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그늘 ‘파양’

입력 2008.05.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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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가 양부모한테서도 버림받는 이른바 파양 어린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양을 한 뒤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아이들이 양부모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데, 지난해의 경우 국내 입양아 4천 명 가운데 20%가 넘는 800여 명이 파양의 슬픔을 겪었습니다.

친부모에 이어 입양 부모에게 마저 버림받은 뒤 심리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어린이들의 율동이 흥겹습니다.

1년여 만에 70여 입양 가족이 다시 모인 자리 입양아와 아빠, 엄마, 귀여운 동생을 둔 오빠 누나 모두 한가족...즐겁기만 합니다.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지만 유난히 엄마 곁에만 붙어 있으려고 하는 아이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1월 입양된 유민이는 원래 서남아시아계 아빠를 둔 혼혈아.

엄마는 첫 만남에서 유난히 울음을 그치지 않던 유민이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유민이 엄마) : “뭔가 불안한 듯하다 울음을 계속 울었기 때문에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달랠 수가 없었죠. 환경의 변화가 많이 있었구나...”

지금도 무척 겁이 많아 보이는 유민이는 사실 이 가정이 첫 입양이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피부색 탓인지 첫 입양은 성공적이지 않았고, 파양 된 유민인 당장 보육 시설로 돌아갈 처지였습니다.

친 부모에 이어 입양가정에서도 외면당한 유민인 지금의 엄마를 만나 어렵사리 재입양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유민이 엄마) :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 아이만을 위한 한 엄마의 사랑과 한 엄마의 관심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물론 부족한 것도 많이 있지만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 아이로도 행복하고...”

입양된 아이가 파양된 뒤 겪는 심리적 충격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 입양기관에서 만난 3살 은미(가명).

입양 당시 부모는 귀여운 딸을 원했지만 입양 뒤 갑자기 환경이 바뀐 은미는 특히 아빠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빠는 “나를 닮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드러내 놓고 하게 됐고, 이런 탓인지 은미는 입양된 지 7개월 쯤부터 말을 하지 않는 함묵증 등의 부적응 반응을 보이게 됐습니다.

결국 은미는 9개월 만에 파양됐습니다.

‘개그 베이비’라는 별명답게 늘 웃던 아이였지만 은미는 파양된 뒤 심각한 퇴행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 신승희(입양기관 생활지도원) : “많이 밝은 아이였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갔다 와서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고. 대소변도 할 줄 안다고 들었는데 한 달 가량 표현을 안 하고 계속 바지에다 소변을 보고 대변도 바지에 다가 계속 보고...”

지난 2월 파양 된 은미는 보육시설로 돌아 온지 두 달이 넘어서야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뒤바뀐 이름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녹취> “한 명씩 자신의 이름을 맞추어 보는데 “김은미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니 두리번 두리번 살핀다.”

<녹취> “원으로 온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아직 ‘은미’라는 이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무얼 하든 ‘소영이,소영이(가명)’라고 말한다.”

은미가 파양된 직후 받은 정신과 발달 검사 결과입니다.

검사 당시 연령은 2살 10개월 이지만 언어 능력 1살 6개월, 언어 표현 능력 1살 9개월 등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또래들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은미는 발달 잠재능력에서는 본인 연령 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 충분한 사랑만 받았다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입양된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예쁘고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자신의 기대감으로만 대하다 결국 부적응 현상을 낳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강은숙(입양 보육시설 원장) : “부모가 환상 기대가 큰 경우 아이가 못 따라주는 거죠. 부모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가 너무 상이하게 다를 때에 파양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아주 어린 영아기라 할지라도 파양이 주는 정신적 충격은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부진(교수/명지대 아동학과) : “파양이 되었다는 것은 또 다시 버림받음을 확인하는 상태가 되는 거죠. 아이로 봐서는 심리적 충격이 굉장히 깊이 남아 있어서 나중에 정서 장애를 가져온다거나 또는 성격 이상이 온다거나....”

지난 2005년 이후 입양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년 연속 4천 건 가까이 됐습니다.

그에 비례해 파양 숫자도 크게 늘어 2005년 678건이 신고 된 이후 지난해에는 870건으로 늘었습니다.

매년 입양되는 숫자의 20%가 넘는 파양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국내 입양의 대부분이 자기 원래 자녀처럼 친자 입적을 하고 파양 사실은 더더욱 숨기는 점을 감안하면 파양된 아이들의 숫자는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파양 건수는 매년 10여 건 정도.

입양 기관의 신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실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금열(과장/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복지과) : “함부로 파양이 되지 않도록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들 사이의 합의와 신고만으로도 가능한 국내 입양 제도의 허점도 파양이 늘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납니다.

지난 3월 경찰은 3자녀 특별 분양제도를 악용해 아이를 허위 입양, 자녀수를 늘려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다시 팔아넘긴 일당을 적발했습니다.

당시 두 살짜리 자녀를 이들 일당에게 허위 입양시킨 이모 씨가 입양 동의 대가로 받은 돈은 5백 만 원.

어려운 형편에 잠깐 서류상 입양만 시키면 된다는 제안은 솔깃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이 모 씨(입양 한 친부모) : “집 사람도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다가...그냥 제가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따라 왔어요.”

이런 식으로 모두 20명의 부모가 서류에 도장만 찍는 것으로 자신의 아이를 남의 가정으로 입적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입.파양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와 같은 허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91년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입양이 권위 있는 관계 당국의 허가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이 조항을 유보한 채 유엔협약에 가입했고, 아동권리위원회의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17년 째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정자(원장/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 “법적 절차를 밟아서 하게 될 때, 함부로 아이 기르는 걸 포기했다가 또 기분대로 데려온다던가, 이렇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하자는 거죠. 파양도 마음대로 못하도록...”

지난해 말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네덜란드 외교관 한국인 입양아 제이드 양 파양 사건.

파양 사실은 지난해 12월에야 알려졌지만 이미 입양포기는 7개월 전인 5월에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 재입양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제이드 양의 상황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다“ “행복한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라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습니다.

생후 4개월 만에 입양돼 6년 만에 갑자기 파양된 제이드 양의 경우도 공식적인 통로가 아닌 부모의 동의에 의해 입양된 사례.

하지만 제이드 양의 경우처럼 해외 입양아의 파양 사례가 알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입양아 자신이 한국으로 돌아와 파양됐었다고 말하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알아내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대원(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 “미국 같은 경우 파양이 요즘 10%, 15% 그런 통계가 있는데, 한국에서 입양된 케이스는 15%이상 파양 됐어요.”

우리나라 해외 입양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에 지난 2005년까지 모두 10만 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 입양됐습니다.

미국의 파양률을 감안하면 만 명 이상의 한국 아이들이 파양돼 국제 미아와 다름없는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 김대원(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 “고아원에 맡기고 입소되고....범죄율, 잘못된 케이스가 보통 인구보다 높아요. 미국 쪽에 감옥에 계신 입양인들이 많아요 생각보다...”

아직도 우리나라 입양기관에서는 모처럼 좋아지고 있는 입양 분위기를 해치고, 입양이 어려운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파양에 대해 언급 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입양이 늘어나고 파양의 그늘이 커질수록 보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명은주(사회복지사/홀트아동복지회) : “사회적으로 파양에 대한 준비라든지 위탁보호라든지 재입양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야 될 것 같아요. 파양이 되었을 경우에는 재 입양을 한다든지 사회적인 시스템에 의해 아이가 보호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런 부분들이 준비가 됐으면 좋겠어요.”

온 가족이 함께 온 여행.

아빠는 도망다니는 이삭이를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가족들.

이삭이가 2년 전 이 집에 온 뒤로 애교덩어리 막내 때문에 온 식구들 사이에 웃음이 넘쳐납니다.

이삭이는 11개월 일 때 입양돼 2달 만에 파양된 경우입니다.

아이가 들어온 뒤 가족이 아프고 사업이 잘 안 된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파양의 이유.

하지만 재 입양된 뒤 이삭인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개구쟁이지만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문자(이삭이 엄마) : “순간순간 느껴요. 내 생에 최고의 선택이었고 잘한 일이라면 이삭이 셋째를 아들을 갖게 된 게 너무 행복이에요. 만약에 이삭이를 안했었다면 이런 기쁨 몰랐을 것 같아요.”

입양 가족 모임의 걸린 게시판. 가족들은 입양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입양은 계산이 안되는 축복”
“입양은 행복의 씨앗”
“번지점프,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뛰어내리면 무한한 자유와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부모 기준이 아닌 아이에게 눈 맞추는 아이 중심의 입양.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

파양이라는 씻기 어려운 상처를 지우고 입양아를 우리의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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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의 그늘 ‘파양’
    • 입력 2008-05-04 21:43:5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가 양부모한테서도 버림받는 이른바 파양 어린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양을 한 뒤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아이들이 양부모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데, 지난해의 경우 국내 입양아 4천 명 가운데 20%가 넘는 800여 명이 파양의 슬픔을 겪었습니다. 친부모에 이어 입양 부모에게 마저 버림받은 뒤 심리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어린이들의 율동이 흥겹습니다. 1년여 만에 70여 입양 가족이 다시 모인 자리 입양아와 아빠, 엄마, 귀여운 동생을 둔 오빠 누나 모두 한가족...즐겁기만 합니다.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지만 유난히 엄마 곁에만 붙어 있으려고 하는 아이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1월 입양된 유민이는 원래 서남아시아계 아빠를 둔 혼혈아. 엄마는 첫 만남에서 유난히 울음을 그치지 않던 유민이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유민이 엄마) : “뭔가 불안한 듯하다 울음을 계속 울었기 때문에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달랠 수가 없었죠. 환경의 변화가 많이 있었구나...” 지금도 무척 겁이 많아 보이는 유민이는 사실 이 가정이 첫 입양이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피부색 탓인지 첫 입양은 성공적이지 않았고, 파양 된 유민인 당장 보육 시설로 돌아갈 처지였습니다. 친 부모에 이어 입양가정에서도 외면당한 유민인 지금의 엄마를 만나 어렵사리 재입양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유민이 엄마) :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 아이만을 위한 한 엄마의 사랑과 한 엄마의 관심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물론 부족한 것도 많이 있지만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 아이로도 행복하고...” 입양된 아이가 파양된 뒤 겪는 심리적 충격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 입양기관에서 만난 3살 은미(가명). 입양 당시 부모는 귀여운 딸을 원했지만 입양 뒤 갑자기 환경이 바뀐 은미는 특히 아빠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빠는 “나를 닮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드러내 놓고 하게 됐고, 이런 탓인지 은미는 입양된 지 7개월 쯤부터 말을 하지 않는 함묵증 등의 부적응 반응을 보이게 됐습니다. 결국 은미는 9개월 만에 파양됐습니다. ‘개그 베이비’라는 별명답게 늘 웃던 아이였지만 은미는 파양된 뒤 심각한 퇴행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 신승희(입양기관 생활지도원) : “많이 밝은 아이였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갔다 와서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고. 대소변도 할 줄 안다고 들었는데 한 달 가량 표현을 안 하고 계속 바지에다 소변을 보고 대변도 바지에 다가 계속 보고...” 지난 2월 파양 된 은미는 보육시설로 돌아 온지 두 달이 넘어서야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뒤바뀐 이름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녹취> “한 명씩 자신의 이름을 맞추어 보는데 “김은미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니 두리번 두리번 살핀다.” <녹취> “원으로 온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아직 ‘은미’라는 이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무얼 하든 ‘소영이,소영이(가명)’라고 말한다.” 은미가 파양된 직후 받은 정신과 발달 검사 결과입니다. 검사 당시 연령은 2살 10개월 이지만 언어 능력 1살 6개월, 언어 표현 능력 1살 9개월 등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또래들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은미는 발달 잠재능력에서는 본인 연령 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 충분한 사랑만 받았다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입양된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예쁘고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자신의 기대감으로만 대하다 결국 부적응 현상을 낳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강은숙(입양 보육시설 원장) : “부모가 환상 기대가 큰 경우 아이가 못 따라주는 거죠. 부모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가 너무 상이하게 다를 때에 파양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아주 어린 영아기라 할지라도 파양이 주는 정신적 충격은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부진(교수/명지대 아동학과) : “파양이 되었다는 것은 또 다시 버림받음을 확인하는 상태가 되는 거죠. 아이로 봐서는 심리적 충격이 굉장히 깊이 남아 있어서 나중에 정서 장애를 가져온다거나 또는 성격 이상이 온다거나....” 지난 2005년 이후 입양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년 연속 4천 건 가까이 됐습니다. 그에 비례해 파양 숫자도 크게 늘어 2005년 678건이 신고 된 이후 지난해에는 870건으로 늘었습니다. 매년 입양되는 숫자의 20%가 넘는 파양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국내 입양의 대부분이 자기 원래 자녀처럼 친자 입적을 하고 파양 사실은 더더욱 숨기는 점을 감안하면 파양된 아이들의 숫자는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파양 건수는 매년 10여 건 정도. 입양 기관의 신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실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금열(과장/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복지과) : “함부로 파양이 되지 않도록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들 사이의 합의와 신고만으로도 가능한 국내 입양 제도의 허점도 파양이 늘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납니다. 지난 3월 경찰은 3자녀 특별 분양제도를 악용해 아이를 허위 입양, 자녀수를 늘려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다시 팔아넘긴 일당을 적발했습니다. 당시 두 살짜리 자녀를 이들 일당에게 허위 입양시킨 이모 씨가 입양 동의 대가로 받은 돈은 5백 만 원. 어려운 형편에 잠깐 서류상 입양만 시키면 된다는 제안은 솔깃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이 모 씨(입양 한 친부모) : “집 사람도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다가...그냥 제가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따라 왔어요.” 이런 식으로 모두 20명의 부모가 서류에 도장만 찍는 것으로 자신의 아이를 남의 가정으로 입적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입.파양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와 같은 허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91년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입양이 권위 있는 관계 당국의 허가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이 조항을 유보한 채 유엔협약에 가입했고, 아동권리위원회의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17년 째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정자(원장/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 “법적 절차를 밟아서 하게 될 때, 함부로 아이 기르는 걸 포기했다가 또 기분대로 데려온다던가, 이렇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하자는 거죠. 파양도 마음대로 못하도록...” 지난해 말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네덜란드 외교관 한국인 입양아 제이드 양 파양 사건. 파양 사실은 지난해 12월에야 알려졌지만 이미 입양포기는 7개월 전인 5월에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 재입양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제이드 양의 상황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다“ “행복한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라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습니다. 생후 4개월 만에 입양돼 6년 만에 갑자기 파양된 제이드 양의 경우도 공식적인 통로가 아닌 부모의 동의에 의해 입양된 사례. 하지만 제이드 양의 경우처럼 해외 입양아의 파양 사례가 알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입양아 자신이 한국으로 돌아와 파양됐었다고 말하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알아내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대원(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 “미국 같은 경우 파양이 요즘 10%, 15% 그런 통계가 있는데, 한국에서 입양된 케이스는 15%이상 파양 됐어요.” 우리나라 해외 입양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에 지난 2005년까지 모두 10만 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 입양됐습니다. 미국의 파양률을 감안하면 만 명 이상의 한국 아이들이 파양돼 국제 미아와 다름없는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 김대원(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 “고아원에 맡기고 입소되고....범죄율, 잘못된 케이스가 보통 인구보다 높아요. 미국 쪽에 감옥에 계신 입양인들이 많아요 생각보다...” 아직도 우리나라 입양기관에서는 모처럼 좋아지고 있는 입양 분위기를 해치고, 입양이 어려운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파양에 대해 언급 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입양이 늘어나고 파양의 그늘이 커질수록 보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명은주(사회복지사/홀트아동복지회) : “사회적으로 파양에 대한 준비라든지 위탁보호라든지 재입양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야 될 것 같아요. 파양이 되었을 경우에는 재 입양을 한다든지 사회적인 시스템에 의해 아이가 보호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런 부분들이 준비가 됐으면 좋겠어요.” 온 가족이 함께 온 여행. 아빠는 도망다니는 이삭이를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가족들. 이삭이가 2년 전 이 집에 온 뒤로 애교덩어리 막내 때문에 온 식구들 사이에 웃음이 넘쳐납니다. 이삭이는 11개월 일 때 입양돼 2달 만에 파양된 경우입니다. 아이가 들어온 뒤 가족이 아프고 사업이 잘 안 된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파양의 이유. 하지만 재 입양된 뒤 이삭인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개구쟁이지만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문자(이삭이 엄마) : “순간순간 느껴요. 내 생에 최고의 선택이었고 잘한 일이라면 이삭이 셋째를 아들을 갖게 된 게 너무 행복이에요. 만약에 이삭이를 안했었다면 이런 기쁨 몰랐을 것 같아요.” 입양 가족 모임의 걸린 게시판. 가족들은 입양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입양은 계산이 안되는 축복” “입양은 행복의 씨앗” “번지점프,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뛰어내리면 무한한 자유와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부모 기준이 아닌 아이에게 눈 맞추는 아이 중심의 입양.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 파양이라는 씻기 어려운 상처를 지우고 입양아를 우리의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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