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가 지난달 실시된 대선을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짐바브웨를 무려 28년째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이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대선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야당은 물론 국제사회가 나서 조속한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은 요지부동입니다.
가뜩이나 장기독재의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난 이 나라에서 정국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민생만 멍들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짐바브웨 현지상황을 윤양균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는 긴장감으로 가득찼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돼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변화운동' 즉 MDC가 무가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국민들에게 총파업에 나설 것을 요구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라레 시 외곽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버스를 태우기도 했고, 시위대와 경찰사이에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28년간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을 지켜본 국민들이 무가베 정권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심바(하라레 시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떠들고 폭력적인 것은 좋지 않아요."
짐바브웨는 지난달 29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렀습니다. 오는 2013년까지 짐바브웨를 이끌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였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무가베 대통령과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의 포스터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넘었지만 결과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야당 후보인 창기라이가 무가베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얻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측은 개표과정에 오류가 많아 재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식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와 남아공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도 선거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인터뷰> 창기라이(야당 대통령 후보):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무가베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슷한 방법을 동원해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지난 1980년 영국에서 독립했습니다. 무가베는 백인이 통치하던 짐바브웨의 해방을 위해 게릴라 투쟁을 했으며 독립영웅으로 떠올라 집권하게 됐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헌과 부정 투표로 28년간 장기집권을 해왔습니다. 집권에 걸림돌이 되는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연행과 고문으로 탄압하는 철권통치를 했습니다.
무가베 장기독재는 경제파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룻밤만 자고나면 짐바브웨의 화폐가치가 10%씩 떨어집니다. 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파스타 1봉지의 가격이 무려 7천6백만 짐바브웨 달러를 넘습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천 원 정도의 가치입니다. 계산대에는 한손가득 두툼한 돈뭉치를 든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양배추 하나를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일 뿐입니다.
생필품이 놓여 있어야 할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돈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 물건으로 바꿔놓는 게 훨씬 낫기 때문에 물건이 들어오자 마자 동이 납니다.
<인터뷰> 크리스(하라레 시민): "제가 엔지니어인데 직장에서 일하면 한 달에 20~30억 짐바브웨 달러를 법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게 아닙니다. 한 달간 살 수 없어요."
만 달러와 25만 달러 화폐가 길거리에 휴지처럼 굴러다녀도 부랑아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짐바브웨 경제 파탄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사회주의식 토지개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소수 백인 소유의 농장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배분한 것입니다. 무가베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려는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인터뷰> 지포드(백인농장연합회장): "정치적으로 위기가 올 때마다 소수인 백인을 희생물로 삼아 약탈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인거죠."
하지만 식량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입에 의존하게 됐고, 여기에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까지 가세하면서 외화부족의 경제파탄을 불러온 것입니다.
실업률 90%.. 9년째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연간 물가상승률 10만%... 한 때 아프리카의 빵공장으로 불리던 농업대국의 경제 성적표입니다.
<인터뷰> 차미사(야당 MDC 대변인): "근본적인 문제는 통치의 위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이 풀릴 때까지 경제문제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파탄의 책임을 서방국가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반역자'나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몰리게 됩니다.
지난 3일에는 짐바브웨에서 대선을 취재하던 뉴욕타임스의 베어락 기자 등 외신 기자 2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허가 없이 취재를 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입니다. 짐바브웨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저희들은 현재 하라레 시내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라는 신분이 노출될 경우에는 체포되기 때문에 군인과 경찰의 감시를 피해 잠깐씩 촬영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패해 한때 퇴진설, 망명설까지 돌았던 무가베 대통령은 확실하게 강공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조만간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를 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면 언제든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가베 대통령이 차기 임기를 마친다면 무려 88살. 100살까지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 경제파탄으로 고통 받는 짐바브웨 국민들에게는 결코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가 지난달 실시된 대선을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짐바브웨를 무려 28년째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이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대선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야당은 물론 국제사회가 나서 조속한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은 요지부동입니다.
가뜩이나 장기독재의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난 이 나라에서 정국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민생만 멍들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짐바브웨 현지상황을 윤양균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는 긴장감으로 가득찼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돼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변화운동' 즉 MDC가 무가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국민들에게 총파업에 나설 것을 요구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라레 시 외곽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버스를 태우기도 했고, 시위대와 경찰사이에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28년간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을 지켜본 국민들이 무가베 정권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심바(하라레 시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떠들고 폭력적인 것은 좋지 않아요."
짐바브웨는 지난달 29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렀습니다. 오는 2013년까지 짐바브웨를 이끌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였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무가베 대통령과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의 포스터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넘었지만 결과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야당 후보인 창기라이가 무가베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얻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측은 개표과정에 오류가 많아 재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식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와 남아공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도 선거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인터뷰> 창기라이(야당 대통령 후보):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무가베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슷한 방법을 동원해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지난 1980년 영국에서 독립했습니다. 무가베는 백인이 통치하던 짐바브웨의 해방을 위해 게릴라 투쟁을 했으며 독립영웅으로 떠올라 집권하게 됐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헌과 부정 투표로 28년간 장기집권을 해왔습니다. 집권에 걸림돌이 되는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연행과 고문으로 탄압하는 철권통치를 했습니다.
무가베 장기독재는 경제파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룻밤만 자고나면 짐바브웨의 화폐가치가 10%씩 떨어집니다. 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파스타 1봉지의 가격이 무려 7천6백만 짐바브웨 달러를 넘습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천 원 정도의 가치입니다. 계산대에는 한손가득 두툼한 돈뭉치를 든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양배추 하나를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일 뿐입니다.
생필품이 놓여 있어야 할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돈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 물건으로 바꿔놓는 게 훨씬 낫기 때문에 물건이 들어오자 마자 동이 납니다.
<인터뷰> 크리스(하라레 시민): "제가 엔지니어인데 직장에서 일하면 한 달에 20~30억 짐바브웨 달러를 법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게 아닙니다. 한 달간 살 수 없어요."
만 달러와 25만 달러 화폐가 길거리에 휴지처럼 굴러다녀도 부랑아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짐바브웨 경제 파탄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사회주의식 토지개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소수 백인 소유의 농장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배분한 것입니다. 무가베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려는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인터뷰> 지포드(백인농장연합회장): "정치적으로 위기가 올 때마다 소수인 백인을 희생물로 삼아 약탈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인거죠."
하지만 식량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입에 의존하게 됐고, 여기에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까지 가세하면서 외화부족의 경제파탄을 불러온 것입니다.
실업률 90%.. 9년째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연간 물가상승률 10만%... 한 때 아프리카의 빵공장으로 불리던 농업대국의 경제 성적표입니다.
<인터뷰> 차미사(야당 MDC 대변인): "근본적인 문제는 통치의 위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이 풀릴 때까지 경제문제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파탄의 책임을 서방국가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반역자'나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몰리게 됩니다.
지난 3일에는 짐바브웨에서 대선을 취재하던 뉴욕타임스의 베어락 기자 등 외신 기자 2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허가 없이 취재를 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입니다. 짐바브웨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저희들은 현재 하라레 시내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라는 신분이 노출될 경우에는 체포되기 때문에 군인과 경찰의 감시를 피해 잠깐씩 촬영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패해 한때 퇴진설, 망명설까지 돌았던 무가베 대통령은 확실하게 강공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조만간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를 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면 언제든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가베 대통령이 차기 임기를 마친다면 무려 88살. 100살까지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 경제파탄으로 고통 받는 짐바브웨 국민들에게는 결코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짐바브웨 ‘28년 철권통치’ 끝나나?
-
- 입력 2008-04-20 07:42:23

<앵커 멘트>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가 지난달 실시된 대선을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짐바브웨를 무려 28년째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이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대선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야당은 물론 국제사회가 나서 조속한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은 요지부동입니다.
가뜩이나 장기독재의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난 이 나라에서 정국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민생만 멍들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짐바브웨 현지상황을 윤양균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는 긴장감으로 가득찼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돼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변화운동' 즉 MDC가 무가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국민들에게 총파업에 나설 것을 요구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라레 시 외곽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버스를 태우기도 했고, 시위대와 경찰사이에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28년간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을 지켜본 국민들이 무가베 정권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심바(하라레 시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떠들고 폭력적인 것은 좋지 않아요."
짐바브웨는 지난달 29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렀습니다. 오는 2013년까지 짐바브웨를 이끌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였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무가베 대통령과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의 포스터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넘었지만 결과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야당 후보인 창기라이가 무가베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얻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측은 개표과정에 오류가 많아 재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식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와 남아공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도 선거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인터뷰> 창기라이(야당 대통령 후보):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무가베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슷한 방법을 동원해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지난 1980년 영국에서 독립했습니다. 무가베는 백인이 통치하던 짐바브웨의 해방을 위해 게릴라 투쟁을 했으며 독립영웅으로 떠올라 집권하게 됐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헌과 부정 투표로 28년간 장기집권을 해왔습니다. 집권에 걸림돌이 되는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연행과 고문으로 탄압하는 철권통치를 했습니다.
무가베 장기독재는 경제파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룻밤만 자고나면 짐바브웨의 화폐가치가 10%씩 떨어집니다. 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파스타 1봉지의 가격이 무려 7천6백만 짐바브웨 달러를 넘습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천 원 정도의 가치입니다. 계산대에는 한손가득 두툼한 돈뭉치를 든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양배추 하나를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일 뿐입니다.
생필품이 놓여 있어야 할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 비어있습니다. 돈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 물건으로 바꿔놓는 게 훨씬 낫기 때문에 물건이 들어오자 마자 동이 납니다.
<인터뷰> 크리스(하라레 시민): "제가 엔지니어인데 직장에서 일하면 한 달에 20~30억 짐바브웨 달러를 법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게 아닙니다. 한 달간 살 수 없어요."
만 달러와 25만 달러 화폐가 길거리에 휴지처럼 굴러다녀도 부랑아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짐바브웨 경제 파탄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사회주의식 토지개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소수 백인 소유의 농장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배분한 것입니다. 무가베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려는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인터뷰> 지포드(백인농장연합회장): "정치적으로 위기가 올 때마다 소수인 백인을 희생물로 삼아 약탈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인거죠."
하지만 식량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입에 의존하게 됐고, 여기에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까지 가세하면서 외화부족의 경제파탄을 불러온 것입니다.
실업률 90%.. 9년째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연간 물가상승률 10만%... 한 때 아프리카의 빵공장으로 불리던 농업대국의 경제 성적표입니다.
<인터뷰> 차미사(야당 MDC 대변인): "근본적인 문제는 통치의 위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이 풀릴 때까지 경제문제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파탄의 책임을 서방국가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반역자'나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몰리게 됩니다.
지난 3일에는 짐바브웨에서 대선을 취재하던 뉴욕타임스의 베어락 기자 등 외신 기자 2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허가 없이 취재를 했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입니다. 짐바브웨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저희들은 현재 하라레 시내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라는 신분이 노출될 경우에는 체포되기 때문에 군인과 경찰의 감시를 피해 잠깐씩 촬영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패해 한때 퇴진설, 망명설까지 돌았던 무가베 대통령은 확실하게 강공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조만간 야당의 창기라이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를 지도 모릅니다.
혹시라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면 언제든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가베 대통령이 차기 임기를 마친다면 무려 88살. 100살까지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 경제파탄으로 고통 받는 짐바브웨 국민들에게는 결코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
-
윤양균 기자 ykyoon@kbs.co.kr
윤양균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