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창경궁에 전열기…위험한 만찬

입력 2008.06.20 (22:13) 수정 2008.06.2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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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의 악몽이 잊혀지기도 전에 창경궁안에서 또다시 만찬이 열려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국손님을 위한 것이라지만 문화재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해도 좋은 지 묻고 싶습니다.

송영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국보 226호 창경궁 명정전 앞마당입니다.

조용하던 이곳이 난데없이 만찬장으로 변했습니다.

화재를 일으킬 수있는 대형 조명 장치와 음식을 데우는데 쓰이는 전열기구가 한켠에 있습니다.

전선들도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인터뷰> 호텔 관계자 : "전열기죠. 전기선으로 하는거죠."

궁안에는 자체 발전을 위해 발전기 차량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이 만찬은 증권 선물 거래소의 한 자회사가 외국인 투자가 5백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주최측은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선물거래소 관계자 : "국익에 비춰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 나라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자..."

창경궁에선 지난 2005년에도 세계 신문 협회가 만찬을 벌이는 등 과거 수차례나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빈축을 샀습니다.

그런데도 문화재 보호법상 이를 규제할 아무런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건 당국의 문화재 보존 의식이 미흡한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인터뷰> 황평우(문화연대) : "문화재는 보호가 우선... 외국인 불러다 고궁에서 스테이크 써는 게 문화 알리기냐."

문화재청은 이 행사가 숭례문 화재가 나기전인 지난 1월 허가해 준 것이어서 어쩔 수없었다고 항변합니다.

게다가 엉뚱한 국익 논리를 내세웁니다.

<인터뷰> 문화재청 관계자 : "국익에 이득... 때문에 위험 무릅쓰고 한것... 궁궐 닫아놓으면 죽은 궁궐... (숭례문 화재 난지 얼마안됐는데?) 숭례문 화재 전에 허가가 나서... 그 후로는 안 해주고 있는데..."

한순간 방심으로 국보 1호를 잿더미로 잃어버린 게 불과 넉달전, 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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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창경궁에 전열기…위험한 만찬
    • 입력 2008-06-20 21:08:20
    • 수정2008-06-20 22: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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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숭례문 화재의 악몽이 잊혀지기도 전에 창경궁안에서 또다시 만찬이 열려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국손님을 위한 것이라지만 문화재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해도 좋은 지 묻고 싶습니다. 송영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국보 226호 창경궁 명정전 앞마당입니다. 조용하던 이곳이 난데없이 만찬장으로 변했습니다. 화재를 일으킬 수있는 대형 조명 장치와 음식을 데우는데 쓰이는 전열기구가 한켠에 있습니다. 전선들도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인터뷰> 호텔 관계자 : "전열기죠. 전기선으로 하는거죠." 궁안에는 자체 발전을 위해 발전기 차량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이 만찬은 증권 선물 거래소의 한 자회사가 외국인 투자가 5백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주최측은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선물거래소 관계자 : "국익에 비춰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 나라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자..." 창경궁에선 지난 2005년에도 세계 신문 협회가 만찬을 벌이는 등 과거 수차례나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빈축을 샀습니다. 그런데도 문화재 보호법상 이를 규제할 아무런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건 당국의 문화재 보존 의식이 미흡한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인터뷰> 황평우(문화연대) : "문화재는 보호가 우선... 외국인 불러다 고궁에서 스테이크 써는 게 문화 알리기냐." 문화재청은 이 행사가 숭례문 화재가 나기전인 지난 1월 허가해 준 것이어서 어쩔 수없었다고 항변합니다. 게다가 엉뚱한 국익 논리를 내세웁니다. <인터뷰> 문화재청 관계자 : "국익에 이득... 때문에 위험 무릅쓰고 한것... 궁궐 닫아놓으면 죽은 궁궐... (숭례문 화재 난지 얼마안됐는데?) 숭례문 화재 전에 허가가 나서... 그 후로는 안 해주고 있는데..." 한순간 방심으로 국보 1호를 잿더미로 잃어버린 게 불과 넉달전, 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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