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무비] ‘박쥐’ 外

입력 2009.05.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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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목요일 영화계 소식, 이민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칸 영화제 본선 진출작, '박쥐'의 흥행 기세가 대단하죠? 하지만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요?

<답변>

예, 이렇게 호불호가 엇갈리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영화를 본 것이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평론가들이 대체로 찬사를 보내는반면, 일반 관객들은 당혹감까지 느끼면서 혹평을 퍼붓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요.

어찌됐든 이 와중에 '박쥐'는 개봉 6일 만에 백 30만을 돌파했는데요, 그래서 같이 생각해볼까 합니다.

'박쥐'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말이죠.

평론가의 별 다섯개가 빛나는 동시에, 최악의 영화라는 평이 공존하는 영화,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걸까요.

기존 뱀파이어 영화는 늘 이런 식이었죠.

잘 생긴 남성 뱀파이어와 미모의 인간 여성과의 사랑 얘기..

관객들도 '박쥐' 역시 이런 멜로, 사랑 얘기겠거니하고 가셨겠죠.

예고편도 마케팅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니 한국인들이 굉장히 불편해하는 요소가 여럿 있었습니다.

카톨릭 신부님의 욕망이나, 친구 아내와의 불륜 등등 말이죠.

<인터뷰> 강유정 : "남의 남편과 눈이 맞아서 권선징악으로끝나는 아내의 유혹같은 구성에는 익숙하나, 친구 아내 겁탈...이런 것에는 굉장히 불편.."

관객들이 또 가장 당황한 부분은 아마 이런 걸 겝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 정말 심각한 순간에 갑자기 웃기고, 정말 웃기는 순간에 갑자기 무섭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죠.

하지만 의도된 거랍니다.

관객 감정을 사로잡으려는 영화들과 달리, 박쥐는 감정 이입을 일부러 거부하면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거죠.

<인터뷰> 강유정 : "그게 바로 예술가 평론가 한테는 대단한 시도처럼 보이고 관객들에게는 우롱당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것..."

그래서 '박쥐'를 보실 분들에게 미리 도움 말씀을 드리자면 이겁니다.

고정관념을 다 버리자는거죠.

<인터뷰> "이 영화는 낯설게, 박찬욱 식으로 모든 걸 재해석했다라고 마음을 먹고 보신다면 불편함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

한편으론 또 궁금하기도 하죠.

이렇게 일반 관객들이 낯설어하는 '박쥐'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칸 영화제는 또 어떤 평가를 내릴지 말이죠.

<질문> 이번엔 편안히 앉아서 볼 영화 소개 해 주시죠?

<답변>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있죠.

워낙 유명해서 다 아시는 시니까, 너무 폼 잡는다고 하지 마시구요. "사람들사이에 섬이있다. 그섬에 가고싶다" 딱 두줄이죠. 그런데 이 영화 보고 나니까, 문득 이 시가 생각나더군요.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말이죠.

영화 '김씨표류기'입니다.

빚더미 위에 앉아서 죽으려고 해도 맘대로 안됩니다.

기껏 표류한 곳이 한강의 밤섬이죠.

어차피 세상엔 희망도 없는데, 아예 혼자 살기로 결정합니다.

잠자리와 먹을 것도 구하면서 말이죠.

강 건너에는 섬이 아니라, 좁은 방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여자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 사진으로 미니 홈피 꾸미고 사진 찍는게 낙이죠.

그러다 이 남자를 발견합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삶을 일구며 자장면을 좋아하는 이상한 존재. 그런데 역시 왕따끼린 통하는 게 있나요?

우연히 두 외톨이는 안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서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삶에 대한 희망도 조금씩 커져나간거죠.

그렇게 두 외톨이는 자신만의 섬에서 빠져나와, 사람들 사이의 섬 속으로 달려나갑니다.

<인터뷰> 정려원('김씨표류기' 주연) : "희망이라는게 정말 작은 것이구나..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보고 나면 내 옆 사람 손 한번 꼭 잡아주며, 소통이란 두 글자를 가슴 속에 새기고 싶은 따뜻한 영화..

갑자기 퀴즈 하나 내고 싶네요.

예전에 마라도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 이란 광고가 있긴 했지만, 과연 밤섬에서 자장면 시키면 배달이 될까요, 안될까요?

정답 맞추시면 자장면 한그릇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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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요무비] ‘박쥐’ 外
    • 입력 2009-05-07 08: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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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목요일 영화계 소식, 이민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칸 영화제 본선 진출작, '박쥐'의 흥행 기세가 대단하죠? 하지만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요? <답변> 예, 이렇게 호불호가 엇갈리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영화를 본 것이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평론가들이 대체로 찬사를 보내는반면, 일반 관객들은 당혹감까지 느끼면서 혹평을 퍼붓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요. 어찌됐든 이 와중에 '박쥐'는 개봉 6일 만에 백 30만을 돌파했는데요, 그래서 같이 생각해볼까 합니다. '박쥐'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말이죠. 평론가의 별 다섯개가 빛나는 동시에, 최악의 영화라는 평이 공존하는 영화,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걸까요. 기존 뱀파이어 영화는 늘 이런 식이었죠. 잘 생긴 남성 뱀파이어와 미모의 인간 여성과의 사랑 얘기.. 관객들도 '박쥐' 역시 이런 멜로, 사랑 얘기겠거니하고 가셨겠죠. 예고편도 마케팅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니 한국인들이 굉장히 불편해하는 요소가 여럿 있었습니다. 카톨릭 신부님의 욕망이나, 친구 아내와의 불륜 등등 말이죠. <인터뷰> 강유정 : "남의 남편과 눈이 맞아서 권선징악으로끝나는 아내의 유혹같은 구성에는 익숙하나, 친구 아내 겁탈...이런 것에는 굉장히 불편.." 관객들이 또 가장 당황한 부분은 아마 이런 걸 겝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 정말 심각한 순간에 갑자기 웃기고, 정말 웃기는 순간에 갑자기 무섭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죠. 하지만 의도된 거랍니다. 관객 감정을 사로잡으려는 영화들과 달리, 박쥐는 감정 이입을 일부러 거부하면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거죠. <인터뷰> 강유정 : "그게 바로 예술가 평론가 한테는 대단한 시도처럼 보이고 관객들에게는 우롱당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것..." 그래서 '박쥐'를 보실 분들에게 미리 도움 말씀을 드리자면 이겁니다. 고정관념을 다 버리자는거죠. <인터뷰> "이 영화는 낯설게, 박찬욱 식으로 모든 걸 재해석했다라고 마음을 먹고 보신다면 불편함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 한편으론 또 궁금하기도 하죠. 이렇게 일반 관객들이 낯설어하는 '박쥐'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칸 영화제는 또 어떤 평가를 내릴지 말이죠. <질문> 이번엔 편안히 앉아서 볼 영화 소개 해 주시죠? <답변>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있죠. 워낙 유명해서 다 아시는 시니까, 너무 폼 잡는다고 하지 마시구요. "사람들사이에 섬이있다. 그섬에 가고싶다" 딱 두줄이죠. 그런데 이 영화 보고 나니까, 문득 이 시가 생각나더군요.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말이죠. 영화 '김씨표류기'입니다. 빚더미 위에 앉아서 죽으려고 해도 맘대로 안됩니다. 기껏 표류한 곳이 한강의 밤섬이죠. 어차피 세상엔 희망도 없는데, 아예 혼자 살기로 결정합니다. 잠자리와 먹을 것도 구하면서 말이죠. 강 건너에는 섬이 아니라, 좁은 방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여자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 사진으로 미니 홈피 꾸미고 사진 찍는게 낙이죠. 그러다 이 남자를 발견합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삶을 일구며 자장면을 좋아하는 이상한 존재. 그런데 역시 왕따끼린 통하는 게 있나요? 우연히 두 외톨이는 안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서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삶에 대한 희망도 조금씩 커져나간거죠. 그렇게 두 외톨이는 자신만의 섬에서 빠져나와, 사람들 사이의 섬 속으로 달려나갑니다. <인터뷰> 정려원('김씨표류기' 주연) : "희망이라는게 정말 작은 것이구나..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보고 나면 내 옆 사람 손 한번 꼭 잡아주며, 소통이란 두 글자를 가슴 속에 새기고 싶은 따뜻한 영화.. 갑자기 퀴즈 하나 내고 싶네요. 예전에 마라도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 이란 광고가 있긴 했지만, 과연 밤섬에서 자장면 시키면 배달이 될까요, 안될까요? 정답 맞추시면 자장면 한그릇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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