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적자 보전에 내몰리는 ‘소형 매점’

입력 2008.11.25 (21: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소규모 매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한 '궁여지책' 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황현택 기자입니다.

<리포트>

새벽 첫차에 맞춰 매장 문을 연 지 만 2년째.

하루 15시간 일해 버는 돈은 월 3~40만 원이 고작입니다.

<녹취> 김○○(지체장애 2급) : "대형마트로 가지, 밑에 와서 한 평도 안되는데 와서 사지 않아요. 편의점보다 품목이 몇 십배나 적고..."

아예 문을 닫는 또 다른 매장, 소음과 먼지는 견딜만 했지만, 갈수록 느는 빚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김○○(모자가정) : "'돈 벌 수 있으니까 돈 좀 빌려달라'고 물건값하고 선반하고... 그게 다 빚으로 남은 거죠."

도시철도공사가 매년 2천5백억 원의 적자 해소를 위해 대기업에 상점을 내준 게 지난해 10월.

공공시설 내 매점은 장애인과 독립유공자 가정 등 저소득층에만 임대할 수 있지만, 10제곱미터 이하에만 적용해 저소득층이 아녀도 진출할 길을 터놓은 겁니다.

<인터뷰> 양태경(서울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 "사회적 약자의 생계에 대한 지원을 하기 보다는 사업적으로 접근해서 조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넘어가는..."

이 때문에 복권과 신문, 음료로 나뉘었던 매장이 하나로 묶여 승강장으로 내려온 반면, 윗층 대합실에는 편의점들이 속속 들어섰습니다.

1년 만에 편의점은 122곳으로 폭증한 반면, 경쟁에 밀린 통합매점은 58곳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공사 측은 임대료 추가 인하 등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홍현오(도시철도공사 사업운영팀장) : "예를 들면 로또복권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항들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2평 남짓한 생계 수단이 공기업 적자 보전과 대기업 이익에 밀려 퇴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기업 적자 보전에 내몰리는 ‘소형 매점’
    • 입력 2008-11-25 21:16:50
    뉴스 9
<앵커 멘트>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소규모 매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한 '궁여지책' 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황현택 기자입니다. <리포트> 새벽 첫차에 맞춰 매장 문을 연 지 만 2년째. 하루 15시간 일해 버는 돈은 월 3~40만 원이 고작입니다. <녹취> 김○○(지체장애 2급) : "대형마트로 가지, 밑에 와서 한 평도 안되는데 와서 사지 않아요. 편의점보다 품목이 몇 십배나 적고..." 아예 문을 닫는 또 다른 매장, 소음과 먼지는 견딜만 했지만, 갈수록 느는 빚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김○○(모자가정) : "'돈 벌 수 있으니까 돈 좀 빌려달라'고 물건값하고 선반하고... 그게 다 빚으로 남은 거죠." 도시철도공사가 매년 2천5백억 원의 적자 해소를 위해 대기업에 상점을 내준 게 지난해 10월. 공공시설 내 매점은 장애인과 독립유공자 가정 등 저소득층에만 임대할 수 있지만, 10제곱미터 이하에만 적용해 저소득층이 아녀도 진출할 길을 터놓은 겁니다. <인터뷰> 양태경(서울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 "사회적 약자의 생계에 대한 지원을 하기 보다는 사업적으로 접근해서 조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넘어가는..." 이 때문에 복권과 신문, 음료로 나뉘었던 매장이 하나로 묶여 승강장으로 내려온 반면, 윗층 대합실에는 편의점들이 속속 들어섰습니다. 1년 만에 편의점은 122곳으로 폭증한 반면, 경쟁에 밀린 통합매점은 58곳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공사 측은 임대료 추가 인하 등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홍현오(도시철도공사 사업운영팀장) : "예를 들면 로또복권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항들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2평 남짓한 생계 수단이 공기업 적자 보전과 대기업 이익에 밀려 퇴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