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난개발’로 같은 산 두 얼굴

입력 2009.05.19 (22:17) 수정 2009.05.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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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도 수원과 용인에는 광교산과 청명산이 걸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산의 수원과 용인쪽 모습이 극과 극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 남부의 '허파'로 불리는 광교산.

수원시 쪽을 바라보면 자연부락을 끼고 있는 구비구비 능선과 숲이, 살아서 한 눈 가득 들어옵니다.

봉우리를 넘으면 용인시. 산 골짜기 곳곳이 허옇게 패였고, 중턱까지 산이 깎인 곳에는 어김없이 고급 주택들이 능선을 파먹었습니다.

용인시에서 광교산 시루봉으로 가는 산자락입니다.

골짜기 깊은 곳까지 도로가 나있고, 양쪽에 전원주택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수원시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광교산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한 반면, 건너편에 있는 용인시는 개별적인 건축허가를 무분별하게 내줬기 때문입니다.

동수원과 서용인의 경계에 있는 청명산.

용인쪽 산 경사를 따라 아파트 단지가 서 있고, 움푹움푹 패인 곳에는 정상을 향해 전원주택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산속에 서 있는 나 홀로 아파트.

정상보다 더 높습니다.

수원시 쪽 녹지가 대부분 보존돼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수원시가 경사도 10도 이상, 높이 백미터 이상인 곳은 개발행위를 막아 녹지를 보존하려는 반면, 용인시는 경사도 17.5도까지는 개발이 가능하고, 높이는 아예 제한 없이 풀어놨습니다.

산 정상 가까이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15년 전 위성사진과 비교해보니 용인시에 있는 청명산의 녹지는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주택과 아파트가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서정인(용인시청 도시계획과장) : "현재 들어오는 건축은 그 종전에 이미 허가를 받았던 사항을 지금 착공하는 것 이외에 신규로 나가는 건 없습니다."

용인 쪽 광교산과 청명산이 지나친 난개발로 파괴되면서, 더이상 경기 남부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노건형(수원경실련 정책팀장) :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지금 저희들이 서있는 능선을 중심으로 한쪽은 나무가 한쪽은 콘크리트가 있을 것입니다."

수원시가 지난 2007년부터 택지지구와 붙어있는 청명산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자며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용인시는 몇 년째 묵묵부답.

전문가들은 도 차원의 조정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상문(도시건축공학부 교수) : "보존 의지의 차이에 의해서도 자치단체단체간에 개발수준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 전체 기반시설에 대한 문제, 그 다음에 누적적인 환경에 대한 영향 이런 것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지자체의 다른 선택이 가져온 지금의 모습에 대해 두 시의 주민들이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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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난개발’로 같은 산 두 얼굴
    • 입력 2009-05-19 21:11:01
    • 수정2009-05-19 22: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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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도 수원과 용인에는 광교산과 청명산이 걸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산의 수원과 용인쪽 모습이 극과 극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 남부의 '허파'로 불리는 광교산. 수원시 쪽을 바라보면 자연부락을 끼고 있는 구비구비 능선과 숲이, 살아서 한 눈 가득 들어옵니다. 봉우리를 넘으면 용인시. 산 골짜기 곳곳이 허옇게 패였고, 중턱까지 산이 깎인 곳에는 어김없이 고급 주택들이 능선을 파먹었습니다. 용인시에서 광교산 시루봉으로 가는 산자락입니다. 골짜기 깊은 곳까지 도로가 나있고, 양쪽에 전원주택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수원시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광교산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한 반면, 건너편에 있는 용인시는 개별적인 건축허가를 무분별하게 내줬기 때문입니다. 동수원과 서용인의 경계에 있는 청명산. 용인쪽 산 경사를 따라 아파트 단지가 서 있고, 움푹움푹 패인 곳에는 정상을 향해 전원주택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산속에 서 있는 나 홀로 아파트. 정상보다 더 높습니다. 수원시 쪽 녹지가 대부분 보존돼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수원시가 경사도 10도 이상, 높이 백미터 이상인 곳은 개발행위를 막아 녹지를 보존하려는 반면, 용인시는 경사도 17.5도까지는 개발이 가능하고, 높이는 아예 제한 없이 풀어놨습니다. 산 정상 가까이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15년 전 위성사진과 비교해보니 용인시에 있는 청명산의 녹지는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주택과 아파트가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서정인(용인시청 도시계획과장) : "현재 들어오는 건축은 그 종전에 이미 허가를 받았던 사항을 지금 착공하는 것 이외에 신규로 나가는 건 없습니다." 용인 쪽 광교산과 청명산이 지나친 난개발로 파괴되면서, 더이상 경기 남부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노건형(수원경실련 정책팀장) :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지금 저희들이 서있는 능선을 중심으로 한쪽은 나무가 한쪽은 콘크리트가 있을 것입니다." 수원시가 지난 2007년부터 택지지구와 붙어있는 청명산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자며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용인시는 몇 년째 묵묵부답. 전문가들은 도 차원의 조정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상문(도시건축공학부 교수) : "보존 의지의 차이에 의해서도 자치단체단체간에 개발수준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 전체 기반시설에 대한 문제, 그 다음에 누적적인 환경에 대한 영향 이런 것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지자체의 다른 선택이 가져온 지금의 모습에 대해 두 시의 주민들이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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