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도…발령은 ‘감감’

입력 2008.11.20 (08:47) 수정 2008.11.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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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흔히 ‘공무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기 때문에 주변의 누가 공무원 시험 붙었다고 하면 장원급제라도 한 듯 여기저기서 축하도 받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잖아요. 그런데 요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한숨인 분들이 있다고요?

네. 그야말로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 아마 한번에 척~ 하고 붙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부분 1년 이상 열심히 공부한 끝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붙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합격하고도 수개월 째 임용이 되지 않아 본의 아닌 ‘백수’신세 중인 합격자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가 그렇다는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기약 없는 임용 소식만 기다리며 속앓이 중인 공무원 임용대기자들,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의 한 고시원. 한 사람만 들어서도 꽉 차는 좁은 방 책상 위에 각종 공무원 수험서들이 가득합니다.

대구에서 올라온 올해 35살 이민기씨는 벌써 3년째 이곳에서 지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다는데요.
<녹취> 이민기 (가명/공무원 임용대기자) : "보시다시피 이렇게... 자꾸 보다 보니까 다 떨어졌습니다."

책장이 떨어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이민기씨는 올해 국가직 공무원 7급과 9급, 그리고 경북 지방직 9급까지 무려 세 개의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발표 후 세 달이 지나도록 단 한군데서도 발령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민기(가명/공무원 임용대기자) : "하나가 아니고 세 개나 합격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빨리 발령이 날 줄 알았는데 빨리 발령이 나서 월급도 빨리 받고 싶습니다."

서울의 한 카페에 모인 이들은 올해 충남 지역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입니다. 종종 이렇게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있지만 5명의 회원 중 임용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자연히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의 걱정을 털어놓게 되는데요.

<녹취> 김수연(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다니던 회사가 망했는데 더 이상 망하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 해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해서 2년 정도 해서 붙었어요. 우선 이것은 신뢰의 문제잖아요. 뽑았으면 임용을 시켜야 되잖아요."

32살인 지난 2005년부터 뒤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해 마침내 올해 7월, 충남 지방직 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는 최민중씨. 혹시나 올지 모르는 발령소식에 여행도 마음대로 못가고,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 벌써 넉 달째입니다.

<녹취> 최민중(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금년은 특수한 경우라서 언제 발령이 나고 그런 기간이 어느 정도다 이런 얘기가 없고요, 저희 지역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한 명도 발령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처럼 올해 유난히 지방직 공무원 발령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정부가 지방공무원 감축지침을 발표하면서 부텁니다.

각 자치 단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미루고 있는 것인데요.

<녹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올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연말까지 정원감축을 하는 게 있다 보니까... 예년에 비해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죠."

대기 기간 2년이 넘으면 해당 조직 결원이 없더라도 임용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있긴 하지만 2년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도 곤욕입니다.

특히 올해 안에 임명되지 않으면 달라진 연금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데요.

<녹취> 최민중(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금년에 신규 임용되는 사람의 경우 60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내년에 발령 난 사람들은 65세부터 가능하거든요. 한 달, 두 달 발령 늦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큰 타격은 그거죠."

지난 9월 마련돼 현재 정기국회에 제출된 공무원연금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임용되는 신입 공무원은 보험료를 종전보다 26% 더 내야 합니다.

반면 연금 수령액은 25% 줄어 드는데요.

연급 지급 연령도 올해 임용 시 60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임용되면 65세부터 받게 됩니다.

아예 합격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의 한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한 박수철씨.

6개월이 넘도록 발령이 나지 않아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데요.
<녹취> 박수철(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하루마다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는 거죠. 임용되고 나면 집에 부모님이랑 친척들 모여서 한턱 쏘면서 회식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박씨의 경우 일반 공개채용과 달리 해당분야 경력이나 자격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채용이기 때문에 합격 후 2년이 지나도 발령받지 못하면 합격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합니다.

애타는 마음에 해당 부처에 문의해 봐도 기다리라는 말 뿐이라는데요.

<녹취> 해당 부처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공채 같은 경우에는 별도 정원이라고 해서 일반 특채보다는 조금 더 보호를 하고 있는 그런 실정입니다. 솔직히 딱해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백수 아닌 백수 신세인 지방직 공무원 임용대기자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4천 여 명. 전체 합격자의 70%에 가까운 수친데요. 이들에게 올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유난히 춥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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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20 08:24:39
    • 수정2008-11-20 1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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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흔히 ‘공무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기 때문에 주변의 누가 공무원 시험 붙었다고 하면 장원급제라도 한 듯 여기저기서 축하도 받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잖아요. 그런데 요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한숨인 분들이 있다고요? 네. 그야말로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 아마 한번에 척~ 하고 붙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부분 1년 이상 열심히 공부한 끝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붙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합격하고도 수개월 째 임용이 되지 않아 본의 아닌 ‘백수’신세 중인 합격자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가 그렇다는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기약 없는 임용 소식만 기다리며 속앓이 중인 공무원 임용대기자들,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의 한 고시원. 한 사람만 들어서도 꽉 차는 좁은 방 책상 위에 각종 공무원 수험서들이 가득합니다. 대구에서 올라온 올해 35살 이민기씨는 벌써 3년째 이곳에서 지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다는데요. <녹취> 이민기 (가명/공무원 임용대기자) : "보시다시피 이렇게... 자꾸 보다 보니까 다 떨어졌습니다." 책장이 떨어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이민기씨는 올해 국가직 공무원 7급과 9급, 그리고 경북 지방직 9급까지 무려 세 개의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발표 후 세 달이 지나도록 단 한군데서도 발령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민기(가명/공무원 임용대기자) : "하나가 아니고 세 개나 합격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빨리 발령이 날 줄 알았는데 빨리 발령이 나서 월급도 빨리 받고 싶습니다." 서울의 한 카페에 모인 이들은 올해 충남 지역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입니다. 종종 이렇게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있지만 5명의 회원 중 임용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자연히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의 걱정을 털어놓게 되는데요. <녹취> 김수연(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다니던 회사가 망했는데 더 이상 망하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 해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해서 2년 정도 해서 붙었어요. 우선 이것은 신뢰의 문제잖아요. 뽑았으면 임용을 시켜야 되잖아요." 32살인 지난 2005년부터 뒤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해 마침내 올해 7월, 충남 지방직 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는 최민중씨. 혹시나 올지 모르는 발령소식에 여행도 마음대로 못가고,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 벌써 넉 달째입니다. <녹취> 최민중(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금년은 특수한 경우라서 언제 발령이 나고 그런 기간이 어느 정도다 이런 얘기가 없고요, 저희 지역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한 명도 발령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처럼 올해 유난히 지방직 공무원 발령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정부가 지방공무원 감축지침을 발표하면서 부텁니다. 각 자치 단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미루고 있는 것인데요. <녹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올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연말까지 정원감축을 하는 게 있다 보니까... 예년에 비해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죠." 대기 기간 2년이 넘으면 해당 조직 결원이 없더라도 임용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있긴 하지만 2년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도 곤욕입니다. 특히 올해 안에 임명되지 않으면 달라진 연금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데요. <녹취> 최민중(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금년에 신규 임용되는 사람의 경우 60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내년에 발령 난 사람들은 65세부터 가능하거든요. 한 달, 두 달 발령 늦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큰 타격은 그거죠." 지난 9월 마련돼 현재 정기국회에 제출된 공무원연금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임용되는 신입 공무원은 보험료를 종전보다 26% 더 내야 합니다. 반면 연금 수령액은 25% 줄어 드는데요. 연급 지급 연령도 올해 임용 시 60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임용되면 65세부터 받게 됩니다. 아예 합격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의 한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한 박수철씨. 6개월이 넘도록 발령이 나지 않아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데요. <녹취> 박수철(가명/지방 공무원 임용대기자) : "하루마다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는 거죠. 임용되고 나면 집에 부모님이랑 친척들 모여서 한턱 쏘면서 회식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박씨의 경우 일반 공개채용과 달리 해당분야 경력이나 자격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채용이기 때문에 합격 후 2년이 지나도 발령받지 못하면 합격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합니다. 애타는 마음에 해당 부처에 문의해 봐도 기다리라는 말 뿐이라는데요. <녹취> 해당 부처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공채 같은 경우에는 별도 정원이라고 해서 일반 특채보다는 조금 더 보호를 하고 있는 그런 실정입니다. 솔직히 딱해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백수 아닌 백수 신세인 지방직 공무원 임용대기자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4천 여 명. 전체 합격자의 70%에 가까운 수친데요. 이들에게 올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유난히 춥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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