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풀다 만 장자연사건 경찰수사

입력 2009.07.10 (11:23) 수정 2009.07.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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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4개월 넘게 끌어온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수사대상자 20명 중 7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성 상납과 술접대 강요 등의 내용을 담은 '장자연 문건'만 남긴 채 당사자가 사망하는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사건의 성격과 수사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성적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가 체포됐지만 최종 수사 결과 사법처리 폭이 오히려 좁아졌고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는 변죽만 울리다 접었다.
장자연 문건의 사전 유출 및 배후 여부 등 장씨 자살 동기를 둘러싼 여러 의혹도 풀지 못한 채 사건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유력 인사에 '면죄부'
경찰은 지난 4월 24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소속사 전 대표 김씨가 일본에 도피 중이어서 검거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 검거 이후 술접대 강요 등 곁가지에 해당하는 수사가 진행됐을 뿐 장씨가 왜 자살에 이르게 됐는지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보다 사법처리 대상자가 줄어든 가운데 김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는 기간도 다 채우지 않은 채 서둘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유력인사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4월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 소속사 전 대표 김씨를 기소중지하고 5명 입건 후 참고인 중지, 4명 내사중지, 3명 입건 등의 조치를 함으로써 김씨 신병 확보 이후 수사 재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일본에서 체포된 김씨를 송환받아 일주일간 수사를 벌인 뒤 10일 발표한 최종수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유족에 의해 고소돼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된 금융인 1명과 기업인 1명은 불기소 처분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내사 중지했던 드라마PD 3명과 언론인 1명도 내사 종결함으로써 혐의를 벗겨주었다.
금융인 2명을 각각 강제추행과 강요죄 공범으로, PD 2명과 기획사 대표 1명 강요죄 공범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 의견을 낸 것이 그나마 추가 수사로 얻은 소득이다.
이와 함께 소속사 전 대표 김씨에게 강요 혐의를 추가하고 문건 유출에 관여한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30)씨에게 모욕 혐의를 추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도다.
광역수사대를 주축으로 한 41명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통화내역 14만여건, 계좌.카드 사용내역 955건, 참고인 118명 조사 등 대대적인 수사를 편 결과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건 작성 배후 등 못 밝혀
문건 작성을 기획한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씨의 배후에 연예계의 실력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씨 기획사 소속으로 전 대표 김씨와 소송 중이었던 중견 여배우 1명이 장씨 자살 전에 문건의 존재를 드라마 PD에게 알린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됐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의 기획사 소속 중견 여배우 2명과 김씨와의 송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본다"며 "문건에 김씨로부터 장씨가 당한 피해사례와 중견 여배우 2명에게 김씨가 욕설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배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문건 존재를 알린 중견 여배우의 경우 드라마 PD와 한 차례 통화했을 뿐이라 (명예 훼손의)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곤란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유씨가 문건 원본을 따로 보관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장씨 사망 닷새 뒤인 3월 12일 서울 봉은사에서 문건을 태울 때 "유씨가 원본이라며 들고 와 태운 문건의 간인을 문질렀을 때 (사본으로 급조된 듯) 퍼졌다. 고인의 글씨체가 아니다"며 원본이 따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불태운 문건이 대필 문서로 추정돼 다른 원본이나 사본이 있을 것을 보고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수사를 벌였지만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문건이 존재했더라도 유씨가 폐기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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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혹 풀다 만 장자연사건 경찰수사
    • 입력 2009-07-10 11:23:51
    • 수정2009-07-10 16: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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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4개월 넘게 끌어온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 자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수사대상자 20명 중 7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성 상납과 술접대 강요 등의 내용을 담은 '장자연 문건'만 남긴 채 당사자가 사망하는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사건의 성격과 수사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성적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가 체포됐지만 최종 수사 결과 사법처리 폭이 오히려 좁아졌고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는 변죽만 울리다 접었다. 장자연 문건의 사전 유출 및 배후 여부 등 장씨 자살 동기를 둘러싼 여러 의혹도 풀지 못한 채 사건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유력 인사에 '면죄부' 경찰은 지난 4월 24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소속사 전 대표 김씨가 일본에 도피 중이어서 검거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 검거 이후 술접대 강요 등 곁가지에 해당하는 수사가 진행됐을 뿐 장씨가 왜 자살에 이르게 됐는지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보다 사법처리 대상자가 줄어든 가운데 김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는 기간도 다 채우지 않은 채 서둘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유력인사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4월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 소속사 전 대표 김씨를 기소중지하고 5명 입건 후 참고인 중지, 4명 내사중지, 3명 입건 등의 조치를 함으로써 김씨 신병 확보 이후 수사 재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일본에서 체포된 김씨를 송환받아 일주일간 수사를 벌인 뒤 10일 발표한 최종수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유족에 의해 고소돼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된 금융인 1명과 기업인 1명은 불기소 처분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내사 중지했던 드라마PD 3명과 언론인 1명도 내사 종결함으로써 혐의를 벗겨주었다. 금융인 2명을 각각 강제추행과 강요죄 공범으로, PD 2명과 기획사 대표 1명 강요죄 공범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 의견을 낸 것이 그나마 추가 수사로 얻은 소득이다. 이와 함께 소속사 전 대표 김씨에게 강요 혐의를 추가하고 문건 유출에 관여한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30)씨에게 모욕 혐의를 추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도다. 광역수사대를 주축으로 한 41명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통화내역 14만여건, 계좌.카드 사용내역 955건, 참고인 118명 조사 등 대대적인 수사를 편 결과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건 작성 배후 등 못 밝혀 문건 작성을 기획한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씨의 배후에 연예계의 실력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씨 기획사 소속으로 전 대표 김씨와 소송 중이었던 중견 여배우 1명이 장씨 자살 전에 문건의 존재를 드라마 PD에게 알린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됐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의 기획사 소속 중견 여배우 2명과 김씨와의 송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본다"며 "문건에 김씨로부터 장씨가 당한 피해사례와 중견 여배우 2명에게 김씨가 욕설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배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문건 존재를 알린 중견 여배우의 경우 드라마 PD와 한 차례 통화했을 뿐이라 (명예 훼손의)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곤란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유씨가 문건 원본을 따로 보관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장씨 사망 닷새 뒤인 3월 12일 서울 봉은사에서 문건을 태울 때 "유씨가 원본이라며 들고 와 태운 문건의 간인을 문질렀을 때 (사본으로 급조된 듯) 퍼졌다. 고인의 글씨체가 아니다"며 원본이 따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불태운 문건이 대필 문서로 추정돼 다른 원본이나 사본이 있을 것을 보고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수사를 벌였지만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문건이 존재했더라도 유씨가 폐기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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