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둔갑’하는 밀입국 중국인

입력 2008.02.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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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위조된 한국 여권을 갖고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한국인으로 둔갑하는 중국인들이 있습니다.

외모를 한국인처럼 꾸미고, 한국말을 익히는 것은 물론 적발될 때에 대비해 북한에 대해서도 공부한다고 합니다.

이승준 기자가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이징 주변의 한 민박집입니다.

대 여섯명의 중국인들이 한국어와 간단한 영어 회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녹취> "감사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출입국 심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녹취> 한국인 모집책: "말은 못해도 처다보고 있어야 지나가지, 고개를 숙이면 잡는다구."

이들은 취업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몰래 들어가려는 중국인들.

일주일 넘게 집안에만 머물던 중국인들이 찾은 곳은 베이징 최대의 이른바 '짝퉁' 시장입니다.

중국인들과 한국인 가이드가 함께 대형 보세의류매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으로 위장하기 위한 옷을 사기 위해섭니다.제가 직접 이들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유행하는 상표와 스타일을 고릅니다.

<녹취> 한국인 밀입국 알선책: "무난해요. 아무 상관 없어요. 한국에서 다 입어요. 저도 다 그런거 사입어요."

이렇게 애쓰는 이유는 최대한 한국인처럼 보여야 위조된 한국여권을 쓸 때 의심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위조 한국여권은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

취재진이 직접 위조 여권을 만들어준 이른바 ‘공장’에 접선했습니다.

브로커는 사진과 돈을 건낸지 불과 5시간만에 여권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녹취> 여권 제작 브로커: "이게 지금 막 해 온 거라서 약품이 덜 말랐거든요. 가져가실 때 책으로 눌러야해요."

중국에서 분실되는 우리 여권은 매년 2천여 개. 국가정보원은 위조 여권의 대부분이 밀입국 등에 쓰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국정원 관계자: "공짜 여행을 미끼로 중국 같은 곳에서 여권이 많이 밀매 되기도 하고 이런 여권이 여권밀매체계에 의해서 매집이 되면 그 다음에 중국 등지에서 여권을 위조해서 밀입국에 사용을 하게 됩니다."

한국여권은 비자 면제국이 130개 나라가 넘어 수많은 나라를 거쳐야 하는 밀입국 여정에 일종의 만능 열쇠 역할을 합니다.

며칠 뒤 중국인들이 민박집에서 위조여권을 건네 받고 있습니다.

이로서 출국 준비는 끝난 셈.

적발될 경우에 대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녹취> 밀입국 알선책: "돈벌러 왔다고 하지 말고, 가족이 괴롭힌다 그렇게 얘기하란 말이야."

때론 탈북자라고 우기기 위해, 사전에 북한에 대해서 공부를 합니다.

<녹취> 조OO(조선족 밀입국 적발자): "영국 가서도 북조선 사람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많이 우대해주고 그렇게 한다고 들었어요."

지난해 여행차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던 유영권 씨.

한국여권을 제시하자 국경을 지키던 군인이 짐을 검사하고, 한국어 시험까지 보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영권: "한 시간만 한번 거기 출입국사무소에 갇혀 있어 보세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이러다 내가 진짜 한국에도 못가는게 아닌가 하고..."

우리 여권의 위조와 밀입국이 기승을 부리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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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둔갑’하는 밀입국 중국인
    • 입력 2008-02-17 20:48:42
    뉴스 9
<앵커 멘트> 위조된 한국 여권을 갖고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한국인으로 둔갑하는 중국인들이 있습니다. 외모를 한국인처럼 꾸미고, 한국말을 익히는 것은 물론 적발될 때에 대비해 북한에 대해서도 공부한다고 합니다. 이승준 기자가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이징 주변의 한 민박집입니다. 대 여섯명의 중국인들이 한국어와 간단한 영어 회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녹취> "감사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출입국 심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녹취> 한국인 모집책: "말은 못해도 처다보고 있어야 지나가지, 고개를 숙이면 잡는다구." 이들은 취업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몰래 들어가려는 중국인들. 일주일 넘게 집안에만 머물던 중국인들이 찾은 곳은 베이징 최대의 이른바 '짝퉁' 시장입니다. 중국인들과 한국인 가이드가 함께 대형 보세의류매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으로 위장하기 위한 옷을 사기 위해섭니다.제가 직접 이들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유행하는 상표와 스타일을 고릅니다. <녹취> 한국인 밀입국 알선책: "무난해요. 아무 상관 없어요. 한국에서 다 입어요. 저도 다 그런거 사입어요." 이렇게 애쓰는 이유는 최대한 한국인처럼 보여야 위조된 한국여권을 쓸 때 의심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위조 한국여권은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 취재진이 직접 위조 여권을 만들어준 이른바 ‘공장’에 접선했습니다. 브로커는 사진과 돈을 건낸지 불과 5시간만에 여권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녹취> 여권 제작 브로커: "이게 지금 막 해 온 거라서 약품이 덜 말랐거든요. 가져가실 때 책으로 눌러야해요." 중국에서 분실되는 우리 여권은 매년 2천여 개. 국가정보원은 위조 여권의 대부분이 밀입국 등에 쓰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국정원 관계자: "공짜 여행을 미끼로 중국 같은 곳에서 여권이 많이 밀매 되기도 하고 이런 여권이 여권밀매체계에 의해서 매집이 되면 그 다음에 중국 등지에서 여권을 위조해서 밀입국에 사용을 하게 됩니다." 한국여권은 비자 면제국이 130개 나라가 넘어 수많은 나라를 거쳐야 하는 밀입국 여정에 일종의 만능 열쇠 역할을 합니다. 며칠 뒤 중국인들이 민박집에서 위조여권을 건네 받고 있습니다. 이로서 출국 준비는 끝난 셈. 적발될 경우에 대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녹취> 밀입국 알선책: "돈벌러 왔다고 하지 말고, 가족이 괴롭힌다 그렇게 얘기하란 말이야." 때론 탈북자라고 우기기 위해, 사전에 북한에 대해서 공부를 합니다. <녹취> 조OO(조선족 밀입국 적발자): "영국 가서도 북조선 사람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많이 우대해주고 그렇게 한다고 들었어요." 지난해 여행차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던 유영권 씨. 한국여권을 제시하자 국경을 지키던 군인이 짐을 검사하고, 한국어 시험까지 보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영권: "한 시간만 한번 거기 출입국사무소에 갇혀 있어 보세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이러다 내가 진짜 한국에도 못가는게 아닌가 하고..." 우리 여권의 위조와 밀입국이 기승을 부리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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