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고리 사채에 서민들만 ‘피눈물’

입력 2008.03.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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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급한 마음에 사채를 빌려 썼다가 살인적인 이자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많습니다.
법으로는 연 이자율이 49%로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지하철에도, 주택가 골목길에도, 생활정보지에도, 사채를 빌려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채업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3백만 원을 빌린다고 했을 때, 석 달 동안 날마다 조금씩 이른바 '일수 방식'으로 돈을 갚으라고 말합니다.

<녹취> 사채업자 : "매일 하루에 4만 원씩 석 달, 90일로 찍으시면 돼요. 하루하루 좀 힘들어도 원금하고 이자하고 찍어나가기 때문에 갚아져요."

4만 원씩 석 달, 모두 3백 60만 원을 갚게 되니까, 이자율은 결국 20% 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이자율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자율을 1년 단위로 계산하고, 날마다 원금이 깎이는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이자율은 연 150%를 넘습니다.

대부업법에서 규정하는 49% 한도를 훌쩍 넘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불법이 아니냐고 따져물으면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녹취> 사채업자 : "그게 맞다니까요 거의. 계산은 제가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요. 저희도 다 법적으로 허가됐고, 비싸다 싶으면 안 쓰시면 되고..."

옷 가게를 운영했던 김 모 씨.

지난 2년 동안 모두 7천만 원의 사채를 빌려 썼습니다.

이자로만 3천만 원을 줬습니다.

평균 200%가 넘는 이자율이었습니다.

결국 파산신청까지 하게 됐습니다.

<녹취> 김 00(사채 이용자) : "이자가 이자를 낳아요 진짜.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싶어서 그 기대로 하고 그랬는데 나아지키는커녕 더 쪼그라드니까."

피해자들 가운데엔 법에서 이자율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녹취> 이 00(사채 이용자) : "몰랐죠. 저도 되게 단순했죠. 개인한테 사채를 빌릴 정도면 급하니까."

사채시장에서 활동하는 대부업체 수는 등록된 것만 만 8천 개.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치면 그 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각 지자체가 이들 업체를 관리 감독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녹취> 서울시 관계자 : "정기적인 점검은 없습니다. 점검할 수도 없고요. 점검할 수도 없어요, 직원 네댓 명이서.."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사채업자 합법화는 중앙정부가 정책적으로 한 거니까 책무도 중앙정부가 져야 합니다."

사채업을 양성화한다며 대부업법이 마련된 지 이제 7년째.

하지만 이자율을 위반해서 적발된 대부업체는 지난해 서울에서 단 10군데에 불과합니다.

현장추적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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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고리 사채에 서민들만 ‘피눈물’
    • 입력 2008-03-03 21: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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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급한 마음에 사채를 빌려 썼다가 살인적인 이자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많습니다. 법으로는 연 이자율이 49%로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지하철에도, 주택가 골목길에도, 생활정보지에도, 사채를 빌려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채업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3백만 원을 빌린다고 했을 때, 석 달 동안 날마다 조금씩 이른바 '일수 방식'으로 돈을 갚으라고 말합니다. <녹취> 사채업자 : "매일 하루에 4만 원씩 석 달, 90일로 찍으시면 돼요. 하루하루 좀 힘들어도 원금하고 이자하고 찍어나가기 때문에 갚아져요." 4만 원씩 석 달, 모두 3백 60만 원을 갚게 되니까, 이자율은 결국 20% 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이자율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자율을 1년 단위로 계산하고, 날마다 원금이 깎이는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이자율은 연 150%를 넘습니다. 대부업법에서 규정하는 49% 한도를 훌쩍 넘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불법이 아니냐고 따져물으면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녹취> 사채업자 : "그게 맞다니까요 거의. 계산은 제가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요. 저희도 다 법적으로 허가됐고, 비싸다 싶으면 안 쓰시면 되고..." 옷 가게를 운영했던 김 모 씨. 지난 2년 동안 모두 7천만 원의 사채를 빌려 썼습니다. 이자로만 3천만 원을 줬습니다. 평균 200%가 넘는 이자율이었습니다. 결국 파산신청까지 하게 됐습니다. <녹취> 김 00(사채 이용자) : "이자가 이자를 낳아요 진짜.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싶어서 그 기대로 하고 그랬는데 나아지키는커녕 더 쪼그라드니까." 피해자들 가운데엔 법에서 이자율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녹취> 이 00(사채 이용자) : "몰랐죠. 저도 되게 단순했죠. 개인한테 사채를 빌릴 정도면 급하니까." 사채시장에서 활동하는 대부업체 수는 등록된 것만 만 8천 개.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치면 그 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각 지자체가 이들 업체를 관리 감독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녹취> 서울시 관계자 : "정기적인 점검은 없습니다. 점검할 수도 없고요. 점검할 수도 없어요, 직원 네댓 명이서.."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사채업자 합법화는 중앙정부가 정책적으로 한 거니까 책무도 중앙정부가 져야 합니다." 사채업을 양성화한다며 대부업법이 마련된 지 이제 7년째. 하지만 이자율을 위반해서 적발된 대부업체는 지난해 서울에서 단 10군데에 불과합니다. 현장추적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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