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 할 ‘용산 참사’ 쟁점

입력 2009.01.21 (11:22) 수정 2009.01.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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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6명을 낸 용산 재개발지구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과 결과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가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공권력과 시위대가 충돌한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이를 둘러싼 의문점을 최대한 신속하게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화재 원인 등에서 현장에 있던 농성자와 경찰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농성이 참사로 번진데 대한 책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화재 원인 제공 누가 했나 = 경찰 특공대원 1명을 포함한 희생자 6명이 모두 건물 옥상에 설치된 망루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숨진 만큼 최우선으로 망루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희생자들은 옥상 망루의 화재에 따른 화염으로 소사 또는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화재 원인을 두고 경찰과 철거민 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 화재 원인이 밝혀지면 자연스레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도 가려지게 되고 배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잉진압이 원인이 됐다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고, 농성자들의 불법 과격행동이 문제가 됐다면 거꾸로 이들이 법적 책임과 함께 숨진 경찰관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 신윤철 제1제대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특공대가 망루에 접근하자 3층짜리 망루 꼭대기에 있던 철거민이 망루 아래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망루 하단과 외벽이 불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불이 커져 망루 3층에 있던 시너 통에 옮아 붙으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반면 철거민들은 접근하던 경찰 특공대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는 했지만 이 화염병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망루 쪽으로 떨어지면서 시너에 불이 붙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사건 규명과 책임 소재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옥상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일부가 화염병을 봤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농성자가 이를 던지거나 실수로 떨어뜨려 불이 났는지 본 사람은 아직 없다"며 "망루에 들어갔다가 화재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부상한 대원을 조사하면 더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외부세력 `조직적 개입'했나 = 농성 과정에 이해 당사자인 세입자 외에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도 검찰의 조사 대상이다.
참사 전날인 19일 농성자들이 이 건물에 망루를 설치하고 장기농성 태세에 돌입하면서 이미 화염병과 새총, 화염병 제조를 위한 시너 통 등이 반입된 만큼 철거 현장 농성에 익숙한 외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일단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 이번 농성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진압작전 때 건물에서 체포한 점거 농성자 28명 가운데 7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이 이 지역 세입자가 아닌 전철연 소속 회원이라고 밝혔고 검찰도 건물을 점거한 30여명 가운데 12명이 전철연 소속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 건물 점거 전 전철연이 인천에서 세입자들에게 망루를 설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경찰도 과잉진압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검찰과 경찰이 전철연을 `배후'로 지목해 수사를 벌인다면 진보적 시민단체들로부터 "본말이 전도됐다"는 편향 시비가 벌어질 공산도 있다.
◇ 경찰특공대 투입-초강수 대응 적절했나 = 점거농성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경찰의 초강수 진압 작전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어 과잉진압 여부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경찰특공대 투입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최종승인한 것으로 확인됐고 야권에서도 김 내정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검찰 수사가 이번 사건 지휘 라인 등 경찰 수뇌부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이 화염병과 새총을 먼저 사용해 폭력적으로 경찰에 맞서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난 탓에 무고한 시민의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강제 진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대로 철거민의 대응이 실제 위협적이었는지, 옥상 망루에 시너, 가스 등 인화물질이 상당히 있었는데도 적절한 안전조치나 충분한 회유 및 설득작업 없이 무리하게 작전을 폈는지를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경찰특공대원을 조사한 결과 옥상에서 시너를 뿌리는 것을 경찰이 봤고 망루 안에 인화물질이 상당량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작전을 강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경찰의 초강수가 무리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철거민 측은 건물 주변이 이미 대부분 철거돼 이웃 건물 피해가 우려됐다는 경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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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풀어야 할 ‘용산 참사’ 쟁점
    • 입력 2009-01-21 11:22:08
    • 수정2009-01-21 16:26:59
    연합뉴스
사망자 6명을 낸 용산 재개발지구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과 결과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가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공권력과 시위대가 충돌한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이를 둘러싼 의문점을 최대한 신속하게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화재 원인 등에서 현장에 있던 농성자와 경찰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농성이 참사로 번진데 대한 책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화재 원인 제공 누가 했나 = 경찰 특공대원 1명을 포함한 희생자 6명이 모두 건물 옥상에 설치된 망루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숨진 만큼 최우선으로 망루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희생자들은 옥상 망루의 화재에 따른 화염으로 소사 또는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화재 원인을 두고 경찰과 철거민 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 화재 원인이 밝혀지면 자연스레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도 가려지게 되고 배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잉진압이 원인이 됐다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고, 농성자들의 불법 과격행동이 문제가 됐다면 거꾸로 이들이 법적 책임과 함께 숨진 경찰관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 신윤철 제1제대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특공대가 망루에 접근하자 3층짜리 망루 꼭대기에 있던 철거민이 망루 아래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망루 하단과 외벽이 불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불이 커져 망루 3층에 있던 시너 통에 옮아 붙으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반면 철거민들은 접근하던 경찰 특공대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는 했지만 이 화염병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망루 쪽으로 떨어지면서 시너에 불이 붙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사건 규명과 책임 소재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옥상에 투입된 경찰특공대 일부가 화염병을 봤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농성자가 이를 던지거나 실수로 떨어뜨려 불이 났는지 본 사람은 아직 없다"며 "망루에 들어갔다가 화재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부상한 대원을 조사하면 더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외부세력 `조직적 개입'했나 = 농성 과정에 이해 당사자인 세입자 외에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도 검찰의 조사 대상이다. 참사 전날인 19일 농성자들이 이 건물에 망루를 설치하고 장기농성 태세에 돌입하면서 이미 화염병과 새총, 화염병 제조를 위한 시너 통 등이 반입된 만큼 철거 현장 농성에 익숙한 외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일단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 이번 농성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진압작전 때 건물에서 체포한 점거 농성자 28명 가운데 7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이 이 지역 세입자가 아닌 전철연 소속 회원이라고 밝혔고 검찰도 건물을 점거한 30여명 가운데 12명이 전철연 소속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 건물 점거 전 전철연이 인천에서 세입자들에게 망루를 설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경찰도 과잉진압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검찰과 경찰이 전철연을 `배후'로 지목해 수사를 벌인다면 진보적 시민단체들로부터 "본말이 전도됐다"는 편향 시비가 벌어질 공산도 있다. ◇ 경찰특공대 투입-초강수 대응 적절했나 = 점거농성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경찰의 초강수 진압 작전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어 과잉진압 여부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경찰특공대 투입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최종승인한 것으로 확인됐고 야권에서도 김 내정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검찰 수사가 이번 사건 지휘 라인 등 경찰 수뇌부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이 화염병과 새총을 먼저 사용해 폭력적으로 경찰에 맞서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난 탓에 무고한 시민의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강제 진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대로 철거민의 대응이 실제 위협적이었는지, 옥상 망루에 시너, 가스 등 인화물질이 상당히 있었는데도 적절한 안전조치나 충분한 회유 및 설득작업 없이 무리하게 작전을 폈는지를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경찰특공대원을 조사한 결과 옥상에서 시너를 뿌리는 것을 경찰이 봤고 망루 안에 인화물질이 상당량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작전을 강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경찰의 초강수가 무리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철거민 측은 건물 주변이 이미 대부분 철거돼 이웃 건물 피해가 우려됐다는 경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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