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악용해…“빌리지도 않은 돈 갚아라”

입력 2009.05.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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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빌린적도 없는 돈을 이자까지 쳐서 갚으라는 소송에 휘말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효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회사원인 31살 강 모씨는 최근 느닷없이 사채업자에게 소송을 당했습니다.

8년 전에 빌린 돈 7백만 원에 이자까지 총 3천5백만 원을 갚으라는 겁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를 만나긴 했어도 돈을 빌리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강○○씨 (음성변조) : "돈을 못 빌려 주겠다고 해서 그러면은 제가 그 서류(차용증)를 받으러 가겠다고 하니까 서류를 다 폐기했기 때문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같은 사채업자에게 5백만 원을 빌렸다 갚았는데 갚은 돈을 또 갚게 생긴 경우도 있습니다.

차용증 폐기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씨 (음성변조) : "돈을 다 갚았어요. 그것으로 끝났지 차용증을 돌려받는다는 생각은 제가 못했어요."

심지어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는 소송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씨 (지적장애인 어머니) : "이 아이는 지적장애인이다. 그런 것(돈 빌릴 줄) 모른다. 그럼 얘가 어떻게 생겼냐 (사채업자에게) 물으니까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소송을 제기한 사채업자는 본인이 쓴 차용증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합니다.

<녹취> 김○○씨 (사채업자) : "빌려줬으니까 당연히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옛날에는 대부업법 자체도 없었고 현금으로 빌려주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이 돈을 빌려주기 전에 차용증부터 쓰게 하는 것은 관행이며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않은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총장) : "실제로 차용증을 쓰게 하고 돈은 빌려주는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중에는 안 빌려주고 마는 이런 부분도 발생할 수 있고"

이 사채업자가 빚을 갚으라며 제기한 소송은 모두 272건.

원금만 21억여 원에 이자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이릅니다.

법원은 지금까지 143건에 대해 사채업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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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용증 악용해…“빌리지도 않은 돈 갚아라”
    • 입력 2009-05-09 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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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빌린적도 없는 돈을 이자까지 쳐서 갚으라는 소송에 휘말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효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회사원인 31살 강 모씨는 최근 느닷없이 사채업자에게 소송을 당했습니다. 8년 전에 빌린 돈 7백만 원에 이자까지 총 3천5백만 원을 갚으라는 겁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를 만나긴 했어도 돈을 빌리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강○○씨 (음성변조) : "돈을 못 빌려 주겠다고 해서 그러면은 제가 그 서류(차용증)를 받으러 가겠다고 하니까 서류를 다 폐기했기 때문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같은 사채업자에게 5백만 원을 빌렸다 갚았는데 갚은 돈을 또 갚게 생긴 경우도 있습니다. 차용증 폐기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씨 (음성변조) : "돈을 다 갚았어요. 그것으로 끝났지 차용증을 돌려받는다는 생각은 제가 못했어요." 심지어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는 소송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씨 (지적장애인 어머니) : "이 아이는 지적장애인이다. 그런 것(돈 빌릴 줄) 모른다. 그럼 얘가 어떻게 생겼냐 (사채업자에게) 물으니까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소송을 제기한 사채업자는 본인이 쓴 차용증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합니다. <녹취> 김○○씨 (사채업자) : "빌려줬으니까 당연히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옛날에는 대부업법 자체도 없었고 현금으로 빌려주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이 돈을 빌려주기 전에 차용증부터 쓰게 하는 것은 관행이며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않은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총장) : "실제로 차용증을 쓰게 하고 돈은 빌려주는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중에는 안 빌려주고 마는 이런 부분도 발생할 수 있고" 이 사채업자가 빚을 갚으라며 제기한 소송은 모두 272건. 원금만 21억여 원에 이자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이릅니다. 법원은 지금까지 143건에 대해 사채업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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