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부산 노래주점 화재…마지막 된 축하연

입력 2009.01.16 (08:45) 수정 2009.01.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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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 노래주점 화재로 희생당한 8명은 모두 한 조선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불경기 속 대형 선박의 건조를 축하하는 회식자리에서 당한 참변이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정지주 기자! 화재 원인은 밝혀졌습니까?

<리포트>

네, 경찰과 소방당국은 어제 오전 화재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실시했습니다.

불은 8명의 피해자들이 있던 방의 바로 옆 방에서 났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발화 지점인 소파 뒤쪽에는 전기설비가 없기 때문에 합선이나 누전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과 함께 방화나 실화의 가능성도 열어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부산의 한 병원에는 이번 화재로 숨진 조선업체 직원들의 합동 분향소가 차려져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불이 난 현장과 빈소의 분위기를 취재해봤습니다.

부산시 남항동의 지하 노래주점에서 불이 난 시간은 지난 14일 밤 8시 44분 쯤이었습니다. 화재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 8명과 종업원 2명, 노래방 도우미 4명 등 14명이 있었는데요, 불이 나자 밖으로 대피한 종업원 서 모씨가곧바로 119에 신고해 2분 여 만에 소방차가 출동했습니다.

<녹취> 주변 상인 : “종업원인지 누군지 저쪽에서 불났다고 막 전화를 하더라고 119에 전화를 했겠지. 종업원인지 누군지는 몰라도 연기난다고 (전화를 하더라고) 웨이터였나봐.”

밤 9시가 채 되기도 전이어서, 주변 상점의 상인들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주변 상인 : “8시 반 돼서 텔레비전 보고 있으니까 냄새가 나더라. 가스레인지에 아무 것도 없는데 싶어서 보니까 가스레인지에는 아무 것도 없고 어디서 이렇게 냄새가 나나 (했는데), 냄새가 막 나더라고. 연기가 여기서 확확 올라오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직까지 목이 따가울 정도라서..”

지하에서 올라온 검은 연기는 바람을 타고 주변 상점으로 빠르게 불어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주변 상인 : “음식을 나르고 있는데 탄내가 나길래 저희 가게에서 나는 줄 알았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있길래 보니까 검은 연기가 저 갈비집 쪽으로 우리 건물 쪽으로 오더라고요. (연기가) 많이 검었죠.”

불은 진화 작업 1시간 만에 모두 꺼졌습니다. 하지만 안에 있던 손님 8명은 모두 사망하고 노래방 도우미 1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어제 화재 현장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습니다. 116㎡의 이 노래주점에는 7개의 방이 있는데요 숨진 8명이 있던 곳은 출입구에서 가장 먼 7번 방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있던 방 바로 옆 방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종업원 서 씨는 이 방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도우미들이 있는 방과 손님들이 있던 방 벽을 두드려 대피하라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도우미 2명은 후문 비상구로, 서 씨와 또 다른 종업원 1명, 도우미 2명은 정문 출입구로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연기는 순식간에 노래주점을 뒤덮었습니다. 뒤늦게 방을 빠져나온 8명의 손님들은 방 바로 옆에 비상구가 있었지만 출입구 옆 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출입구로 착각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방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출입구 옆 또 다른 방에서도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2명은 7번 방 앞 통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대피하던 도우미 1명은 출입구 계단에서 쓰러졌고 중태에 빠졌습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생사의 길이 갈라진 겁니다.

감식반은 현재 불이 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누전으로 환풍기에 불똥이 생기고 이것이 소파 아래로 떨어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녹취> 영도경찰서 관계자: “소파에 발화가 됐다는데 발화된 원인을 무엇인지 밝히고 있는데 누가 거기서 방화를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열 네 사람 다 행적을 보면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불이 난 것으로 보이는 소파 뒤쪽에는 전기시설이 없어 방화나 실화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녹취> 송인찬(한국전기안전공사 과장): “방화나 실화 그런 부분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탁자 뒷부분과 소파 탄 부분 그 주위에 전기 시설은 없었거든요.”

밖으로 대피한 종업원들은 무사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종업원은 손님들이 있던 방 벽을 두 차례 두드려 화재를 알렸지만 손님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녹취> 생존 종업원 : “몰라요. 왜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답답했어요. 나와라 나와라 해도 말해도 안 나오니까... 계속 말을 해도 안 나오니까...”

한편 부산의 한 병원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조선업체 직원 8명의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모두들 갑작스러운 사고에 말을 잇지 못했는데요..

<녹취> 피해자 친구 : “지금도 사실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들하고 통화도 했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 가족과 회사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가장의 죽음 앞에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습니다.

<녹취> 유가족 : “안 믿기죠. 어찌 믿겠습니까. 죽었다는 걸 ”

<녹취> 유가족 : “제일로 막둥이가 죽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제일 늦게 갈 놈이 제일 먼저 갔으니. 정신을 놓고 있는 상황이지.”


일하는 동안은 바빠서 자주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유가족: “같이 김해 살아도 바쁘다고 만날 늦게 오고. 내가 (동생이) 이 공장 들어가서는 한 번 봤네 한번.”

만 3천 톤급 선박을 주로 생산해오던 이 업체는 불경기 속에서도 사운을 걸고 최근 3만 2천 톤급 대형 선박을 건조했다고 합니다. 사고 전 날인 13일에 대형선박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 날 회식을 가졌습니다.

연이은 철야 근무로 지친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조선소장인 신 모씨가 회식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요.. 목숨을 잃은 8명 모두 임원급 직원과 간부 직원 등 회사의 핵심 인력들이고, 상당수는 지난 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들로 알려졌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8명의 직원을 잃은 이 업체 직원들은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녹취> 00조선 직원 : “전부 다 분향소에 가 있고 아무도 없어요. 담당할 만한 사람이 지금 없습니다.”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한 감식 결과가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후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재가 난 노래주점은 소방법 상 150㎡가 넘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고, 내부 통로의 너비는 1.7m밖에 되지 않아 대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축하연이 마지막이 된 희생자들의 사연에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더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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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16 08: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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