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 선언…긴장 고조되는 발칸

입력 2008.02.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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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넷째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동유럽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가 지난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주 이 시간에 독립 선언이 임박한 코소보 현지 취재를 통해서 이런 상황 전개를 예견한 바 있는데요. 코소보 땅을 포기 할 수 없다며 연일 항의시위를 벌여온 세르비아 인들이 급기야 미국 대사관을 불태우는 등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코소보의 독립국가 인정 여부를 놓고 두 편으로 갈라진 국제사회의 외교적 신경전도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취재 중인 안세득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안 특파원, 지금 현지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1>

세르비아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코소보에서는 날마다 독립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시위대는 어제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성조기와 사무실을 불태웠습니다. 방화 당시, 미국대사관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상태로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세르비아 정부가 이번 폭력사태를 방조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화 사태는 세르비아 정부가 이틀 전 3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관제 집회가 끝나자마자 일어났습니다.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했던 지난 17일 밤에도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려고 했지만 무장경찰이 2중 3중으로 경비해 유리창만 깨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화 사태가 무력충돌이나 내전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무장한 나토 평화유지군 16,000명이 국경과 소요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양측 지도자 모두 폭력 자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2>

이런 혼란과 대립, 예상됐던 일들인데 코소보가 이를 무릅쓰고 독립을 선언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답변 2>

한마디로 식민지와 같은 외세지배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코소보 의회는 지난 17일 특별회의를 소집해 전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세르비아가 아니라, 독립국가 '코소보'임을 천명한 것입니다.

코소보 독립은 200만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500년간 염원하던 꿈입니다. 이슬람을 믿는 알바니아인들은 오스만투르크가 발칸반도를 점령했던 15세기부터 남쪽에서 올라와 세르비아인을 밀어내고 이 지역의 주류민족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유고연방에서 자치를 누리던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89년 유고가 해체되면서 세르비아계에 박해를 받았습니다. 코소보인들은 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을 틈타 독립을 선언했다가, 세르비아가 자행한 인종청소로 수만 명이 희생됐습니다.

<질문 3>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만 코소보 내에는 일부나마 세르비아인들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독립국 코소보가 일단 안정을 꾀하려면 우선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포용해야 할 텐데요?

<답변 3>

불안에 떨고 있는 소수 민족을 안심시키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코소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찾아가봤습니다.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는 다리를 경계로 남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북쪽에는 세르비아계가 남쪽에는 알바니아계가 살고 있습니다. 남쪽 알바이나계는 날마다 축제를 벌이고 있는 반면, 세르비아계는 규탄 시위로 맞서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구호는 '코소보는 세르비아땅이다.'입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날마다 12시 44분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집회 시작시간 12시 44분은 국제사회와 코소보가 UN 결의안 1244호를 지키라는 뜻입니다. 인구 10만의 이 작은 도시에서 내전 때 만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그만큼, 갈등의 골은 깊습니다. 과격 민족주의자들은 코소보가 끝내 독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독립을 선언하거나 세르비아로의 복속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스토야노비치(시위대 지도자) : "코소보 독립선언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는 세르비아의 국민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온건파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코소보가 제2의 홍콩이 되길 바랐지만 일단 독립을 선언한 만큼, 평화를 유지하고 함께 번영하는 차선의 길을 찾자는 것입니다.

<인터뷰> 몸칠로 알로프(미트로비차 사회개발센터 소장) : "무력 충돌을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모두 진실한 대화로 화해하고 협력해야합니다"

코소보 정부는 긴장이 높아가자, 소수민족의 안전과 권리를 똑같이 보장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제 처지가 뒤바뀐 세르비아계를 설득하고 사회를 통합하느냐, 아니면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 되느냐, 코소보는 독립국가로서 첫 관문에 서 있습니다.

<질문 4>

코소보의 독립 국가 인정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지금 두 편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코소보의 독립 선언 직후에 이를 인정하고 나선 서방 강대국들의 속내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4>

미국이 가장 먼저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맺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4강이 미국에 이어 코소보 독립을 인정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코소보의 독립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 : "코소보 독립은 모든 민족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자유와 관용, 정의를 누린다는 민주주의 가치에 합당한 일입니다."

그러나 외교적 실리는 따로 있습니다. 서방 강대국들은 역사적으로 발칸 반도에서 패권국가가 들어서거나 이슬람 세력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아왔습니다. 90년대 세르비아가 옛 유고의 세력을 되찾아 대 세르비아 연방을 세우겠다면서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고 내전에 돌입하자, 나토는 UN의 승인 없이 세르비아를 공격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질문 5>

반면에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도 적지 않던데, 어떤 입장입니까?

<답변 5>

그렇습니다. 코소보 독립을 비난하고 국가 인정을 거부한 나라들은 대부분 자국 내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스페인, 그리스, 루마니아, 키프로스가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같은 슬라브 민족인 세르비아를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체첸을 비롯한 크고 작은 자지 주들이 끊임없이 독립을 추구하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중국도 당장 타이완문제가 걸려 있고 티베트나 이슬람권 자치주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저마다 이해관계에 얽혀 외교적 신경전을 벌이면서 발칸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코소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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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소보 독립 선언…긴장 고조되는 발칸
    • 입력 2008-02-24 09:49:2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넷째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동유럽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가 지난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주 이 시간에 독립 선언이 임박한 코소보 현지 취재를 통해서 이런 상황 전개를 예견한 바 있는데요. 코소보 땅을 포기 할 수 없다며 연일 항의시위를 벌여온 세르비아 인들이 급기야 미국 대사관을 불태우는 등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코소보의 독립국가 인정 여부를 놓고 두 편으로 갈라진 국제사회의 외교적 신경전도 날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취재 중인 안세득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안 특파원, 지금 현지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1> 세르비아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코소보에서는 날마다 독립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시위대는 어제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성조기와 사무실을 불태웠습니다. 방화 당시, 미국대사관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상태로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세르비아 정부가 이번 폭력사태를 방조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화 사태는 세르비아 정부가 이틀 전 30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관제 집회가 끝나자마자 일어났습니다.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했던 지난 17일 밤에도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려고 했지만 무장경찰이 2중 3중으로 경비해 유리창만 깨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화 사태가 무력충돌이나 내전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무장한 나토 평화유지군 16,000명이 국경과 소요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양측 지도자 모두 폭력 자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2> 이런 혼란과 대립, 예상됐던 일들인데 코소보가 이를 무릅쓰고 독립을 선언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답변 2> 한마디로 식민지와 같은 외세지배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코소보 의회는 지난 17일 특별회의를 소집해 전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세르비아가 아니라, 독립국가 '코소보'임을 천명한 것입니다. 코소보 독립은 200만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500년간 염원하던 꿈입니다. 이슬람을 믿는 알바니아인들은 오스만투르크가 발칸반도를 점령했던 15세기부터 남쪽에서 올라와 세르비아인을 밀어내고 이 지역의 주류민족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유고연방에서 자치를 누리던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89년 유고가 해체되면서 세르비아계에 박해를 받았습니다. 코소보인들은 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을 틈타 독립을 선언했다가, 세르비아가 자행한 인종청소로 수만 명이 희생됐습니다. <질문 3>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만 코소보 내에는 일부나마 세르비아인들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독립국 코소보가 일단 안정을 꾀하려면 우선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포용해야 할 텐데요? <답변 3> 불안에 떨고 있는 소수 민족을 안심시키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코소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찾아가봤습니다.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는 다리를 경계로 남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북쪽에는 세르비아계가 남쪽에는 알바니아계가 살고 있습니다. 남쪽 알바이나계는 날마다 축제를 벌이고 있는 반면, 세르비아계는 규탄 시위로 맞서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구호는 '코소보는 세르비아땅이다.'입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날마다 12시 44분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집회 시작시간 12시 44분은 국제사회와 코소보가 UN 결의안 1244호를 지키라는 뜻입니다. 인구 10만의 이 작은 도시에서 내전 때 만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그만큼, 갈등의 골은 깊습니다. 과격 민족주의자들은 코소보가 끝내 독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독립을 선언하거나 세르비아로의 복속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스토야노비치(시위대 지도자) : "코소보 독립선언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는 세르비아의 국민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온건파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코소보가 제2의 홍콩이 되길 바랐지만 일단 독립을 선언한 만큼, 평화를 유지하고 함께 번영하는 차선의 길을 찾자는 것입니다. <인터뷰> 몸칠로 알로프(미트로비차 사회개발센터 소장) : "무력 충돌을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모두 진실한 대화로 화해하고 협력해야합니다" 코소보 정부는 긴장이 높아가자, 소수민족의 안전과 권리를 똑같이 보장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제 처지가 뒤바뀐 세르비아계를 설득하고 사회를 통합하느냐, 아니면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 되느냐, 코소보는 독립국가로서 첫 관문에 서 있습니다. <질문 4> 코소보의 독립 국가 인정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지금 두 편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코소보의 독립 선언 직후에 이를 인정하고 나선 서방 강대국들의 속내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4> 미국이 가장 먼저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맺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4강이 미국에 이어 코소보 독립을 인정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코소보의 독립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 : "코소보 독립은 모든 민족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자유와 관용, 정의를 누린다는 민주주의 가치에 합당한 일입니다." 그러나 외교적 실리는 따로 있습니다. 서방 강대국들은 역사적으로 발칸 반도에서 패권국가가 들어서거나 이슬람 세력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아왔습니다. 90년대 세르비아가 옛 유고의 세력을 되찾아 대 세르비아 연방을 세우겠다면서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고 내전에 돌입하자, 나토는 UN의 승인 없이 세르비아를 공격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질문 5> 반면에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도 적지 않던데, 어떤 입장입니까? <답변 5> 그렇습니다. 코소보 독립을 비난하고 국가 인정을 거부한 나라들은 대부분 자국 내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스페인, 그리스, 루마니아, 키프로스가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같은 슬라브 민족인 세르비아를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체첸을 비롯한 크고 작은 자지 주들이 끊임없이 독립을 추구하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중국도 당장 타이완문제가 걸려 있고 티베트나 이슬람권 자치주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저마다 이해관계에 얽혀 외교적 신경전을 벌이면서 발칸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코소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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