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살 빼는 약 절반 이상이 ‘마약류’

입력 2008.04.06 (22:16) 수정 2008.04.0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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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중에서 처방되는 살 빼는 약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마약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살 빼는 약'이 '사람 잡을 약'으로 변해버린 실태,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이어트를 전문으로 하는 경기도의 한 피부과의원입니다.

29세 여성이 받은 처방전을 확인해봤습니다.

하루 3번 먹는 마약류 식욕억제제와 2개의 이뇨제가 함께 처방됐습니다.

마약류는 불안과 긴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수면제도 함께 처방했습니다.

<녹취> 약사 : "이건 수면제에요 수면제. (이렇게 섞어서) 과다투약하면 죽어요"

향정신성의약품계열 식욕억제제는 이처럼 절대 다른 약품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이때문에 식약청도 다른 약과 함께 처방하지 말고 처방 기간도 4주를 넘기지 말 것을 각 병,의원에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경기도의 또다른 의원입니다.

대표적인 향정신성, 즉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56일치나 한꺼번에 처방됐습니다.

특히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기위해 식욕억제 기능이 있는 항우울제를 함께 처방했습니다.

<녹취> 환자 : "입안이 마르고 물을 계속 마시게 되고 나른해지고+심장이 되게 많이 두근거려요"

또 다른 병원,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무려 180일치를 처방하면서 같은 양의 신경안정제를 섞어 처방했다 식약청에 적발됐습니다.

이처럼 항우울제 등이 식욕억제제와 함께 처방되면서 상당수 환자들이 육체적,정신적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녹취> 의사 : "푸링을 하루 4.5개씩 먹잖아요 사람이 둥둥둥둥 뜬다구요. 입도 바짝바짝 마르고 잠이 안오고 환각제예요"

특히 지속적인 투약은 쉽게 중독과 심각한 금단현상으로 이어집니다.

2년 전에는 비만클리닉에서 넉 달 동안 20kg을 감량한 20대 여성이 갑자기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녹취> 향정계열 식욕 억제제 복용자(투약 직후 인터뷰) : "감정변화가 심해요 막 화가났다가 좋아졌다가 약을 끊으면 딱 몸이 풀리는 것 같아요. 아무런.. 그냥 화가나요."

하지만 단기간의 효과가 좋고 다른 비만치료제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매출은 5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전문 비만치료제 판매량을 앞질렀습니다.

<인터뷰> 강재헌(교수) : "사람들이 원하는게 그래요. 식사조절 안하고 운동도 안하고 이것만 먹으면 살을 뺄 것이라고 이 약만 달라고 해요 편하니까 하지만 그런 효과좋은 약은 없어요."

한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 800억 원어치는 우리 국민 150만 명이 한 달을 먹을 정도로 엄청난 양입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고서라도 살을 빼야하는 사회, 유엔마약통제국은 한국이 세계 3번째로 마약류 살 빼는 약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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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살 빼는 약 절반 이상이 ‘마약류’
    • 입력 2008-04-06 21:11:18
    • 수정2008-04-06 22: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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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중에서 처방되는 살 빼는 약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마약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살 빼는 약'이 '사람 잡을 약'으로 변해버린 실태,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이어트를 전문으로 하는 경기도의 한 피부과의원입니다. 29세 여성이 받은 처방전을 확인해봤습니다. 하루 3번 먹는 마약류 식욕억제제와 2개의 이뇨제가 함께 처방됐습니다. 마약류는 불안과 긴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수면제도 함께 처방했습니다. <녹취> 약사 : "이건 수면제에요 수면제. (이렇게 섞어서) 과다투약하면 죽어요" 향정신성의약품계열 식욕억제제는 이처럼 절대 다른 약품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이때문에 식약청도 다른 약과 함께 처방하지 말고 처방 기간도 4주를 넘기지 말 것을 각 병,의원에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경기도의 또다른 의원입니다. 대표적인 향정신성, 즉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56일치나 한꺼번에 처방됐습니다. 특히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기위해 식욕억제 기능이 있는 항우울제를 함께 처방했습니다. <녹취> 환자 : "입안이 마르고 물을 계속 마시게 되고 나른해지고+심장이 되게 많이 두근거려요" 또 다른 병원,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무려 180일치를 처방하면서 같은 양의 신경안정제를 섞어 처방했다 식약청에 적발됐습니다. 이처럼 항우울제 등이 식욕억제제와 함께 처방되면서 상당수 환자들이 육체적,정신적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녹취> 의사 : "푸링을 하루 4.5개씩 먹잖아요 사람이 둥둥둥둥 뜬다구요. 입도 바짝바짝 마르고 잠이 안오고 환각제예요" 특히 지속적인 투약은 쉽게 중독과 심각한 금단현상으로 이어집니다. 2년 전에는 비만클리닉에서 넉 달 동안 20kg을 감량한 20대 여성이 갑자기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녹취> 향정계열 식욕 억제제 복용자(투약 직후 인터뷰) : "감정변화가 심해요 막 화가났다가 좋아졌다가 약을 끊으면 딱 몸이 풀리는 것 같아요. 아무런.. 그냥 화가나요." 하지만 단기간의 효과가 좋고 다른 비만치료제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매출은 5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전문 비만치료제 판매량을 앞질렀습니다. <인터뷰> 강재헌(교수) : "사람들이 원하는게 그래요. 식사조절 안하고 운동도 안하고 이것만 먹으면 살을 뺄 것이라고 이 약만 달라고 해요 편하니까 하지만 그런 효과좋은 약은 없어요." 한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 800억 원어치는 우리 국민 150만 명이 한 달을 먹을 정도로 엄청난 양입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고서라도 살을 빼야하는 사회, 유엔마약통제국은 한국이 세계 3번째로 마약류 살 빼는 약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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