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에 담긴 소탈한 김 추기경

입력 2009.02.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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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회고록을 냈습니다.

종교 지도자가 아닌 인간 김수환이 곳곳에 드러나있습니다.

박주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신부가 된 후에도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을 보면 부럽기만 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신학교에 들어간 소년 김수환.

장사꾼이 되고싶다는 꿈을 접고 탈속의 길을 걷게 된 한 인간의 애틋한 미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나는 신부가 되라는 말 듣는 순간에 '아닌데...나는 아닌데...이러면서도, 반대는 못 했어요."

신학교에서 쫓겨나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래서 규정상 소지가 금지된 동전을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아두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이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성직자의 길을 정해진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신부가 된 뒤에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톡톡 털어 어머니께 삼을 사드렸다"고 할만큼 평범하고 정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내 자식도 신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어머님께 생기지 않았겠는가... 하느님께서 그 마음을 심어주셨겠죠. 어머니에게..."

추기경에 임명됐을 땐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도망갈 길이 막혔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만감이 교차했음을 고백합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뚜렷하게 의식을 갖지 못하고 그냥 뭐 이렇게 좀... 어중간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종교사, 나아가 현대사에 큰 획을 긋는 지도자로서의 삶을 오롯이 살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는 번뇌에 움츠러들기도 하고 사랑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해지는 '한 사람의 인간' 김수환이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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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록에 담긴 소탈한 김 추기경
    • 입력 2009-02-18 21:10:19
    뉴스 9
<앵커 멘트>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회고록을 냈습니다. 종교 지도자가 아닌 인간 김수환이 곳곳에 드러나있습니다. 박주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신부가 된 후에도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을 보면 부럽기만 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신학교에 들어간 소년 김수환. 장사꾼이 되고싶다는 꿈을 접고 탈속의 길을 걷게 된 한 인간의 애틋한 미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나는 신부가 되라는 말 듣는 순간에 '아닌데...나는 아닌데...이러면서도, 반대는 못 했어요." 신학교에서 쫓겨나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래서 규정상 소지가 금지된 동전을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아두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이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성직자의 길을 정해진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신부가 된 뒤에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톡톡 털어 어머니께 삼을 사드렸다"고 할만큼 평범하고 정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내 자식도 신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어머님께 생기지 않았겠는가... 하느님께서 그 마음을 심어주셨겠죠. 어머니에게..." 추기경에 임명됐을 땐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도망갈 길이 막혔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만감이 교차했음을 고백합니다. <녹취> 고 김수환 추기경 : "뚜렷하게 의식을 갖지 못하고 그냥 뭐 이렇게 좀... 어중간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종교사, 나아가 현대사에 큰 획을 긋는 지도자로서의 삶을 오롯이 살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는 번뇌에 움츠러들기도 하고 사랑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해지는 '한 사람의 인간' 김수환이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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