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생 살해 제3의 범행장소 있나 없나

입력 2008.03.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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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유괴ㆍ살인사건 피의자 정모(39)씨가 교통사고로 이혜진(11).우예슬(9)양이 숨졌다는 엉뚱한 진술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 말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18일 브리핑에서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각과 렌터카 대여 시간이 다르고 시신에서 교통사고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이런 진술은 오히려 그가 어디서, 어떻게 두 어린이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더욱 키우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자기 집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살해와 시신 절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이 될 부분을 밝혀 줄 '제3의 범행장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진술을 바꿔가며 수사관들을 농락하는 듯한 이 시점에서 두 어린이의 실종 당일 행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12월 25일 오전 11시30분께 혜진.예슬양은 집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의 A교회로 함께 갔다. 이날 낮 12시 열리는 성탄절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둘은 오후 1시께 예배를 마친 뒤 밖으로 나와 부근 우양아파트 놀이터 등에서 놀았고 안양시문예회관 앞을 거쳐 평소 다니던 길로 귀가했다. 오후 5시20분께까지 귀갓길의 두 어린이를 목격한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
이후 이들이 주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아 이 시각을 전후해 정씨의 유괴 행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인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에 살며 평소 알고 있었던 데다 정씨의 인상이 선해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정씨가 두 어린이가 다니는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고도 말했지만 교회측은 부인하고 있다.
차가 없는 정씨로서는 이들과 도보로 이동했거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괴 추정 시각에는 아직 렌터카를 빌리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걸어서 갔다면 가까운 수리산의 으슥한 골짜기가 범행 장소로 이용됐을 수 있지만 택시를 탔다면 범위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그가 대리운전 기사 일을 6년이나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은밀한 장소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수도 있다.
혜진 양의 시신에서 성폭행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정씨는 아이들이 소리치며 반항하자 얼떨결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혜진 양 시신의 부패와 훼손이 심해 부검에서 목이 졸린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어떻게 살해했는지는 여전히 정씨 혼자만이 알고 있다.
두 어린이의 실종 시점과 정씨가 렌터카를 빌린 시각과는 4시간여의 여유가 있다.
살해는 그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렌터카를 대여하고 시신을 담을 봉투나 자루, 시신 절단에 쓸 톱 등 연장을 구해 두 어린이의 시신이 있는 장소로 돌아간다.
여기서 제3의 장소는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곳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신을 잘게 토막낸 점에 비춰보면 차량까지 옮기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어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일 가능성도 함께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량을 반납한 다음날 오후 4시15분까지 시신을 토막내 차량 트렁크에 싣고 수원 호매실동과 군자매립지 등지로 이동하며 암매장하거나 버린 뒤 차량에 묻은 핏자국까지 씻어내는 작업을 마친다.
이런 일들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두 어린이를 살해한 범죄자의 극도로 쫓기는 심리 상태라면 충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정씨는 자신이 모는 렌터카에 치여 아이들이 죽었고 시신은 집으로 가져가 절단한 다음 차량을 이용해 땅에 묻거나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고 혈흔반응 테스트를 했지만 핏자국이 나오지 않은 점에 비춰 집에서 시신을 절단하지 않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제3의 범행 장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경찰은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게 할 열쇠인 제3의 장소를 찾지 못한 채 정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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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양 초등생 살해 제3의 범행장소 있나 없나
    • 입력 2008-03-18 15:57:15
    연합뉴스
안양 초등생 유괴ㆍ살인사건 피의자 정모(39)씨가 교통사고로 이혜진(11).우예슬(9)양이 숨졌다는 엉뚱한 진술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 말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18일 브리핑에서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각과 렌터카 대여 시간이 다르고 시신에서 교통사고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이런 진술은 오히려 그가 어디서, 어떻게 두 어린이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더욱 키우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자기 집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살해와 시신 절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이 될 부분을 밝혀 줄 '제3의 범행장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진술을 바꿔가며 수사관들을 농락하는 듯한 이 시점에서 두 어린이의 실종 당일 행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12월 25일 오전 11시30분께 혜진.예슬양은 집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의 A교회로 함께 갔다. 이날 낮 12시 열리는 성탄절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둘은 오후 1시께 예배를 마친 뒤 밖으로 나와 부근 우양아파트 놀이터 등에서 놀았고 안양시문예회관 앞을 거쳐 평소 다니던 길로 귀가했다. 오후 5시20분께까지 귀갓길의 두 어린이를 목격한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 이후 이들이 주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아 이 시각을 전후해 정씨의 유괴 행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인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동네에 살며 평소 알고 있었던 데다 정씨의 인상이 선해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정씨가 두 어린이가 다니는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고도 말했지만 교회측은 부인하고 있다. 차가 없는 정씨로서는 이들과 도보로 이동했거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괴 추정 시각에는 아직 렌터카를 빌리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걸어서 갔다면 가까운 수리산의 으슥한 골짜기가 범행 장소로 이용됐을 수 있지만 택시를 탔다면 범위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그가 대리운전 기사 일을 6년이나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은밀한 장소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수도 있다. 혜진 양의 시신에서 성폭행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정씨는 아이들이 소리치며 반항하자 얼떨결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혜진 양 시신의 부패와 훼손이 심해 부검에서 목이 졸린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어떻게 살해했는지는 여전히 정씨 혼자만이 알고 있다. 두 어린이의 실종 시점과 정씨가 렌터카를 빌린 시각과는 4시간여의 여유가 있다. 살해는 그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렌터카를 대여하고 시신을 담을 봉투나 자루, 시신 절단에 쓸 톱 등 연장을 구해 두 어린이의 시신이 있는 장소로 돌아간다. 여기서 제3의 장소는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곳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신을 잘게 토막낸 점에 비춰보면 차량까지 옮기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어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일 가능성도 함께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량을 반납한 다음날 오후 4시15분까지 시신을 토막내 차량 트렁크에 싣고 수원 호매실동과 군자매립지 등지로 이동하며 암매장하거나 버린 뒤 차량에 묻은 핏자국까지 씻어내는 작업을 마친다. 이런 일들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두 어린이를 살해한 범죄자의 극도로 쫓기는 심리 상태라면 충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정씨는 자신이 모는 렌터카에 치여 아이들이 죽었고 시신은 집으로 가져가 절단한 다음 차량을 이용해 땅에 묻거나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고 혈흔반응 테스트를 했지만 핏자국이 나오지 않은 점에 비춰 집에서 시신을 절단하지 않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제3의 범행 장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경찰은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게 할 열쇠인 제3의 장소를 찾지 못한 채 정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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