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율 급등은 키코 계약 해지 사유”

<앵커 멘트>

통화파생상품인 키고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두 기업이 낸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어서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호을 기자입니다.


<리포트>

잘 나가던 이 중견 기업은 최근 이른바 흑자부도를 맞았습니다.

은행의 권유로 통화 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손실액이 수백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런 키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두곳이 법원에 키코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오늘 이 소송에서 기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키코 계약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순 없지만, 환율이 예상과 달리 급등해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은행은 판매 당시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지 이후엔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홍준호(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 :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면, 사정 변경에 책임이 없는 당사자들이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입니다."

키코 가입 기업들이 입은 손실금은 3조원대, 계약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해 울며 겨자먹기로 매달 엄청난 손실금을 물어왔습니다.

<인터뷰> 강남훈(중기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 : "키코 가입 중소기업들이 매월 정산해서 납부해야 되는 의무가 해소됐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키코 피해를 입은 5백여개 업체들의 가처분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기업 대신 키코 손실액을 떠앉게 돼 자본 확충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