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출산율의 덫

입력 2009.01.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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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엔 미래포럼은 앞으로 3백 년 뒤 한 나라의 인구가 0이 돼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았습니다.

바로 낮은 출산율 때문인데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내달리는 놀이기구 열차를 타 듯 초고속으로 저출산 초고령화로 가고 있는 2009년 대한민국 사회의 실태를 유승영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맞벌이 부부이자 9살과 7살 된 두 딸의 엄마인 류미아 씨.

아침은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직장이 먼 남편이 먼저 출근하고 나면 두 딸을 챙기는 일은 꼼짝없이 엄마 차집니다.

<인터뷰>류미아 : "저는 마음이 급한데 빨리 출근을 해야 되는데 애들은 밥 먹을 때 한참 있다가 자기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할 얘기 다 하니까 자꾸 다그치게 돼요."

젊은 세대의 결혼관이나 가치관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문직 직장 여성인 34살 정 모 씨는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는 낳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입니다.

<인터뷰>정 모 : "딩크족 여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키워야 되는 의무 부담을 갖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부부 사이는 더 소원해지는 것 같아요."

임신이나 출산으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도 이를 감수해야 하는 여성근로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여성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불안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비도 부담입니다.

OECD 국가의 GDP 즉 국내총생산 대비 보육 조기 교육 예산도 한국은 꼴찌입니다.

<인터뷰>김 모 : "학부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단가가 달라지거든요 크면서 한 과목만 시켜도 50~60만 원 하니까 엄마가 집에 못 있는다는 얘기죠."

이런 현상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접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가 최저였던 2005년 이후 이른바 황금돼지해 등 출산 특수로 반짝 상승한 뒤 지난해 1.20명으로 다시 하락하는 추셉니다.

유엔 미래 포럼의 보고서는 현재의 출산율 추이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2300년에는 인구가 한 명도 남지 않아 소멸될 국가 1호로 한국을 꼽았습니다.

<인터뷰>이삼식 박사 : "일단 노동 세대들이 세금이나 여러 가지 각종 사회 보험을 지급해야 되는데 세원 자체나 보험료 재원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까 결국은 국가 재정적인 위기 문제도 있고 사회 보장 전반적으로 재정 구조가 취약하게 되는 거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최근 정부가 시행 중인 출산 장려 정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한 설문 결과를 내놨습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천 7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 정책의 수혜 여부가 출산에 영향을 줬는지를 물은 결과 10명 중 8명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유승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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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저 출산율의 덫
    • 입력 2009-01-12 08: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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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엔 미래포럼은 앞으로 3백 년 뒤 한 나라의 인구가 0이 돼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았습니다. 바로 낮은 출산율 때문인데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내달리는 놀이기구 열차를 타 듯 초고속으로 저출산 초고령화로 가고 있는 2009년 대한민국 사회의 실태를 유승영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맞벌이 부부이자 9살과 7살 된 두 딸의 엄마인 류미아 씨. 아침은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직장이 먼 남편이 먼저 출근하고 나면 두 딸을 챙기는 일은 꼼짝없이 엄마 차집니다. <인터뷰>류미아 : "저는 마음이 급한데 빨리 출근을 해야 되는데 애들은 밥 먹을 때 한참 있다가 자기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할 얘기 다 하니까 자꾸 다그치게 돼요." 젊은 세대의 결혼관이나 가치관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문직 직장 여성인 34살 정 모 씨는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는 낳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입니다. <인터뷰>정 모 : "딩크족 여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키워야 되는 의무 부담을 갖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부부 사이는 더 소원해지는 것 같아요." 임신이나 출산으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도 이를 감수해야 하는 여성근로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여성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불안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비도 부담입니다. OECD 국가의 GDP 즉 국내총생산 대비 보육 조기 교육 예산도 한국은 꼴찌입니다. <인터뷰>김 모 : "학부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단가가 달라지거든요 크면서 한 과목만 시켜도 50~60만 원 하니까 엄마가 집에 못 있는다는 얘기죠." 이런 현상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접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가 최저였던 2005년 이후 이른바 황금돼지해 등 출산 특수로 반짝 상승한 뒤 지난해 1.20명으로 다시 하락하는 추셉니다. 유엔 미래 포럼의 보고서는 현재의 출산율 추이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2300년에는 인구가 한 명도 남지 않아 소멸될 국가 1호로 한국을 꼽았습니다. <인터뷰>이삼식 박사 : "일단 노동 세대들이 세금이나 여러 가지 각종 사회 보험을 지급해야 되는데 세원 자체나 보험료 재원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까 결국은 국가 재정적인 위기 문제도 있고 사회 보장 전반적으로 재정 구조가 취약하게 되는 거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최근 정부가 시행 중인 출산 장려 정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한 설문 결과를 내놨습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천 7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 정책의 수혜 여부가 출산에 영향을 줬는지를 물은 결과 10명 중 8명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유승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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