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새벽 인력시장, 일감은 ‘뚝’ 사람만 ‘북적’

입력 2008.11.20 (08:47) 수정 2008.11.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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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 불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신음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삶이 고달파지고 있는데요, 정지주 기자, 요즘 인력시장 경기가 어느 때보다 나쁘다고요?

<리포트>

일감이 뚝 끊겨서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런 분들 많습니다. 건설현장 일감이라는 게 원래 겨울이 되면 뚝 끊기게 마련인데 요즘은 그 시기가 좀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다보니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할 곳이 없어진 건데... 일하는 사람들도 일당은 갈수록 줄고 있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추위는 닥치고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단한 하루,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구로동 로터리 인력시장입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는 새벽 4시 30분. 하지만 이 곳에는 벌써부터 수십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올해 환갑을 바라보는 김모씨도 일감을 찾아 이 곳에 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녹취> 김OO(일용직 근로자) : “잡부. 그냥 아무거나 청소하고 그래요.”

새벽 5시가 되자 사람들이 차량에 올라탑니다. 이들은 다행히 오늘 일감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일하려는 사람은 많고 일감은 줄어들어, 일감을 얻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인(일용직 근로자) : “지금 한 20~30%는 줄었죠. 날도 추운 상태에서 경제도 안 좋잖아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쪽도 감원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기도 성남의 다른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새벽 4시부터 인력소개소의 문을 두드리지만 일감을 얻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일감은 눈에 띠게 줄었다는데요, 2년째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권모씨는 이번 달에는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권OO(일용직 근로자) : “3일. 오늘 19일이니까 3일 했다니까. (잘 될 때는) 5~6백만 원도 벌고 7백만 원까지 벌어봤어요. 지금은 7~8십만 원 벌려나... 말하면 짜증 나니까 그만 합시다.”

건설현장 일감은 12월 중순이면 뚝 끊긴다고 합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11월은 월동 준비를 할 마지막 기간인 셈인데요, 하지만 올해 상황은 최악이라고 합니다.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지금 작년 같으면 사람이 모자라지.”

<녹취> 개인 사업자 : “말도 못 한다고요. 작년과 올해는 정확하게 따지면 1/3 정도 감소하고.”

<녹취> 일용직 근로자 : “지금부터 어렵다면 1, 2월 가면 어떻게 해. 원래는 지금부터 벌어놔야 해, 우리가. 바짝 벌어놔야 조금 챙겨놔야 해, 3월에 쓰려면.”

건설업체가 자금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면서 임금이 제때 계산되지 않는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데요,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공사하다 우리가 중단시켰어. 노임을 안 줘서... 한 달 두 달 밀려 봐요, 생활을 못 해.”

새벽 6시. 이름을 불린 사람들은 짐을 챙겨 일터로 떠납니다. 7시가 되어가자 남은 사람들의 얼굴엔 초조한 기색이 감돕니다. 이 시간까지 일을 구하지 못하면 오늘 하루는 공친 셈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녹취> 일용직 근로자 : “7시 정도면 거의 일 시작한다는 말이지. (그 이후엔) 일없지.”

<녹취> 일용직 근로자 : “혹시나 개별적으로 사장님들이 오거든. 운이 좋으면 팔려가는 거고...”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새벽같이 일어나서 4시 반에 와서 일 못하고 8시까지 허탈하죠. 8시까지 죽으나 사나 있어요. 있다가 간혹 한 명 두 명 나가니까.”

이모씨도 오늘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9시가 넘도록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데요,

<녹취> 이OO(일용직 근로자) : “(가족들한테) 미안하니까 못 들어가고 여기 있다 들어가는 거지. 눈치 보이니까.”

<인터뷰> 차일환(인력소개소 소장) : “애들이 나간 다음에 집에 들어가려고 보기 미안하니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여기 나와서 한 8시까지 기다리다가 못 나가면 얼마나 허무해.”

간신히 일감을 얻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하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도 못 먹은 상태로 아침 7시부터 오후 5~6시까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보통 6만 5천 원에서 7만 원. (식비, 차비, 소개료 제하고 나면) 약 5만 4천 원”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너무 임금이 적어. 하루 일당 10만 원이면 7천 원 떼이고 차비 3천 원...”

약 17년 동안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는 원모씨. 10시간 동안 격무에 시달리고 나면,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녹취> 일용직 근로자 : “9시에 텔레비전 보다가 졸려서 자요. 새벽 4시에 일어나고...”

고된 노동과 적은 일당, 그리고 내일도 일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집으로 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봉철(일용직 근로자) : “실질적으로 아침에 보면 일을 못 가시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지난여름에는 그래도 좀 일자리가 있었는데 요즘 갑자기...”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더하면 더했지 한 1~3월 되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내가 봤을 땐...”

일용직 근로자의 삶이 예전이라고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제 위기를 맞은 요즘, 이들은 죽지 못해 나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데요.

하루에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 밖에 안 되는 일당. 그나마 매일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깊어지는 경기 침체와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위기, 줄어드는 일감 속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겨울은 어느 때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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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20 08:31:29
    • 수정2008-11-20 09: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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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 불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신음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삶이 고달파지고 있는데요, 정지주 기자, 요즘 인력시장 경기가 어느 때보다 나쁘다고요? <리포트> 일감이 뚝 끊겨서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런 분들 많습니다. 건설현장 일감이라는 게 원래 겨울이 되면 뚝 끊기게 마련인데 요즘은 그 시기가 좀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다보니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할 곳이 없어진 건데... 일하는 사람들도 일당은 갈수록 줄고 있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추위는 닥치고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단한 하루,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구로동 로터리 인력시장입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는 새벽 4시 30분. 하지만 이 곳에는 벌써부터 수십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올해 환갑을 바라보는 김모씨도 일감을 찾아 이 곳에 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녹취> 김OO(일용직 근로자) : “잡부. 그냥 아무거나 청소하고 그래요.” 새벽 5시가 되자 사람들이 차량에 올라탑니다. 이들은 다행히 오늘 일감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일하려는 사람은 많고 일감은 줄어들어, 일감을 얻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인(일용직 근로자) : “지금 한 20~30%는 줄었죠. 날도 추운 상태에서 경제도 안 좋잖아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쪽도 감원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기도 성남의 다른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새벽 4시부터 인력소개소의 문을 두드리지만 일감을 얻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일감은 눈에 띠게 줄었다는데요, 2년째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권모씨는 이번 달에는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권OO(일용직 근로자) : “3일. 오늘 19일이니까 3일 했다니까. (잘 될 때는) 5~6백만 원도 벌고 7백만 원까지 벌어봤어요. 지금은 7~8십만 원 벌려나... 말하면 짜증 나니까 그만 합시다.” 건설현장 일감은 12월 중순이면 뚝 끊긴다고 합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11월은 월동 준비를 할 마지막 기간인 셈인데요, 하지만 올해 상황은 최악이라고 합니다.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지금 작년 같으면 사람이 모자라지.” <녹취> 개인 사업자 : “말도 못 한다고요. 작년과 올해는 정확하게 따지면 1/3 정도 감소하고.” <녹취> 일용직 근로자 : “지금부터 어렵다면 1, 2월 가면 어떻게 해. 원래는 지금부터 벌어놔야 해, 우리가. 바짝 벌어놔야 조금 챙겨놔야 해, 3월에 쓰려면.” 건설업체가 자금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면서 임금이 제때 계산되지 않는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데요,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공사하다 우리가 중단시켰어. 노임을 안 줘서... 한 달 두 달 밀려 봐요, 생활을 못 해.” 새벽 6시. 이름을 불린 사람들은 짐을 챙겨 일터로 떠납니다. 7시가 되어가자 남은 사람들의 얼굴엔 초조한 기색이 감돕니다. 이 시간까지 일을 구하지 못하면 오늘 하루는 공친 셈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녹취> 일용직 근로자 : “7시 정도면 거의 일 시작한다는 말이지. (그 이후엔) 일없지.” <녹취> 일용직 근로자 : “혹시나 개별적으로 사장님들이 오거든. 운이 좋으면 팔려가는 거고...” <녹취> 인력소개소 관계자 : “새벽같이 일어나서 4시 반에 와서 일 못하고 8시까지 허탈하죠. 8시까지 죽으나 사나 있어요. 있다가 간혹 한 명 두 명 나가니까.” 이모씨도 오늘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9시가 넘도록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데요, <녹취> 이OO(일용직 근로자) : “(가족들한테) 미안하니까 못 들어가고 여기 있다 들어가는 거지. 눈치 보이니까.” <인터뷰> 차일환(인력소개소 소장) : “애들이 나간 다음에 집에 들어가려고 보기 미안하니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여기 나와서 한 8시까지 기다리다가 못 나가면 얼마나 허무해.” 간신히 일감을 얻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하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도 못 먹은 상태로 아침 7시부터 오후 5~6시까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보통 6만 5천 원에서 7만 원. (식비, 차비, 소개료 제하고 나면) 약 5만 4천 원”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너무 임금이 적어. 하루 일당 10만 원이면 7천 원 떼이고 차비 3천 원...” 약 17년 동안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는 원모씨. 10시간 동안 격무에 시달리고 나면,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녹취> 일용직 근로자 : “9시에 텔레비전 보다가 졸려서 자요. 새벽 4시에 일어나고...” 고된 노동과 적은 일당, 그리고 내일도 일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집으로 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봉철(일용직 근로자) : “실질적으로 아침에 보면 일을 못 가시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지난여름에는 그래도 좀 일자리가 있었는데 요즘 갑자기...” <녹취> 일용직 근로자 : “더하면 더했지 한 1~3월 되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내가 봤을 땐...” 일용직 근로자의 삶이 예전이라고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제 위기를 맞은 요즘, 이들은 죽지 못해 나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데요. 하루에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 밖에 안 되는 일당. 그나마 매일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깊어지는 경기 침체와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위기, 줄어드는 일감 속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겨울은 어느 때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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