역이 나옵니다. 코소보 인구 210만명 가운데 세르비아 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안됩니다. 내전이 끝난 지 9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알바니아계 주민들과 섞여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의 소도시인 미트로비차는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곳입니다. 다리 이북에 살고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저 다리를 넘어서는 안될 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리 양쪽은 유엔에서 파견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괜히 다리를 넘었다 어떤 봉변을 당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양측에 팽배합니다. 과거 양측간의 교전으로 만명 이상이 숨진 끔직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옐레나(세르비아계 주민) : "코소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럴겁니다." 세르비아 지역에서 2백미터 남짓 길이의 다리를 건너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광장 중앙에 위치한 무슬림 사원은 이곳이 알바니아 계가 사는 곳임을 말해줍니다. 어디서 무력충돌이 생길 지 몰라 유엔 경비 차량이 순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코소보 남쪽지역 대부분은 알바니아계 주민들만 살고 있습니다. 중심도시인 프리슈티나에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고, 거리 곳곳에는 UN평화유지군을 환영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습니다. 코소보의 독립을 지원하고, 세르비아의 침략을 막아줄 든든한 후원자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EU회원국 대부분과 미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프리슈티나는 지금 형식적으로는 세르비아의 영토이지만 코소보가 독립한다면 행정수도가 될 제1의 중심도시입니다. 거리 곳곳에서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금방이라도 이뤄질 줄 알았던 독립이 너무 오랫동안 미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달디쉬(알바니아계 주민) : "빨리 독립을 선언해야합니다. 더 이상 못참겠습니다. 겉으로만 안정된 모습이죠" <인터뷰>가쉬(알바니아계 주민) : "(코소보 자치정부가)독립을 당장 선언해야 합니다. 10년을 기다렸습니다." 이같은 불만이 증폭되면서 코소보의 안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내부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0일 타치 코소보 총리가 조만간 독립을 선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녹취>타치(코소보 총리/지난10일) : "현재 100여개국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주 내에 독립을 선포할 것이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코소보 영유권을 가진 세르비아가 이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리 없습니다. 지난 3일 치러진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 유럽연합 가입 등 친 서방정책을 펴 온 타디치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타디치(세르비아 대통령) : "이번 선거는 세르비아가 유럽 민주주의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 승리이고 결과입니다." 상대후보는 EU가입보다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조한 세르비아 강경 민족세력의 대변자 니콜리치. 친 서방이냐, 친 러시아냐로 관심을 모은 대선은 결국 세르비아의 EU가입을 내세운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는 3%포인트가 채 안될만큼 박빙이었습니다. 이번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EU에 가입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세르비아의 EU가입은 코소보 독립과 맞물려 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세르비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르비아 국민들은 EU가입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코소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코초비츠(전 유고연방 외교특사) : "세르비아의 문화,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코소보에서 시작됐고 벌써 천 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코소보 독립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친서방 정책을 펴는 세르비아의 여당 역시 이같은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신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해야 코소보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국민들의 표를 얻었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인 점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르코비츠(민주당 대변인) : "딜레마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해야 코소보에 대한 우리의 합법적인 주장을 펼 수 있습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서는 코소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낙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당 후보인 니콜리치는 지난 대선에서 코소보 독립은 무력을 써서라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세르비아 의회도 니콜리치가 대표로 있는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이 최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민주당의 코슈투니차 대표도 연립정부에 참여해 총리를 맡고 있지만, 코소보 문제에 있어서는 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믈라데노비츠(세르비아 민주당 대변인) : "우리 당의 입장은 EU가입에 찬성하지만 코소보가 없는 EU 가입은 반대 한다는 것입니다." 코슈투니차 총리는 최근에도 친 러시아 외교를 펴면서 코소보 독립을 저지해 줄 것을 공공연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댓가로 세르비아의 국영 에너지 회사와 항공사 등을 러시아에 헐값에 넘겨줬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코소보가 조만간 독립 선언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르비아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가 독립할 경우 즉각 보복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에는 코소보에 대한 경제제재와 함께 알바니아 계 주민들의 세르비아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무력을 동원해 독립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과거 유고연방 시절과 같은 막강한 군사력도 없을 뿐더러, UN 경제제재와 같은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코초비츠(전 유고연방 외교특사) : "(코소보는)세르비아에서 떨어져 나갈겁니다. 전 세계를 상대하기에 세르비아는 너무 작은 나라입니다. 역부족입니다" 이제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시간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세르비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코소보 주민 대다수가 이미 알바니아계로 채워진 상황에서 명분만을 고집해 독립을 막다 자칫 세르비아만 고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코소보를 내주고, EU가입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실리를 챙기는 게 어떠냐는 속내도 다소 엿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국력이 축적될 때마다 정치인들이 민족주의를 자극하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한 발칸의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소보의 독립을 두고 발칸의 화약고가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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