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진앙지’를 가다

입력 2008.10.05 (22: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싼쥐칭안...중국어로 멜라민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우유, 분유를 비롯한 유제품은 물론 사료에서까지 검출되는 멜라민 성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넣었다면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넣었을까?

취재진은 중국 현지를 찾아 멜라민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그 경로를 역추적 해봤습니다.

<리포트>

중국 허베이성.

베이징에서 차로 3시간여를 달리자 허베이성의 중심 도시격인 ‘스좌좡(石家庭)’이 나옵니다.

이곳은 이번에 멜라민 분유 파동을 일으킨 중국 최대의 유제품 제조업체인 ‘싼루’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열흘간의 국경절 연휴 기간이지만 ‘싼루‘사 앞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바로 싼루사의 분유나 우유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반품을 하러 나온 것입니다.

<녹취> 싼루 회사 관계자 : “교환을 하려면 먼저 여기에 등록을 하고 가시면 정책이 마련된 이후에 반품해 드립니다.”

멜라민이 검출된 분유를 먹인 부모들의 원성에도 회사 관계자들은 건성으로 답할 뿐입니다.

<녹취> 싼루 회사 관계자 : “(멜라민을 넣은 것에 대해서는)우리는 잘 모르고 다만 이런 상담만 할 뿐입니다. 그 문제는 ‘싼루’사의 문제이고 왜 그런 것을 넣었는지는 모릅니다.”

중국 내 분유의 40% 가까이를 공급한다는 싼루사.

위생등급 A등급이 무색하게 인체에 유해한 멜라민이 다량 검출된 유제품을 생산해온 싼루사는 과연 어떤 원유로 유제품을 만들어왔던 것일까?

낙농가 밀집 지역을 찾았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젖소들이 눈에 띕니다.

농가의 대부분은 젖소를 키워 원유를 생산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싼루사를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인 유제품 업체들은 이 일대에서 원유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녹취> 젖소 사육 농부 : “지금 다들 손해를 보고 있어요. 판매가 안 되니까 돈을 못 받고 있어요.”

멜라민 파동 이후 이 일대는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판로가 막힌 농가의 원유를 모두 사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취> 젖소 사육 농부 : “정부에서 매일 사가지고 가니까 우리는 거기에 팝니다. 외부에서 사가는 것도 바라고 있어요. 정부가 통제를 하고 있지만, 정부도 다른 사람들이 사갔으면 하지요.”

풀과 사료를 먹여 키워진 젖소들은 마을에 있는 한 집유장으로 옮겨져 젖을 짭니다.

집유장 입구에는 중국 정부를 믿고 안전한 원유를 생산하라는 보건 당국의 공고문이 붙어있습니다.

집유장 안에는 수십여 마리의 젖소들로부터 원유를 짜고 있습니다.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싼루, 이리, 멍니우 등이 모두 과거에 납품을 했던 곳인가요?) 그럼요. 모두 우리가 납품하던 곳이죠. (과거에 멜라민 같은 것 사용한 적이 없나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 없어요.”

바로 옆에 있는 원유 저장 탱크.

아침부터 짰다는 원유가 저장탱크 안에 한 가득히 방치돼 있습니다.

원유 외에 무엇을 타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고요?) 네,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멜라민 성분은 어디서 들어간 것일까?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싼루에서 멜라민이 나온 것은) 소 사료에 무슨 약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멜라민 사료가 어디서 생산된 것이냐?) 나도 모른다. 어디서 생산되는 것인지...”

사료에서 멜라민이 들어갔다. ‘원유를 생산, 납품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첨가물이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 인근 사료 업자들의 증언입니다.

원유 납품가가 물보다 싸다보니 물을 타서 양을 늘린 뒤 각종 첨가제를 넣는다고 폭로합니다.

<녹취> 사료 생산업자 : “500그램 정도의 멜라민 성분 등을 넣으면 (원유에) 12.5배의 물을 탈 수 있는 양이 됩니다. 이렇게 물과 멜라민 등을 섞으면 원유와 농도가 같게 됩니다. 즉 농도는 같고 양은 늘어나는 것입니다.”

원유 자체가 품질이 떨어지는데 물까지 섞다보니 필수 영양소 등 주요 성분들의 농도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료 생산업자 : “물을 섞은 뒤에도 지방함량 규정에 미달할 경우 지방분을 첨가합니다. 가격이 더 싼 멕덱스트린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잡다한 물질들을 많이 섞으면 우유가 쉽게 상하거나 신맛이 나기 쉽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가성소다를 넣습니다. 그러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모를 각종 성분들이 든 우유가 100% 원유로 포장된 채 공장에 납품돼왔다는 얘깁니다.

젖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는 이곳 사람들이 값싼 단백질이라고 말하는 멜라민 성분은 오래전부터 쓰여 왔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얘깁니다. 그 과정에서 당국과 업체는 과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아무도 상관하는 사람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서로 쉬쉬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나서 농가와 집유장 마다 각종 규제와 법률과 멜라민이 검출된 업체들의 명단까지 배포됐습니다.

그러면 멜라민 같은 화학물질들은 어떻게 농가와 집유장 등에 공급됐을까?

한 화공약품 공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화공약품 공장 관계자 : “‘(이전에 멜라민을 판적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멜라민을 판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아주 엄격하게 단속을 하는데...”

이처럼 화공약품 공장이나 약품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원료들은 비밀리에 공급돼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이전에는 정부가 우유에 무슨 물질을 타는지 등은)전혀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도망갔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멜라민 등의)약들은 모두 집에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 등을 높이기 위해 순수 멜라민만 쓰였는지, 아니면 멜라민과 유사한 다른 유해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쓰였는지도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그 사람들이 그 (단백질) 가루를 판매한지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처럼 사료 생산, 젖소 양육, 원유 납품 과정까지 무차별적으로 쓰여 왔다고 폭로되는 멜라민 등의 성분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의 한 메기 사육 농가.

지난 5월 이 양식장에는 하얗게 변한 메기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양어장 관계자 : “저희는 처음이었어요. 20년 동안 흰 메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어요. 지금 사료를 바꿔 먹이니까 흰 메기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는 돌아왔어요.”

이처럼 하얗게 변한 메기 사육 농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멜라민이 검출된 사료에 있었습니다.

물고기 사료에 포함된 멜라민은 어떻게 흘러들어갔을까?

사료에 들어간 주원료는 국내에서 수거된 오징어 부산물과 중국에서 수입된 콩류 찌꺼기.

업체 측은 중국에서 수입된 대두와 완두, 즉 콩류 찌꺼기에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이 투입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사료 업계 관계자 : “자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오징어 내장보다는 거기에는 없는 것으로 나왔고, 저희들이 수입상을 통해서 샀던 완두 가루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료 원료용으로 해마다 콩류 원료들이 수천 톤씩 수입되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사료 제조업체들의 하소연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무성의한 대응에도 분노를 표출합니다.

업체들이 지난 7월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규정이 없다며 방치했다는 얘깁니다.

결국 문제의 사료 원료는 태국에 수출된 뒤 반품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에서만 1만여 명 이상, 지금까지 중국에서 6만여 명의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멜라민 파동.

중국의 유제품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습니다.

마트 진열대마다 멜라민이 검출된 업체 명단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안전한 제품임을 알리는 문구들이 도배돼있지만 부모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다국적 업체가 생산한 유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다보니 수입 분유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중국발 멜라민 폭풍.

풍부한 인구와 자원에서 값싼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산 유제품 원료.

하지만 생산, 가공, 제조업자들의 위험천만한 위생관념과 당국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멜라민 다음은 무엇이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멜라민 진앙지’를 가다
    • 입력 2008-10-05 19:28:1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싼쥐칭안...중국어로 멜라민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우유, 분유를 비롯한 유제품은 물론 사료에서까지 검출되는 멜라민 성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넣었다면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넣었을까? 취재진은 중국 현지를 찾아 멜라민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그 경로를 역추적 해봤습니다. <리포트> 중국 허베이성. 베이징에서 차로 3시간여를 달리자 허베이성의 중심 도시격인 ‘스좌좡(石家庭)’이 나옵니다. 이곳은 이번에 멜라민 분유 파동을 일으킨 중국 최대의 유제품 제조업체인 ‘싼루’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열흘간의 국경절 연휴 기간이지만 ‘싼루‘사 앞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바로 싼루사의 분유나 우유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반품을 하러 나온 것입니다. <녹취> 싼루 회사 관계자 : “교환을 하려면 먼저 여기에 등록을 하고 가시면 정책이 마련된 이후에 반품해 드립니다.” 멜라민이 검출된 분유를 먹인 부모들의 원성에도 회사 관계자들은 건성으로 답할 뿐입니다. <녹취> 싼루 회사 관계자 : “(멜라민을 넣은 것에 대해서는)우리는 잘 모르고 다만 이런 상담만 할 뿐입니다. 그 문제는 ‘싼루’사의 문제이고 왜 그런 것을 넣었는지는 모릅니다.” 중국 내 분유의 40% 가까이를 공급한다는 싼루사. 위생등급 A등급이 무색하게 인체에 유해한 멜라민이 다량 검출된 유제품을 생산해온 싼루사는 과연 어떤 원유로 유제품을 만들어왔던 것일까? 낙농가 밀집 지역을 찾았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젖소들이 눈에 띕니다. 농가의 대부분은 젖소를 키워 원유를 생산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싼루사를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인 유제품 업체들은 이 일대에서 원유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녹취> 젖소 사육 농부 : “지금 다들 손해를 보고 있어요. 판매가 안 되니까 돈을 못 받고 있어요.” 멜라민 파동 이후 이 일대는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판로가 막힌 농가의 원유를 모두 사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취> 젖소 사육 농부 : “정부에서 매일 사가지고 가니까 우리는 거기에 팝니다. 외부에서 사가는 것도 바라고 있어요. 정부가 통제를 하고 있지만, 정부도 다른 사람들이 사갔으면 하지요.” 풀과 사료를 먹여 키워진 젖소들은 마을에 있는 한 집유장으로 옮겨져 젖을 짭니다. 집유장 입구에는 중국 정부를 믿고 안전한 원유를 생산하라는 보건 당국의 공고문이 붙어있습니다. 집유장 안에는 수십여 마리의 젖소들로부터 원유를 짜고 있습니다.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싼루, 이리, 멍니우 등이 모두 과거에 납품을 했던 곳인가요?) 그럼요. 모두 우리가 납품하던 곳이죠. (과거에 멜라민 같은 것 사용한 적이 없나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 없어요.” 바로 옆에 있는 원유 저장 탱크. 아침부터 짰다는 원유가 저장탱크 안에 한 가득히 방치돼 있습니다. 원유 외에 무엇을 타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고요?) 네,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멜라민 성분은 어디서 들어간 것일까? <녹취> 집유장 관계자 : “(싼루에서 멜라민이 나온 것은) 소 사료에 무슨 약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멜라민 사료가 어디서 생산된 것이냐?) 나도 모른다. 어디서 생산되는 것인지...” 사료에서 멜라민이 들어갔다. ‘원유를 생산, 납품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첨가물이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 인근 사료 업자들의 증언입니다. 원유 납품가가 물보다 싸다보니 물을 타서 양을 늘린 뒤 각종 첨가제를 넣는다고 폭로합니다. <녹취> 사료 생산업자 : “500그램 정도의 멜라민 성분 등을 넣으면 (원유에) 12.5배의 물을 탈 수 있는 양이 됩니다. 이렇게 물과 멜라민 등을 섞으면 원유와 농도가 같게 됩니다. 즉 농도는 같고 양은 늘어나는 것입니다.” 원유 자체가 품질이 떨어지는데 물까지 섞다보니 필수 영양소 등 주요 성분들의 농도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료 생산업자 : “물을 섞은 뒤에도 지방함량 규정에 미달할 경우 지방분을 첨가합니다. 가격이 더 싼 멕덱스트린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잡다한 물질들을 많이 섞으면 우유가 쉽게 상하거나 신맛이 나기 쉽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가성소다를 넣습니다. 그러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모를 각종 성분들이 든 우유가 100% 원유로 포장된 채 공장에 납품돼왔다는 얘깁니다. 젖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는 이곳 사람들이 값싼 단백질이라고 말하는 멜라민 성분은 오래전부터 쓰여 왔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얘깁니다. 그 과정에서 당국과 업체는 과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아무도 상관하는 사람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서로 쉬쉬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나서 농가와 집유장 마다 각종 규제와 법률과 멜라민이 검출된 업체들의 명단까지 배포됐습니다. 그러면 멜라민 같은 화학물질들은 어떻게 농가와 집유장 등에 공급됐을까? 한 화공약품 공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화공약품 공장 관계자 : “‘(이전에 멜라민을 판적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멜라민을 판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아주 엄격하게 단속을 하는데...” 이처럼 화공약품 공장이나 약품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원료들은 비밀리에 공급돼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이전에는 정부가 우유에 무슨 물질을 타는지 등은)전혀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도망갔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멜라민 등의)약들은 모두 집에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 등을 높이기 위해 순수 멜라민만 쓰였는지, 아니면 멜라민과 유사한 다른 유해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쓰였는지도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낙농가 농민 : “그 사람들이 그 (단백질) 가루를 판매한지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처럼 사료 생산, 젖소 양육, 원유 납품 과정까지 무차별적으로 쓰여 왔다고 폭로되는 멜라민 등의 성분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의 한 메기 사육 농가. 지난 5월 이 양식장에는 하얗게 변한 메기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양어장 관계자 : “저희는 처음이었어요. 20년 동안 흰 메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어요. 지금 사료를 바꿔 먹이니까 흰 메기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는 돌아왔어요.” 이처럼 하얗게 변한 메기 사육 농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멜라민이 검출된 사료에 있었습니다. 물고기 사료에 포함된 멜라민은 어떻게 흘러들어갔을까? 사료에 들어간 주원료는 국내에서 수거된 오징어 부산물과 중국에서 수입된 콩류 찌꺼기. 업체 측은 중국에서 수입된 대두와 완두, 즉 콩류 찌꺼기에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이 투입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사료 업계 관계자 : “자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오징어 내장보다는 거기에는 없는 것으로 나왔고, 저희들이 수입상을 통해서 샀던 완두 가루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료 원료용으로 해마다 콩류 원료들이 수천 톤씩 수입되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사료 제조업체들의 하소연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무성의한 대응에도 분노를 표출합니다. 업체들이 지난 7월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규정이 없다며 방치했다는 얘깁니다. 결국 문제의 사료 원료는 태국에 수출된 뒤 반품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에서만 1만여 명 이상, 지금까지 중국에서 6만여 명의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멜라민 파동. 중국의 유제품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습니다. 마트 진열대마다 멜라민이 검출된 업체 명단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안전한 제품임을 알리는 문구들이 도배돼있지만 부모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다국적 업체가 생산한 유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다보니 수입 분유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중국발 멜라민 폭풍. 풍부한 인구와 자원에서 값싼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산 유제품 원료. 하지만 생산, 가공, 제조업자들의 위험천만한 위생관념과 당국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멜라민 다음은 무엇이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