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애그플레이션’ 현실화…대안 없나?

입력 2008.02.18 (22:19) 수정 2008.02.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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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농산물 가격 급등이 생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도 가격이지만 곡물수입물량을 확보하는것도 큰 걱정거립니다. 이수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5년 동안 양돈업을 해온 정광교 씨는 요즘 사료를 실은 배달차가 들어올 때마다 한숨이 나옵니다.

1년 새 사료값이 40% 가까이 오르는 통에 돼지를 팔아 사료값 대기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광교(양돈농가): "파산하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담보 넣어야 사료를 주기 때문에, 담보 없는 농가는 돼지 못 키우는 분이 30%는 나오지 않을까."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료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료를 구하지 못한 일부 민간 사료업체들은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

비교적 형편이 괜찮다는 축협 사료공장도 재고가 예년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조금이나마 가격이 싸다 보니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농가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경태(천안축협 배합사료공장): "일반 공장들이 지금 현재 원료 확보를 100% 다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물량이 농축협 배합사료로 몰려 수요가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원료인 옥수수와 콩에 경작지를 빼앗긴데다 기후 변화로 작황마저 나빠진 밀도 공급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국제 밀 가격은 250%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가격 급등보다도 수입 물량 확보가 더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입찰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양진(밀가루업체 차장): "공급업체조차도 현지에서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까, 상당히 많은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전망 기관마다 앞으로 10년 동안 곡물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사료용과 식용뿐이 아니고 새로운 연료가 새로 추가되면서 소비가 공급을 항상 앞지르는, 재고가 계속 줄어드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곡물 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은 희박한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8%.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국제 곡물가 인상이 국내 사료가격 등에 직결되지 않도록 안정 기금 등을 조성하고 조기 경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환(GSnJ 농정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해외 산지에 가서 물류라인을 확보하고 그렇게 들어온 것의 일부를 국내에 일정량 비축을 하고 배합사료 가격이 오르면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야 합니다."

곡물가의 고공행진 속에 현실화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

석유에 이어 곡물 자원이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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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애그플레이션’ 현실화…대안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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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8-02-18 22: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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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농산물 가격 급등이 생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도 가격이지만 곡물수입물량을 확보하는것도 큰 걱정거립니다. 이수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5년 동안 양돈업을 해온 정광교 씨는 요즘 사료를 실은 배달차가 들어올 때마다 한숨이 나옵니다. 1년 새 사료값이 40% 가까이 오르는 통에 돼지를 팔아 사료값 대기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광교(양돈농가): "파산하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담보 넣어야 사료를 주기 때문에, 담보 없는 농가는 돼지 못 키우는 분이 30%는 나오지 않을까."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료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료를 구하지 못한 일부 민간 사료업체들은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 비교적 형편이 괜찮다는 축협 사료공장도 재고가 예년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조금이나마 가격이 싸다 보니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농가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경태(천안축협 배합사료공장): "일반 공장들이 지금 현재 원료 확보를 100% 다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물량이 농축협 배합사료로 몰려 수요가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원료인 옥수수와 콩에 경작지를 빼앗긴데다 기후 변화로 작황마저 나빠진 밀도 공급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국제 밀 가격은 250%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가격 급등보다도 수입 물량 확보가 더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입찰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양진(밀가루업체 차장): "공급업체조차도 현지에서 물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까, 상당히 많은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전망 기관마다 앞으로 10년 동안 곡물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사료용과 식용뿐이 아니고 새로운 연료가 새로 추가되면서 소비가 공급을 항상 앞지르는, 재고가 계속 줄어드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곡물 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은 희박한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8%.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국제 곡물가 인상이 국내 사료가격 등에 직결되지 않도록 안정 기금 등을 조성하고 조기 경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환(GSnJ 농정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해외 산지에 가서 물류라인을 확보하고 그렇게 들어온 것의 일부를 국내에 일정량 비축을 하고 배합사료 가격이 오르면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야 합니다." 곡물가의 고공행진 속에 현실화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 석유에 이어 곡물 자원이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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