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빗나가는 교통 수요 예측…국민 세금 낭비

입력 2009.02.04 (21:57) 수정 2009.02.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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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각종 SOC 사업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12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엉터리 예측을 한 용역회사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습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4년 개통한 인천의 천마터널입니다.

하루 평균 3만 천대가 다닐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이용 차량은 8천여대 뿐입니다.

수요예측을 맡은 용역회사는 아직 사업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주변도로까지 개통될 것을 가정해 수요를 산정했습니다.

이때문에 인천시는 이 터널에 투자한 민자회사에 2035년까지 부족한 통행요금 수백억 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하지만,정작 엉터리 수요예측을 한 용역회사에는 어떤 처벌이나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녹취>인천시 도로과 팀장 : "그때 당시에 그런 규정이 없어요 감사원에서도 용역회사를 혼내주려 했는데 그런 규정이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책임지지 않는 용역회사는 발주처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쉽습니다.

부산-김해간 경전철 건설사업 현장입니다.

2021년까지 부산시 인구가 크게 늘 것으로 가정하고 이용객 수요를 예측했지만, 부산시 인구는 통계청의 예측대로 계속 줄고 있습니다.

<녹취> 김해시 정책담당계 : "부산쪽 인구증가를 좀 많이 잡은 것 같습니다. 부산은 그때(2004년) 이후 (인구가) 많은 감소 추세입니다."

부산시의 인구 감소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루 이용객은 12만여 명에 불과해, 김해시와 부산시는 앞으로 20년간 220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입니다.

물론 용역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다보니 잘못된 예측을 한 용역회사가 정부 사업을 버젓이 다시 수주해 엉터리 예측을 되풀이합니다.

잘못된 수요예측의 대명사인 인천공항고속도로입니다.

개통 8년째인 지금도 통행량은 당초 수요예측의 절반 수준인 6만 2천여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을 맡은 모 유명 용역회사는 4년 뒤 대구 - 부산간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을 다시 맡았습니다.

이 고속도로 역시 수요 예측량의 58%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회사에 5년간 668억 원을 물어준 반면, 이 용역회사는 지금 정부의 또다른 용역을 수행중입니다.

뒤늦게 정부는 2년 전 법을 바꿔 수요예측을 부실하게 한 용역회사에 벌점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 이라는 단서가 붙어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녹취>국토부 담당자 : "(법 개정 이후 용역 수행을 못하는 용역회사가 있습니까?) 벌점을 준 사례는 조사된 것은 없는데...."

잘못된 수요예측은 불필요한 SOC사업을 불러오고 결국 소중한 세금을 낭비합니다.

감사원은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정부가 민간업체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이 오는 2038년까지 12조 5천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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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빗나가는 교통 수요 예측…국민 세금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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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02-04 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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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각종 SOC 사업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12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엉터리 예측을 한 용역회사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습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4년 개통한 인천의 천마터널입니다. 하루 평균 3만 천대가 다닐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이용 차량은 8천여대 뿐입니다. 수요예측을 맡은 용역회사는 아직 사업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주변도로까지 개통될 것을 가정해 수요를 산정했습니다. 이때문에 인천시는 이 터널에 투자한 민자회사에 2035년까지 부족한 통행요금 수백억 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하지만,정작 엉터리 수요예측을 한 용역회사에는 어떤 처벌이나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녹취>인천시 도로과 팀장 : "그때 당시에 그런 규정이 없어요 감사원에서도 용역회사를 혼내주려 했는데 그런 규정이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책임지지 않는 용역회사는 발주처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쉽습니다. 부산-김해간 경전철 건설사업 현장입니다. 2021년까지 부산시 인구가 크게 늘 것으로 가정하고 이용객 수요를 예측했지만, 부산시 인구는 통계청의 예측대로 계속 줄고 있습니다. <녹취> 김해시 정책담당계 : "부산쪽 인구증가를 좀 많이 잡은 것 같습니다. 부산은 그때(2004년) 이후 (인구가) 많은 감소 추세입니다." 부산시의 인구 감소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루 이용객은 12만여 명에 불과해, 김해시와 부산시는 앞으로 20년간 220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입니다. 물론 용역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다보니 잘못된 예측을 한 용역회사가 정부 사업을 버젓이 다시 수주해 엉터리 예측을 되풀이합니다. 잘못된 수요예측의 대명사인 인천공항고속도로입니다. 개통 8년째인 지금도 통행량은 당초 수요예측의 절반 수준인 6만 2천여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을 맡은 모 유명 용역회사는 4년 뒤 대구 - 부산간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을 다시 맡았습니다. 이 고속도로 역시 수요 예측량의 58%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회사에 5년간 668억 원을 물어준 반면, 이 용역회사는 지금 정부의 또다른 용역을 수행중입니다. 뒤늦게 정부는 2년 전 법을 바꿔 수요예측을 부실하게 한 용역회사에 벌점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 이라는 단서가 붙어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녹취>국토부 담당자 : "(법 개정 이후 용역 수행을 못하는 용역회사가 있습니까?) 벌점을 준 사례는 조사된 것은 없는데...." 잘못된 수요예측은 불필요한 SOC사업을 불러오고 결국 소중한 세금을 낭비합니다. 감사원은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정부가 민간업체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이 오는 2038년까지 12조 5천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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