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석면 파우더, 유아 보건도 뒷북 행정

입력 2009.04.03 (07:14) 수정 2009.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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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유아들이 쓰는 파우더에서 독성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목욕 후 땀띠를 막기 위해 가정에서 흔히 쓰는 아기용 파우덥니다. 지금까지 어린 자녀의 몸에 석면 제품을 덕지덕지 발랐다는 생각에 부모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아기 파우더는 검사 대상 30개 제품 가운데 12개 제품과 원룝니다. 대부분 유명 회사 제품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판매중지와 제품회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제품에 석면이 얼마나 함유됐는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조차 못한 상탭니다.

더욱이 국내에는 이들 유아용품의 석면 기준조차 없었다니 한심한 일입니다.
1차적인 책임은 이를 감독해야 하는 식약청에 있습니다.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은 흡입 뿐 아니라 상처를 통해 피부에 들어가도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의 원료인 ‘탈크’란 광물은 제조 과정에서 별도로 석면을 제거하지 않으면 제품에도 석면이 남아 있게 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외국에서는 80년대 중반에 이미 논란이 돼 3,4년 전부터 화장품 원료에 석면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입 제품에선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식약청은 KBS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식약청이 알고도 방치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를 한 셈입니다. 업체들 역시 제품의 유해성에 눈 감고 있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탈크 원료의 유해성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석면 파우더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선 보고된 적이 없다는 식약청의 설명도 실망스럽습니다. 석면 피해는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입니다.

석면은 주로 건축 자재로 사용됐지만 발암성이 확인 된 이후 산업현장에서조차 퇴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석면이 든 탈크는 유아 제품 뿐 아니라 일부 성인 화장품이나 환자용 파우더에도 사용되지만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청은 뒤늦게 파우더 원료의 석면 기준을 마련하는 등 사후약방문식 뒷북 행정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국민 보건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석면 함유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합니다. 그동안 부실한 관리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 아이들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발암 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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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석면 파우더, 유아 보건도 뒷북 행정
    • 입력 2009-04-03 06:27:12
    • 수정2009-04-03 09:00:36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유아들이 쓰는 파우더에서 독성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목욕 후 땀띠를 막기 위해 가정에서 흔히 쓰는 아기용 파우덥니다. 지금까지 어린 자녀의 몸에 석면 제품을 덕지덕지 발랐다는 생각에 부모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아기 파우더는 검사 대상 30개 제품 가운데 12개 제품과 원룝니다. 대부분 유명 회사 제품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판매중지와 제품회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제품에 석면이 얼마나 함유됐는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조차 못한 상탭니다. 더욱이 국내에는 이들 유아용품의 석면 기준조차 없었다니 한심한 일입니다. 1차적인 책임은 이를 감독해야 하는 식약청에 있습니다.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은 흡입 뿐 아니라 상처를 통해 피부에 들어가도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의 원료인 ‘탈크’란 광물은 제조 과정에서 별도로 석면을 제거하지 않으면 제품에도 석면이 남아 있게 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외국에서는 80년대 중반에 이미 논란이 돼 3,4년 전부터 화장품 원료에 석면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입 제품에선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식약청은 KBS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식약청이 알고도 방치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를 한 셈입니다. 업체들 역시 제품의 유해성에 눈 감고 있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탈크 원료의 유해성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석면 파우더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선 보고된 적이 없다는 식약청의 설명도 실망스럽습니다. 석면 피해는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입니다. 석면은 주로 건축 자재로 사용됐지만 발암성이 확인 된 이후 산업현장에서조차 퇴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석면이 든 탈크는 유아 제품 뿐 아니라 일부 성인 화장품이나 환자용 파우더에도 사용되지만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청은 뒤늦게 파우더 원료의 석면 기준을 마련하는 등 사후약방문식 뒷북 행정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국민 보건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석면 함유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합니다. 그동안 부실한 관리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 아이들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발암 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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