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씨랜드 참사’ 그 후

입력 2008.03.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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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명의 유치원생을 포함해 23명이 희생됐던 씨랜드 화재참사를 기억하십니까?

9년 전 관계당국의 묵인 속에 불법 운영중이던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어났던 씨랜드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했던 당시 유가족들은 그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소현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습니다. 경기도 화성군의 한 수련시설에서 불이 나서 단잠에 빠져 있던 유치원생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문제의 씨랜드 수련원은 설립때부터 불법과 탈법경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녹취> "넉달 전 씨랜드 화재 참사로 아들을 잃고 훈장을 반납하기까지 했던 김순덕씨가 이민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큰아들 도현이를 지켜주지 못한 조국을 원망하며,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던 김성하, 김순덕 부부.

이민 초기에는 북받치는 슬픔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순덕(씨랜드 유족): "저는 처음에 도현 잃고 몇 번 (도현이)꿈을 꿨어요. 애기 아빠도 한동안 몇 년 동안 힘들어 해서...가슴에 묻고 살아야지 어떡하냐고 그러는 것처럼 (살지만), 저희도 지금 6월이면 아이들 주기 돌아오잖아요. 그럴 때면 굉장히 불안하고..."

동생 태현이는 형을 잃은 충격 때문에 엄마하고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유치원까지 하루종일 따라다녀야 했고, 최근까지도 그림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성하(고 김도현 군 아버지): "처음에 아이가 그림 그리는 상황을 보고 엄마하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더라구요. 한 6년 정도 (그림치료를 받으러) 다닌 것 같아요."

이들 부부는 요즘도 한국에서 안전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순덕: "국민 개개인이 바뀌어야지 사회가 바뀌는데 개개인이 안 바뀌기기 때문에 늘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씨랜드 화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화성 마도 초등학교 교사 고 김영재 씨....

그의 제자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이 설립한 영재 장학회 덕택에 전교생이 2백 명이 채 안 되는 학교에서 지금까지 44명의 졸업생이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문현택(화성 마도초등학교 교장): "이 장학금을 수혜받은 어린이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영재장학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화마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당시 7살의 김이현양...

사고 뒤 정신적 충격으로 상당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던 김 양은 중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악몽 같은 화재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이현(씨랜드 사고 생존자): "그게 다 기억이 나요. 수영장에서 논 것도 기억이 나고 밤에 캠프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그 때 빠져 나온 것도 기억이 나고요."

해마다 저세상으로 떠난 이현이 친구들의 기일이 돌아오면 반드시 추모비를 찾는다는 어머니...

처음으로 딸과 함께 추모비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이범숙(김이현 양 어머니): "애들도 똑같이 컸으면 이만큼 커서 같이 놀았을텐데 이만큼 커서 같이 놀았을 나이인데 그 어린 선에서 끝나가지고 여기 묻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죠."

<인터뷰> 김이현: "이런 일이 없어서 이렇게 작은 애들이 먼저 일찍 가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무려 19명의 어린이가 한 방에서 화마에 희생된 소망유치원 원생 유가족들은 어이없는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며 슬픔속에서도 힘을 모아 어린이 안전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녹취>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는 꼭 손을 들고 건너세요."

어린이 안전재단은 어린이 안전교육장을 만들어 교통사고와 화재, 유괴 등 각종 위협 요인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지현(이사/한국어린이 안전재단): "사실 내 아이는 큰 사건으로 해서 잃었지만 우리 한국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남으로 해서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이런 안전사고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안전사고예방활동으로 위해서 우리가 재단을 만들게 됐고…"

씨랜드 참사 직후 당국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가연성 내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따로 현실 따로입니다.

<인터뷰> 박형주(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법으로는 마감재의 경우 화재에 강한 난연재를 쓰도록 돼 있지만 마감재 안에 있는 단열재는 여전히 화재에 약하고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을 쓰게 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끊이지 않는 죄없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희생...

씨랜드 유가족들은 제도적 미비와 당국의 감독 소홀 등 인재로 인한 어린이 희생만큼은 더 이상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애타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소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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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후 오늘] ‘씨랜드 참사’ 그 후
    • 입력 2008-03-26 2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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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명의 유치원생을 포함해 23명이 희생됐던 씨랜드 화재참사를 기억하십니까? 9년 전 관계당국의 묵인 속에 불법 운영중이던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어났던 씨랜드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했던 당시 유가족들은 그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소현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습니다. 경기도 화성군의 한 수련시설에서 불이 나서 단잠에 빠져 있던 유치원생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 "문제의 씨랜드 수련원은 설립때부터 불법과 탈법경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녹취> "넉달 전 씨랜드 화재 참사로 아들을 잃고 훈장을 반납하기까지 했던 김순덕씨가 이민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큰아들 도현이를 지켜주지 못한 조국을 원망하며,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던 김성하, 김순덕 부부. 이민 초기에는 북받치는 슬픔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순덕(씨랜드 유족): "저는 처음에 도현 잃고 몇 번 (도현이)꿈을 꿨어요. 애기 아빠도 한동안 몇 년 동안 힘들어 해서...가슴에 묻고 살아야지 어떡하냐고 그러는 것처럼 (살지만), 저희도 지금 6월이면 아이들 주기 돌아오잖아요. 그럴 때면 굉장히 불안하고..." 동생 태현이는 형을 잃은 충격 때문에 엄마하고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유치원까지 하루종일 따라다녀야 했고, 최근까지도 그림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성하(고 김도현 군 아버지): "처음에 아이가 그림 그리는 상황을 보고 엄마하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더라구요. 한 6년 정도 (그림치료를 받으러) 다닌 것 같아요." 이들 부부는 요즘도 한국에서 안전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순덕: "국민 개개인이 바뀌어야지 사회가 바뀌는데 개개인이 안 바뀌기기 때문에 늘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씨랜드 화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화성 마도 초등학교 교사 고 김영재 씨.... 그의 제자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이 설립한 영재 장학회 덕택에 전교생이 2백 명이 채 안 되는 학교에서 지금까지 44명의 졸업생이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문현택(화성 마도초등학교 교장): "이 장학금을 수혜받은 어린이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영재장학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화마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당시 7살의 김이현양... 사고 뒤 정신적 충격으로 상당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던 김 양은 중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악몽 같은 화재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이현(씨랜드 사고 생존자): "그게 다 기억이 나요. 수영장에서 논 것도 기억이 나고 밤에 캠프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그 때 빠져 나온 것도 기억이 나고요." 해마다 저세상으로 떠난 이현이 친구들의 기일이 돌아오면 반드시 추모비를 찾는다는 어머니... 처음으로 딸과 함께 추모비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이범숙(김이현 양 어머니): "애들도 똑같이 컸으면 이만큼 커서 같이 놀았을텐데 이만큼 커서 같이 놀았을 나이인데 그 어린 선에서 끝나가지고 여기 묻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죠." <인터뷰> 김이현: "이런 일이 없어서 이렇게 작은 애들이 먼저 일찍 가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무려 19명의 어린이가 한 방에서 화마에 희생된 소망유치원 원생 유가족들은 어이없는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며 슬픔속에서도 힘을 모아 어린이 안전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녹취>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는 꼭 손을 들고 건너세요." 어린이 안전재단은 어린이 안전교육장을 만들어 교통사고와 화재, 유괴 등 각종 위협 요인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지현(이사/한국어린이 안전재단): "사실 내 아이는 큰 사건으로 해서 잃었지만 우리 한국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남으로 해서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이런 안전사고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안전사고예방활동으로 위해서 우리가 재단을 만들게 됐고…" 씨랜드 참사 직후 당국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가연성 내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따로 현실 따로입니다. <인터뷰> 박형주(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법으로는 마감재의 경우 화재에 강한 난연재를 쓰도록 돼 있지만 마감재 안에 있는 단열재는 여전히 화재에 약하고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을 쓰게 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끊이지 않는 죄없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희생... 씨랜드 유가족들은 제도적 미비와 당국의 감독 소홀 등 인재로 인한 어린이 희생만큼은 더 이상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애타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소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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